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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 전망이 가장 좋은 야시마에서 겐페이 전투가 벌어졌다

겐페이야시마전투
 겐페이야시마전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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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마산은 다카마츠의 동쪽에 자리 잡은 해발 282m의 산이다. 그 산의 남서쪽으로 야시마지(屋島寺)가 있다. 이 절은 세 가지로 유명하다. 첫째 시코쿠 88사 순례 사찰 중 84번째 절로, 고보대사(弘法大師)상이 있다. 둘째 이곳에서 1185년 겐페이 야시마전투(源平屋島合戦)가 벌어졌다. 셋째 이곳 야시마지 전망대에서 다카마츠와 세토내해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절 주차장에 내려 안내소로 올라가다 보니, 벽에 겐페이야시마전투를 그린 그림이 있다.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頼朝) 군이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 군의 야시마 요새를 공격하여 시코쿠 연결로를 차단하는 모습이다. 겐페이 전쟁은 1180년부터 1185년까지 국가의 통치권을 차지하기 위해 미나모토 군과 다이라가 군이 벌인 전쟁이다.

야시마전투도
 야시마전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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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5년 천황을 등에 업은 미나모토 군이 혼슈지역을 정복한 다음, 다이라 군의 거점인 시코쿠로 진격한다. 다이라 군은 야시마에 진을 치고 미나모토 군을 기다린다. 이들은 야시마와 앞바다에서 일전을 벌인다. 다이라 군은 이 전투에서 패해 시모노세키(下關)로 후퇴한다. 그리고 한 달 후 그곳 단노우라(壇ノ浦)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야시마 전투는 미나모토 군이 시코쿠의 가쓰우라(勝浦)로 상륙하면서 시작되었다. 가쓰우라는 야시마의 후방으로, 다이라 군은 적이 내륙으로 공격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다이라 군은 전투에서 밀려 배에 타고 세토내해를 통해 시모노세키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투에서 양군의 용장 사토 게이신(佐藤継信)과 다이라노 노리츠네(平教経)가 전사했다. 

시코쿠 순례 84번째 절 야시마지

야시마지 일주문
 야시마지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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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야시마지로 올라간다. 연못을 지나 일주문에 이르니 '진언종(眞言宗) 야시마지'라는 표지석과 '시코쿠의 신령스러운 곳(四國靈場) 84번째'라는 표지석이 좌우에 있다. 이를 통해 야시마지가 고보대사가 창종한 진언종 계열이라는 것을 알았고, 야시마지가 시코쿠 88개 절 순례(巡禮)인 헨로(遍路)에서 84번째 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고보대사, 진언종, 시코쿠 88사 순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보대사(774-835)는 우리말로 하면 홍법대사다. 말 그대로 법을 널리 펼친 스님이다. 그러나 일본 불교에서 그의 위상은 그 이상이다. 첫째 그는 진언종의 개조(開祖)다. 진언종은 일본의 밀교(密敎)로, 비밀장엄심(秘密莊嚴心)을 통해 영원한 진리에 도달하자는 것이다.

고보대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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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깨달음의 단계를 10단계로 나눈다. 이를 십주심론(十住心論)이라 부른다. 이 10단계를 다시 여섯 가지 세계로 나누는데, 그것이 윤리 이전의 세계, 세속윤리․종교의 세계, 소승의 세계, 대승에 준하는 세계, 대승의 세계, 구극(究極)의 세계다. 그에 의하면 대승의 세계가 8단계부터 시작하며, 8단계가 청정(淸淨)의 세계다. 그리고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일도무위심(一道無爲心)이고, 여기서 나온 종파가 천태종이다.

