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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째 민간에서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섬 마을 오케스트라가 지자체의 또 다른 오케스트라 창단으로 좌초위기에 처해있다.
▲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제3회 정기공연 모습 5년 째 민간에서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섬 마을 오케스트라가 지자체의 또 다른 오케스트라 창단으로 좌초위기에 처해있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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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고향인 홍명진 지휘자는 전남 목포와 신안에선 홍마에로 통한다.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만큼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 전남 서남권의 여러 학교 지휘를 맡으면서 지역 오케스트라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목포지역 청년 교육운동단체인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 회원들이 엘 시스테마 운동의 기치아래 섬마을 아이들에게 단순한 악기 강습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통한 공동체 의식함양과 섬 이라는 배타적 환경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경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2001년 창단하여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엔 시민 재능기부운동의 표본으로 교육부로부터 방과후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각 종 신문과 방송에 자주 소개되기도 하였다.(관련기사 : 섬 주민, 군수 등 모두를 울려버린 감동의 오케스트라(2013.12.16), 섬마을 아이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던 날 (2013.8.20))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신안군의 탁상행정으로 물거품 될 위기에 봉착했다. 신안군이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거주하는 섬에 100여명의 대형 청소년오케스트 창단을 목표로 단원모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름도 유사한 '신안청소년오케스트라'이다.

신안군의 신규 오케스트라창단으로 일선 학교에서 조차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신안군 주최로 새로운 오케스트라 창단과 단원 모집을 알리는 공문 신안군의 신규 오케스트라창단으로 일선 학교에서 조차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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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은 각 학교에 '신안청소년오케스트라창단 단원모집'이라는 공문을 보내 학교차원에서 단원모집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섬 마을 학교는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한 학교에 수십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하나만으로도 원하는 아이들은 다 소화할 수 있다. 굳이 또 다른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5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단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휘자를 포함 최소 10명 이상의 파트별 강사가 필요하다. 악기 또한 고가이고 유지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일 년에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1억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3천 만 원의 예산으로 가까스로 일 년을 버티고 있다.

기자는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을 맡아 지난 5년 간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신안군의 또 다른 오케스트라창단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신분을 정확히 밝히고 그 내막을 취재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은 굳이 같은 섬 지역에 예산을 들여가며 또 다른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이에 대해 신안군측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가 그동안 신안군 전체 섬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이번에 새로 창단할 오케스트라의 운영비는 군비가 아니라 농림축산부의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산 낭비는 아니"라고 밝혔다.

각종 언론보도와 그 동안의 세 차례 정기공연은 차치하고라도 전임 군수 시절 공연을 본 군수가 눈물까지 흘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신안군의 행태에 홍 지휘자, 강사 그리고 학부모들은 분노하였다. 또한 자지체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서류만으로 일을 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새롭게 창단 될 오케스트라는 공모사업에 이미 선정이 되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학생 수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두 오케스트라 간에 경쟁 아닌 경쟁이 일어날 법 하다.

오케스트라는 개별 악기 강습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원이 많을수록 그 화음이 좋아지고 효과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신안군의 방침대로 새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면, 원활히 운영이 될지 모르겠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고장이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내고 있는 천사들과 새로운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불게 될 천사들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입니다.



태그:#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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