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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9일 열린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이상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맹우 울산시장과 울산시 공무원들
 2012년 10월 19일 열린 울산시 국정감사에서 이상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박맹우 울산시장과 울산시 공무원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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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시장!"

지난 2012년 10월 19일 낮 12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시 국정감사가 열린 울산시청 내 감사장이었다. 국회의원이 시장을 외치는 소리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목소리가 워낙 큰 탓도 있었지만 그 어투가 국감장을 냉각시키기에 충분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시 국감위원으로 참석한 전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었다. 그는 이날 산업단지 폐기물 은폐 의혹에 대해 울산시 대표로 답변에 나선 박맹우 전 시장(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이 오히려 "(이상규 의원이) 종이 한 장 들고 의혹을 제기한다"며 언성을 높였고, 이 전 의원은 "시장"을 연거푸 외치며 맞섰다.

지역토착비리 집중 추궁하던 의원... 2년 뒤에는?

이상규 전 의원이 이처럼 고함을 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이날 국정감사가 열리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 그는 울산건설기계노조의 도움을 받아 폐기물 은폐 의혹이 있는 울주군 청량면 울산신일반산업단지의 시료 흙을 국감장인 울산시청 마당에 가져왔다. 증거물을 준비했던 것이다.

이상규 의원이 파헤치려는 울주군 신일반산업단지 조성부지 폐기물 의혹은 앞서 일부 언론에도 집중 보도된 바 있었다. 김진영 전 울산시의회 시의원(정의당)도 울산시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수차례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시장이 "종이 한 장 들고 의혹을 제기한다"며 오히려 언성을 높이자 결국 격분한 것이다. 국감장에서는 비단 이상규 의원만의 질타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여야 의원 모두가 답변에 나선 박 전 시장의 고압적인 태도를 향해 "국회를 모독하는 태도"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감사반장인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박 전 시장에게 "답변을 간단하게 해달라"고 1차 경고를 했지만 답변 태도가 변하지 않자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환 감사반장은 "박 시장의 답변은 국회를 모독하는 것으로, 마지막 경고를 한다"고 했고 박남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직 생활 30년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며 "왜 울산에서 문수산 사건, KCC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겠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이럴진대,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하겠나"고 탄식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문수산 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문수산 의혹이 불거질 당시 울산시 도시국장이면서 폐기물 무단 매립 담당지역인 신장열 울주군수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이 신 군수를 위증으로 고발 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울산시 국정감사가 끝난 후 감사위원이던 임수경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 행정사무감사에서 박맹우 전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신장열 울주군수의 위증죄 고발을 제안했다.

당시 행안위 전체 의원 22명 중 새누리당 소속은 11명, 민주통합당 9명, 통합진보당 1명, 선진당 1명으로 여야 동수였다. 하지만 이후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으로 국회 행정안전위가 여대야소가 됐고 이후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 넘어가 버렸다.

울산시 국정감사 2년 뒤, 뒤바뀐 운명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면서 이상규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어 보수단체들은 이상규 전 의원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상규 의원은 12월 26일 김미희 전 의원과 함께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2월 31일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상규 전 의원과 후원회의 예금계좌를 상대로 낸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이 전 의원과 후원회는 해당 예금을 인출하거나 양도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반해 박맹주 전 울산시장은 올해 6월말까지인 임기를 3개월 남겨둔 3월 31일 시장직을 조기사퇴한 후 올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에 성공해 당선돼 초선의원이 됐다.

위증죄로 고발이 거론되던 신장열 울주군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올해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후 신고리원전 5~6호기 추가 설치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된 박 전 시장은 시장 재직시절 울산을 무상급식 꼴찌로 만든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으로부터 무상급식 모범 사례 당사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박맹우 전 시장은 의원 자격으로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만약 전국을 울산 수준으로 급식한다면 1조2400억 원 정도 예산이 절감된다"며 오히려 일찌기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타 시도의 행정을 질타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이렇게 모범적으로 시정을 잘 운영한 박맹우 의원께 찬사의 말씀드린다"며 치켜세웠다.

2년 전 국감에서 비리의혹으로 여야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던 새누리당 지자체장들은 승승장구하는 반면, 이를 추궁하던 야당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데 더해 앞으로의 진로조차 가늠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격세지감이다.


태그:#울산시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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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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