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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망마로에 있는 콩나물 국밥집 전국본점 모습
 전남 여수시 망마로에 있는 콩나물 국밥집 전국본점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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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서 물어봐도 여수에서는 음식자랑 못합니다. 여수 음식이 다양하고 여수 사람들 입맛도 깐깐하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수라는 지역을 기점으로 해 전국에 가맹점을 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한가한 시간에 주방아주머니들과 담소를 즐기고 있던 콩시루 황경윤 대표가 한 말이다. 여수시 망마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지인들과 회의를 끝내고 종종 들르던 식당이 이름이 '콩시루'다.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 종종 들를 때마다 좀 이상한 게 내 눈을 끌었다. '전국본점'이란다.

"아니! 서울에 본점을 두고 지방에 지점을 두는 게 관례인데 여수가 본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며칠 전 한가한 시간에 식당을 방문해 황대표를 만나 콩시루가 전국에 가맹점을 내게 된 자초지종을 들었다.

메뉴는 6가지지만 90%는 콩나물국밥

황대표한테 메뉴를 묻자 "보시다시피 메뉴는 6가지입니다만 거래되는 메뉴의 90%는 콩나물 국밥"이라고 설명해줬다. 18년 역사를 가진 콩시루는 전국에 가맹점이 22개나 된다. "기왕 가맹점을 시작했으니 서울까지 진출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진 황대표는 "기어이 서울까지 진출해 명실상부한 전국 브랜드화 하겠습니다"라며 입을 꼭 다물었다.
담백한 콩나물국밥이다. 돼지고기 장조림, 배추김치, 총각김치, 날계란과 김,계란후라이, 새우젓, 오징어젓갈이 기본으로 나온다
 담백한 콩나물국밥이다. 돼지고기 장조림, 배추김치, 총각김치, 날계란과 김,계란후라이, 새우젓, 오징어젓갈이 기본으로 나온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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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주방아주머니가 가져온 식판에는 날계란과 김, 오징어젓갈, 돼지고기 장조림, 총각김치 반찬이 나왔다. "이 반찬들이 기본으로 세팅돼 나온다"라고 설명한 황대표는 얼큰한 콩나물국밥과 담백한 콩나물국밥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콩나물국밥하면 전주가 유명한데 똑같이 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차별화를 시켰습니다"라고 말한 황대표는 초창기 여수에서 콩나물국밥 식당을 열었을 때의 애로사항을 설명해 줬다.

여수사람들 입맛이 까다로워 전주식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해산물이 풍부한 여수의 특성을 살리고 뚝배기 채 펄펄 끓여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하는 방법을 택했다. 전주식은 뚝배기를 달군 후 재료를 담는 방식이다.

▲남부시장식(얼큰한 맛) - 전주 남부시장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각종  해산물과 콩나물로 우려낸 육수에 특급 양념소스를 첨가했다. 뚝배기를 약간 끓여서 고명과 함께 청양고추를 넣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볼 수 있다. 수란이 별도로 나오며 그 안에 김을 넣고 국물을 살짝 넣어 먹는다.

▲삼백식(담백한 맛) -  양념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맛으로 매운 맛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각종 해산물과 콩나물을 우려낸 육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이다. 뚝배기 채 펄펄 끓여 각종 고명과 새우젓, 들깨가루, 계란을 넣어 먹는다.

콩시루 전국본점 대표 황경윤씨 모습
 콩시루 전국본점 대표 황경윤씨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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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은 국밥위에 올리는 토핑과 같은 개념이다. 처음 콩시루를 연 주인은 하루에 3~4그릇 밖에 못 팔아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을 찾아다니며 "꼭 오십시오"라고 인사하고 다녔다.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여기저기서 배우고 싶다고 해 가맹점 사업을 시작했다.

대통령 선거일에는 45평밖에 안 되는 식당에 900명 손님이 찾아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콩시루에서 제공하는 콩나물국밥은 오징어 대파 등의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 육수가 핵심이다. 9개 점포가 있는 여수시에는 액체상태의 육수가 제공되며 하루에 1300~1500개의 육수를 제공하고 있다.

콩시루를 찾는 손님 중에는 일본인도 있다. 사업차 여수를 찾은 일본인은 신선한 해산물이 들어간 콩나물국밥을 먹기 위해 가끔 온다. 홈피에는 "어렸을 때 엄마 손잡고 왔는데 시집가서 아이들 손잡고 또 다시 방문한다"는 댓글이 달려있기도 했다.

여수산단에 근무하다 퇴직하고 콩시루를 운영하고 있는 황경윤 대표는 "서울에도 진출하고 전국 가맹점장들과 함께 제주도로 수련회 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질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콩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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