고보대사를 그린 옛그림
 고보대사를 그린 옛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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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승의 세계인 9단계는 진여(眞如)의 세계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극무자성심(極無自性心)이고, 여기서 나온 종파가 화엄종이다. 구극의 세계인 10단계는 영원한 진리의 세계다. 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비밀장엄심이고, 여기서 나온 종파가 진언종이다. 진언종은 밀교의 세계로, 현교의 세계인 법상종, 삼론종, 천태종, 화엄종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대단한 서예가였다. 그는 중국에 유학 가 왕희지와 안진경체의 영향을 받았고,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에 능해 오필화상(五筆和尙)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셋째 그는 당대 최고의 문인이었다. 글만 잘 쓴 게 아니라, 시와 문장 쓰는 법을 가르치는 <문경비부론(文鏡秘府論)>을 썼다. 그의 시, 표문, 비문 등은 그의 제자인 진제(真済)에 의해 <성령집(性霊集)>으로 편찬되어 전해지고 있다.

시코쿠 88사 순례는 아와국(阿波国: 도쿠시마현, 1-23번)에서 시작, 도사국(土佐国: 고치현, 24-39번)과 이요국(伊予国: 에히메현, 40-65)을 거쳐 사누키국(讃岐国: 가가와현, 66-88)에서 끝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발심, 수행, 보리, 열반의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가와현의 절 순례는 열반의 도량(道場)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열반의 도량 중 우리는 84번째 절로 들어선다.

1200년이 넘는 역사의 절에 있는 것은?

야시마지
 야시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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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들어서가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헤이세이 26년(2014) 개창 1200년'이라는 표지판이다. 그렇다면 시코쿠 88사 순례 도량이 814년에 완성되었다는 말이 된다. 자료를 보니 야시마지는 이보다 60년쯤 빠른 754년 율종(律宗)의 개조 감진(鑑真)이 개창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절의 본당으로 이르는 길은 대사당(大師堂)과 삼체당(三體堂)을 지나게 되어 있다.

대사당은 홍법대사상을 모신 법당이고, 삼체당은 야시마지를 연 감진화상을 제사지내는 법당이다. 감진화상은 당나라 양주(揚州) 사람으로, 나라시대 일본에 와 율종을 전파한 큰 스님이다. 감진화상상은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에 남아 있는데, 입적한 해인 763년의 모습으로 추정한다.

대사당
 대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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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법대사를 모신 대사당으로 들어가면 가운데 홍법대사상이 의자에 앉아 있다. 대사는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금강저를 잡고 백팔염주를 돌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물을 오색끈이 감아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 그 끈은 홍법이라는 편액을 거쳐 천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편액은 편조각(遍照閣)이다. 대사당의 다른 이름이 편조각이다. 여기서 편조는 대사가 중국에 유학할 때 스승인 밀교의 제7조 혜과(惠果)로부터 받은 관정명(灌頂名)이다. 좀 더 정확히는 편조금강(遍照金剛)이다. 관정이란 정수리에 물을 부어 정통 계승자의 자격을 주는 의식으로, 만다라와 인연을 맺고 계율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 이 편액을 통해서도 이곳이 홍법대사당임을 알 수 있다.

야시마지 너구리
 야시마지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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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당과 본당 사이에는 돌로 만든 너구리 부부가 있다. 이 너구리는 야시마지의 수호신으로 하게다누키(禿狸)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묘한 변신술로 시코코 너구리 총대장이 되었고, 역사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 영험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지브리 스투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헤이세이 너구리 대작전(平成狸合戦ぽんぽこ)>에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너구리를 찾아 고추를 만지는데, 그러면 가정의 화목과 행복, 결혼과 득남, 재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구리상 옆에는 야시마지의 중심건물인 본당이 있다. 중요문화재인 본당은 1618년 건립되었다고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광대지혜관(廣大智慧觀)'이라는 편액이 보인다. 광대지혜관이란 무한한 지혜로 보는 관음보살의 신통력을 말한다.

법당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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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이 법당에 관음보살이 모셔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이곳에는 목조 천수관음좌상이 모셔져 있었다. 10세기 헤이안 시대 작품으로 높이가 1m가 조금 못 되는 크기다. 그러나 이것 역시 중요문화재여서 현재 보물관에 옮겨 보존하고 있다. 나중에 우리는 보물관에서 이 관음보살상을 친견할 수 있었다. 이 법당은 또한 단청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건물로도 유명하다.

