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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배를 드러낸 멋쟁이새.
 붉은배를 드러낸 멋쟁이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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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새! 이름만으로도 색달라 보이는 새다. 실제로 멋쟁이새를 만난다면 이름을 왜 그렇게 붙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예쁘게 생겼다.

그러나 붉은 가슴이 아름다운 멋쟁이새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없다. 18년 동안 탐조(새를 보는 활동)을 한 나도 처음 만났을 정도로 귀한 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관심종으로 멋쟁이새를 분류하여 보호가 필요한 종으로 올리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겨울 철새인 멋쟁이새를 충남 공주 용수천에서 만났다. 그간 겨울 야산을 찾아보면 만날 수 있다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늘 찾아다녔지만, 쉽게 만날 수 없었다. 겨울마다 찾아다니다가 이제 거의 포기했던 멋쟁이새를 용수천에서 우연하게 만난 것이다. 

멋쟁이새는 특정 지역에서 매년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매년 겨울 용수천에 가면 멋쟁이새를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여름 철새들이 자신의 둥지를 기억하듯 겨울철 월동하는 지역도 정해서 매년 찾아오는 것이 새들의 특성이다. 새의 귀소본능에 나는 늘 감탄한다. 탐조의 경륜이 쌓이면서 매년 같은 곳에 가면 늘 만날 수 있는 새들의 종류가 늘어가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벚나무에서 비행하는 멋쟁이새
▲ 회색빛의 암컷 멋쟁이새 벚나무에서 비행하는 멋쟁이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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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새는 야산에서 벚나무 겨울 순을 따먹고 있었다. 겨울 산새에게는 매우 중요한 먹이원이 나무의 겨울눈과 순이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겨울눈과 순을 먹으며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 나무에서 먹이를 따먹는 멋쟁이새는 정신없이 먹기만 했다. 가까이 있는 나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번에 만난 멋쟁이새는 붉은 가슴을 가진 수컷 5마리, 회색가슴을 가진 암컷 4마리 총 9마리였다. 작지만 통통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일까 관찰 내내 쉴 새 없이 나무순을 먹는 모습은 대식가를 연상하게 했다.

먹이의 특성을 살피면 멋쟁이새에게 산림은 매우 중요한 터전이다. 눈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도 반응할 정도인 멋쟁이새는 그만큼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이런 자연의 민감성 때문에 멋쟁이새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국제적인 자연보전 단체에서 관심종으로 등록된 이유 역시 민감성 때문일 게다.

매년 줄어드는 산림면적과 숲이 사라지는 것을 고려하면 멋쟁이새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 면적은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멋쟁이새의 서식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실제 서식하는 용수천에도 매년 하천개발과 주변에 팬션이나 모텔 등을 개발하는 모습을 왕왕 목격할 수 있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산림면적(주황색 선).
 매년 줄어들고 있는 산림면적(주황색 선).
ⓒ 산림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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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새는 나무 씨앗 등을 먹이로 하기때문에 겨울철 숲이나 식물들의 서식환경이 변하게 되면 월동지로서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숲의 보전이 꼭 필요하다.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공간의 필요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보전이 꼭 필요한 계룡산 국립공원 주변에 서식하는 멋쟁이 새의 서식처만큼은 지켜지기를 바라본다. 멋쟁이새가 내년에 다시 이곳을 찾아와 벚나무의 순을 따먹을 모습을 기다리며...


태그:#멋쟁이새, #용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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