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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부발전의 볼더시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
 한국중부발전의 볼더시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
ⓒ 한국중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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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더시 의회(네바다주)는 지난 2011년 12월 13일 한국중부발전을 볼더시 태양광 발전사업권자로 최종 승인했다. 미국 셈프라 등 총 8개사가 참여한 국제 입찰에서 경쟁한 끝에 얻어낸 성과였다.

약 10억 달러 규모의 볼더시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는 '드라이 레이크 베드 사우스(Dry Lake Bed South)'로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사막 지역에 위치해 있다. 부지 면적은 6.3㎢(1550Arce)다. 한국중부발전은 이곳을 "미국 내에서도 태양광 자원이 최고인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라고 홍보했다. 

한국중부발전은 3년간의 인허가와 공사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 300MW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한 뒤 상업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2014년 7월 현재까지 총 920만 달러(한화 92억 원)를 투자했지만 사업은 시작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공기업이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성급하게 해외 진출에 나섰다가 거액의 사업비를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력구매계약 체결 못해 공사 시작도 못해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중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2011년 12월 볼더시 태양광 발전사업권을 따낸 뒤 2012년 600만 달러를 시작으로 2013년 120만 달러, 2014년 7월 현재 200만 달러 등 총 92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여기에는 연간 28억 원에 이르는 부지 임대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중부발전의 2011년 사업계획서에는 2013년 6월까지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2개월이 지나도록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판매할 대상조차 찾지 못했다. 
  
게다가 전력구매계약 단가도 계속 낮아져 수익성조차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135달러/MWh로 예상했던 단가는 2012년 95달러/MWh, 2013년 70달러/MWh로 낮아졌다. 최초 예상했던 단가에 비해 49%나 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익성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중부발전과 미국 볼더시가 태양광 발전사업권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지난 2011년 12월 한국중부발전과 미국 볼더시가 태양광 발전사업권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 한국중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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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좌현 의원 "사업 재검토하고 적절한 조치 필요"  

한국중부발전은 지난 2011년 11월 18일 열린 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현재 국내 태양광 관련 기자재 산업 분야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라며 "따라서 본 사업이 국내 태양광 산업의 진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29일 열린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중부발전 글로벌전략실장이 "저희 생각으로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이 EPC(사업자가 설계와 부품·소재 조달, 공사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사업)를 수행하나 현재 건설업무는 미국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어 조아무개 이사도 "결국 기자재는 미국산이 될 확률이 많다"라며 "미국에 진출하는 태양광 사업에 국내 중소기업이나 기자재가 같이 동반하기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관련 기자재 업체의 해외 사업 진출'이라는 목적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한국중부발전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중부발전은 사업을 강행했고, 같은 해 12월 14일 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부좌현 의원은 "공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하려면 철저한 계획과 충분한 현장 조사를 거쳐 진행해야 하는데 한국중부발전의 볼더시 태양광 사업은 사업성은 물론이고 애초 사업 목적으로 설정한 국내 업체 참여 가능성을 충분하게 사전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중부발전 "사업비 허투로 쓴 것 전혀 없다"

한편, 한국중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부지 확보, 환경 인허가 취득, 전력구매계약 체결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그동안 이런 과정을 진행했고, 오는 11월 전력구매계약을 위한 협상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지 임대료에 520만 달러를 썼고, 나머지는 환경 인허가 취득 등을 위한 개발비로 썼다"라며 "수익성을 10% 이상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비를 허투로 쓴 것은 전혀 없다"라며 "현재 현지 업체와 협상하고 있는데 이런 보도가 나가면 협상력이 떨어질까 걱정된다"라고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업이 성공해야 태양광 관련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열린다"라고 강조했다.


태그:#한국중부발전, #부좌현, #볼더시, #태양광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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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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