보물관에서 만난 불상과 불화

천수관음
 천수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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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본당 오른쪽에 있는 보물관으로 간다. 보물관은 두 개의 건물을 연결한 형태다. 한쪽 건물에는 불상과 불화가 있고, 다른 쪽 건물에는 겐페이전쟁 관련 유물이 전시되고 있다. 불상은 모두 목조로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었다. 선정인에 든 석가여래좌상, 앞에서 언급한 천수관음좌상, 관음보살입상, 번뇌로 불타는 부동명왕,  욕정과 번뇌를 표현한 애염명왕(愛染明王) 등이 있다.

일본의 절에서 만나는 특이한 존상이 부동명왕이다. 부동명왕은 미혹하기 쉬운 인간의 마음을 지켜주는 무서운 존재로, 7세기경 밀교와 함께 들어왔다. 찡그린 눈, 드러낸 이빨, 화염 광배를 하고, 양손에는 신령스런 검(靈劍)과 포승줄을 지니고 있다. 오른손의 칼로는 인간의 번뇌를 끊어주고, 왼손의 포승으로는 중생을 부처님의 세계로 안내한다.

겐페이전쟁도
 겐페이전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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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불화는 밀교 계열의 만다라다. 만다라는 불교의 세계관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밀교의 경전인 <대일경(大日經)>에 기초해서 중심에 대일여래를 안치하고, 주위에 보살을 묘사한다. 대일여래는 비로자나불로 자비와 지혜의 화신이다. 만다라를 살펴보니 선정인과 설법인을 한 여래가 가운데 있고, 마음심(心)자가 쓰여 있기도 하다. 모두 근·현대 작품이다. 그렇지만 예술성은 뛰어나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겐페이전쟁실이다. 이곳에는 그림, 글씨, 병풍, 군기(軍旗) 등이 전시되고 있다. 전쟁 장면을 두루마리 형태의 회권(繪卷)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개별 전투 장면을 족자에 표현하기도 했다. 바닷가 싸움이라 그런지 항상 물이 표현되었다. 이 전시물들은 다카마츠 번주였던 마츠다이라 요리시게(松平頼重)가에서 기증한 것이다.  

야시마 전망대에서 바라 본 다카마츠 풍경

세토내해 전망
 세토내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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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관을 나와 다시 본당 앞에서 남쪽으로 똑 바로 가면 사천왕문이 있다. 이곳에는 사천왕상이 안치되어 있는데, 모습과 크기가 우리와는 다르다. 사천왕문에서 야시마지 전망대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중간에 우리의 종무소에 해당하는 본방(本坊)이 있다. 절 영역을 벗어나자 상가가 이어진다. 상가에는 구입할만한 것이 별로 없다. 상가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자 사방으로의 조망이 참 좋다.

먼저 바다쪽을 살펴본다. 세토내해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보이는 두 섬이 메기지마(女木島)와 오기지마(男木島)다. 메기지마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가진 도깨비 설화의 무대로 유명하다. 그래서 오니가시마(鬼ケ島)로 불리기도 한다. 오기지마는 메기지마에 비해 크기가 절반 밖에 안 된다. 이들 섬 너머로 나오시마(直島)가 보인다. 나오시마는 우리의 다음 행선지다.

다카마츠 풍경
 다카마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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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눈을 서남쪽으로 돌리면 다카마츠 시내가 보인다. 사누키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신가와(新川), 가스가가와(春日川), 고토가와(香東川)가 시내를 거쳐 바다로 흘러간다. 다카마츠에서는 심볼 타워 주변 몇 개 고층건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5층 이하다. 이제 오늘 다카마츠 관광도 다 끝나간다. 시내로 들어가 다카마츠 중앙상점가를 구경하는 일만 남았다. 오히려 내일부터 하게 될 예술의 섬 나오시마 관광이 기대된다.


태그:#야시마지, #겐페이야시마전투, #고보대사, #시코쿠 88사 순례, #보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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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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