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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고정 언론칼럼으로 매주 한 번 <오마이뉴스>에 게재됩니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언론민주화를 위한 민언련 활동에 품을 내주신 분들이 '시시비비' 필진으로 나섰습니다.

앞으로 김서중(성공회대 교수), 김성원(민언련 이사), 김수정(민언련 정책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김은규(우석대 교수), 김택수(법무법인 정세 변호사), 박석운(민언련 공동대표), 신태섭(동의대 교수), 엄주웅(전 방통심의위원), 이기범(민언련 웹진기획위원), 이병남(언론학 박사), 이완기(민언련 상임대표), 이용마(MBC 기자), 정연우(세명대 교수)의 글로 여러분과 소통하겠습니다.... 기자 말

 종편채널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들
종편채널 TV조선의 시사프로그램들 ⓒ TV조선

TV조선 등 종편의 막말 편파보도가 조금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세력을 조롱하고 음해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출연자들이 야권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거나 인신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숱하다. 그런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종편의 패악질을 제대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

방심위는 "정의구현사제단은 '조폭사제단'이다", "민주당 집권 때 국정원이 김정일 비자금을 심부름했다", "철도민영화는 괴담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민주당과 야당이 반대하면 잘한 정책이다", "야권정치는 김정일의 유훈정치이다" 등의 발언에 면죄부를 주었다. 이유는 더 가관이다. "해학적으로 소개한 것",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한 것", "개인견해일 뿐"이기에 '문제없음'이란다.

지금 TV조선 등 종편은 보수층, 나이 든 시청자들의 여론 결집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종편은 편파·왜곡 방송으로 비판받으면서도 나름 꾸준히 시청률을 높여왔고 종편 시사물에 중독될 정도의 시청자군도 형성되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드라마, 종편도 딱 그 꼴

지난해 11월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60대 이상의 25.8%가 방송 뉴스를 주로 종편을 통해 본다고 응답했다. 지상파와 달리 종편은 낮 시간이나 심야시간에 시사토크 프로그램(아래 시사토크)을 지속적으로 편성한다. 여유시간이 넉넉한 이들, 특히 60대 이상 노인층은 종편 시사토크의 주요 시청자군이다.

이들의 화젯거리는 주로 종편이다. 종편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서 소외감을 느낄 정도가 되면서, 이들은 경쟁적으로 시사토크에 빠져든다. 그러면서 서로의 편향적 현실인식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강화한다. 게다가 초기에 비해 시청자 층이 50대와 40대로 확장되면서 종편의 시청률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대형사건 발생으로 인한 뉴스에 대한 관심 증가도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유사 보도채널'화 된 종편의 시청률 상승을 가져왔다. 종편은 시사토크와 같은 '유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방송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채우면서 이를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제작비용이 덜 들면서 쉽게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경영적 고려 때문이다. 애당초 방송의 품격이나 공정성 등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극적 내용과 오락적 재미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종편의 목표였는지도 모른다.

입담 좋은 '시사평론가'라는 사람들을 등장시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시청자를 빨아들인다. 이들은 2012년 대통령선거, 국정원 선거개입, 노무현 정부의 NLL포기 논란, 종북몰이 등 주요 현안의 고비마다 편향적 독설로 융단폭격을 해대며 보수층을 결집시켰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도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은 보수진영에 유리한 여론지형을 만드는 데 맹활약을 했다. TV조선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향해 '친북', '국가파괴세력'이라고 퍼부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런 종편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오락물을 소비하듯 방송보도를 시청하는 '나쁜 습관'에 빠진다는 점이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보듯 시청자들은 종편의 편향성을 비판하면서도 시사토크에 중독되어 간다. 종편이 사람들의 속물적 관심을 자극해 화젯거리들을 만들어내면서, 정작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주요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와 관점, 이에 대한 공론은 사라진다. 그 자리에 교묘하게 의도된 질 낮은 잡담거리만 풍성해진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패악질이다.

방심위, 칼과 저울로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할 때

그런데 패악질하는 종편보다 더 미운 게 방심위이다. 현행법상 종편의 고삐를 잡아서 패악질을 멈추게 할 책임을 갖고 있는 방심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사실상 종편을 비호하고 있다. 종편이 야권·시민사회를 향해 노골적인 비하를 해도, 인신공격성 막말과 폭언을 해도 '문제없음'이나 행정조치에 그친다. 그래놓고 KBS '문창국 검증 보도', JTBC '다이빙벨 보도'에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칼을 휘두르니, 방심위가 이중잣대의 편파 심의, 표적심의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3기 방심위에서는 2기에 비해 종편의 막장 방송에 대한 법정제재가 조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TV조선 <황금펀치>는 "나도 안기부라는 이 옛날처럼 그런 게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등 과거 중앙정보부의 고문 행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한 내용을 방송해 '주의'를 받았다.

그러나 종편의 패악질에 비해서 방심위의 제재는 '솜방망이'에 가깝다. 국민들은 편파 왜곡방송을 일삼는 TV조선 등 종편보다 방심위가 더 밉다. 종편의 여론 분탕질에 교란되는 여론, 상처 입은 민주주의의 심정과 같다. 방심위는 지금이라도 칼과 저울로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보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웹진[e-시민과 언론]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종편#방심위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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