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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암페어), C(쿨롱), K(켈빈), F(패럿), T(테슬라)… 어떤 과학자의 이름에서 딴 단위들입니다. 단위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호이자 약속입니다. 역사적 인물 중에는 죽어서 독재자라는 오명으로 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업적이 이렇듯 세계적 약속기호인 단위로 기려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T(테슬라)라는 SI 단위나 니콜라 테슬라(1856.7.10~1943.1.7)라는 과학자가 조금은 낯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개의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은 테슬라가 꾼 꿈을 실현한 발명 덕분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뜬금없이 웬 테슬라냐고 할지 모르지만, 전기 없는 세상이나 휴대전화 없는 세상을 살 자신이 없다면 조금은 허풍스럽게만 들릴지도 모를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기'하면 언뜻 에디슨이 떠오르고, '무선'하면 제일 먼저 마르코라는 인물을 연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는 직류전기이고, 무선 또한 실질적 발명자는 테슬라입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 산업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근본적 에너지는 수력, 화력,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입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교류전기이며, 그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교류모터를 발명한 사람이 바로 테슬라입니다.

거의 모든 것을 발명한 남자 테슬라 <니콜라 테슬라 평전>

<니콜라 테슬라 평전> (지은이 W. 버나드 칼슨 / 옮긴이 박인용 / 펴낸곳 반니 / 2015년 6월 15일 / 값 2만 7,000원)
 <니콜라 테슬라 평전> (지은이 W. 버나드 칼슨 / 옮긴이 박인용 / 펴낸곳 반니 / 2015년 6월 15일 / 값 2만 7,000원)
ⓒ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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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테슬라 평전>은 니콜라 테슬라의 모든 것, 출생배경, 성장 과정, 자라며 꾼 꿈, 그 꿈을 실현하는 과정, 이루어낸 꿈이 세상에 펼쳐지는 과정은 물론 스텔라가 87년의 삶, 발명가의 인생을 살며 겪고 넘어야 했던 우여곡절까지도 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단위로 기려질 만큼 위대한 발명가가 될 수 있었던 건 테슬라가 천부적으로 그럴만한 능력이 갖고 있었다는 게 전제될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테슬라가 후세가 기릴 위대한 발명가가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훌륭한 스승과 현명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고양이를 쓰다듬다 발생한 정전기에서 전기라는 것을 처음 체험(?)하게 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며 만들던 물레바퀴는 30년 후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이용해 교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그리던 꿈이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 관련 발명품을 발명해 낼 수 있는 밑거름은, 테슬라가 '인간적인 매력은 없었지만, 단어 하나 몸짓 하나도 잘못하는 게 없을 만큼 그 설명이 완벽하다'고 회고하는 푀슬(Jacop Pöchl) 교수의 물리학 강의였을 겁니다.

테슬라의 회고는 푀슬 교수의 강의가 자신이 훌륭한 발명가가 될 수 있었던 지적 능력을 배양시켜 주는 지식 디딤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대한 발명가, 더 위대한 어머니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 선생님과 부모를 걱정시키던 테슬라였지만 그라고 해서 계속 그런 모범적인 삶만 산 것은 아니었습니다. 늪을 빠져나오기보다 힘들다는 노름, 그런 노름에 빠진 20대 초반의 테슬라가 노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현명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입니다.

어느 날 오후 테슬라가 돈을 몽땅 잃고도 도박을 계속하고 싶어 하자 그녀는 지폐 여러 장을 감은 뭉치를 건네면서 말했다. "가서 재미있게 놀아라. 우리가 가진 것 전부를 빨리 잃을수록 좋을 거야. 나는 네가 노름을 이겨 내리라는 걸 알아." 어머니의 말을 듣고 테슬라는 자신의 노름 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바로 그때 거기서 내 버릇을 이겨냈다. (중략) 게다가 내 가슴속에서 아예 도려내 욕망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았다." -<니콜라 테슬라 평전> 67쪽 중에서

테슬라가 그때까지 발명되었던 모터를 교류모터로 개선(발명)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던 고정관념을 유레카의 순간처럼 머리에 떠올릴 수 있었던 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Faust) 중 한 구절이었습니다.

물러가고 달려오는 해. 몸이 아니라 마음을 들어 올리는, 보이지 않는 날개 등 괴테가 사용한 이미지를 테슬라는 모터 속에 회전하는 자기장을 쓴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 평전> 073쪽 중에서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려낸 몽상은 그동안 테슬라를 가두고 있던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게 해주는 구름다리, 발상을 전환하게 해주는 계기의 키워드였습니다. 발명은 어떤 공식을 전제로 하는 고정이 아니라 어떤 몽상도 실현 가능한 꿈의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테슬라를 기릴 수 있는 업적은 한둘이 아닙니다. 교류모터와 무선 이 두 가지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고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잠깐만 어림해 보아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업적입니다.

몽상가 테슬라가 꾸었던 꿈은 미래진행형

테슬라의 발명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테슬라는 70여 년 전에 죽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꿈을 꾸며 잠꼬대를 하듯 남긴 아이디어와 기록들은 후배 과학자들이 세기적 군사무기나 입자가속기와 같은 실체로 대물려 꿈꾸고 있습니다.

1916년 뉴욕 시에서는 밀린 세금 935달러를 징수하기 위해 그를 고소했고, 테슬라는 자신의 수입이 350∼400달러뿐이고 그것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니콜라 테슬라 평전> 460쪽 중에서

<니콜라 테슬라 평전>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위대한 발명가로 기려지고 있는 테슬라의 삶만은 아닙니다. 제아무리 좋은 것을 발명할지라도 세상의 이목을 받지 못하고 상업화되지 않으면 결국은 스러지고 가난해지는 게 발명가들이 극복해 내야 할 야박하고도 고단한 여정임을 읽게 됩니다.

숙박비를 낼 수 없을 만큼 곤궁한 삶을 살아야 했던 테슬라의 노후에서, 그렇게 야박하고 고단한 여정을 넘어서려면 쇼맨십에 가까운 홍보, 널리 알리는 광고, 구매력을 자극하는 영업 능력까지도 일찌감치 염두에 둬야 하는 게 삶의 수단으로 챙겨야 할 현실적 전제, 발명가들을 위한 고언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있었던 것처럼, 무심하고 막연하게 사용하고 있던 대개의 것들, 그 대개의 것들을 가능하게 한 발명이 테슬라가 꾸던 꿈이었습니다. 그 대개의 것들이 테슬라가 평생에 걸쳐 흘린 땀이자 고뇌의 결과물임을 알며, 그런 테슬라를 가능하게 한 밑그림 같은 가정·성장·성장배경은 물론 위대한 발명가의 인생이 깃든 우여곡절까지도 진지하게 더듬어가듯 실감하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니콜라 테슬라 평전> (지은이 W. 버나드 칼슨 / 옮긴이 박인용 / 펴낸곳 반니 / 2015년 6월 15일 / 값 2만 7,000원)



니콜라 테슬라 평전 - 몽상가에서 최고의 과학자로, 거의 모든 것을 발명한 남자

W. 버나드 칼슨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2015)


태그:#니콜라 테슬라 평전, #박인용,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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