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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힐링누리길
 고양힐링누리길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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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금요일, 요즘 들어 드물게 화창한 날씨였다. 여름의 끝물을 알리는 태양은 높이 떠올랐고, 뜨거운 빛을 마음껏 발산했다. 이날, 고양힐링누리길을 걸었다. 햇볕은 뜨거웠으나, 숲길에 스며들듯이 부는 바람은 아주 시원했다. 숲길에서부터 가을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걸은 길은 한북누리길(6.5km)과 서삼릉누리길(8.28km), 두 개 코스였다. 이 두 코스는 시작점과 도착점이 이어져 있어 연이어 걷기 좋은 길이다. 숲이 우거진 숲길이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삼림욕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특히 한북누리길은 한북정맥이 이어지는 길로 산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찾는 길이다.

이날, 우리는 북한산 입구(한북누리길)부터 원당역(서삼를누리길)까지 이어서 걸었다. 이날 도보여행에는 김운용 고양시 녹지과장과 정창식씨, 이희주씨가 함께했다. 걸은 시간은 4시간 남짓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술 박물관인 배다리 술박물관에서 배다리 막걸리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으로 도보여행을 마무리했다.

고양힐링누리길에는 곳곳에 돌탑이 있다. 이 길을 지나면서 돌 하나를 얹으면서 소원을 빌어보자.
 고양힐링누리길에는 곳곳에 돌탑이 있다. 이 길을 지나면서 돌 하나를 얹으면서 소원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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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오전 10시 30분, 북한산 입구에는 등산복을 입은 이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다.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북한산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운대의 주소는 고양시 북한동 산 1번지. 북한산 전체 면적의 80%가 고양시에 속해 있다. 때문에 고양힐링누리길을 걸으면 어느 장소에서든 북한산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한북누리길은 삼송역에서 출발해 여석정, 옥녀봉, 중고개를 지나 북한산 입구에 이르는 길이다. 서삼릉누리길은 원당역에서 시작해 수역이마을을 지나 서삼릉 앞을 거쳐 삼송역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서삼릉누리길은 걷다가 시간이 난다면 서삼릉에 들러 조선 왕조의 왕릉을 두루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한 길이다.

우리는 북한산 입구에서 출발해 원당역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두 개 코스를 전부 도착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고양시 외곽에서 시작해 고양시 중심으로 들어오는 코스를 택했다.

녹음 우거진 숲길, 참 걷기 좋다

한북누리길은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한북누리길은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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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누리길은 창릉천을 지나 북한산 온천 앞에 이르렀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녹음이 우거져 있었다. 바람이 살랑거리면서 불어 걷느라고 이마에 흐르기 시작한 땀을 살포시 식혀줬다. 이런 길은 옥녀봉 입구까지 이어진다.

옥녀봉 입구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옥녀봉에 들르는 길과 직진하는 길. 예전에는 옥녀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이었으나 지금은 계단을 조성해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게 해놨다. 만일 그 길을 택한다면 마음의 준비는 해두는 게 좋다. 생각보다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으므로. 하늘의 옥녀가 이따금 와서 놀던 곳인데 인간이 쉽게 올라가면 쓰나.

한북누리길 중고개. 예전에 스님들이 많이 다녔다고 해서 중고개라 불린다.
 한북누리길 중고개. 예전에 스님들이 많이 다녔다고 해서 중고개라 불린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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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녀봉을 지나 한참을 걸으니 정성스럽게 쌓아놓은 돌탑이 나타난다. 고양누리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돌탑은 길을 정비하면서 나온 돌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돌무더기를 만들어놓으면 이 길을 지나다니는 이들이 길 위에 구르는 돌을 집어 그 위에 올려놓으면서 돌탑이 제 모습을 갖춰가게 된다는 게 정창식씨의 귀띔이다.

걷기 좋은 숲길을 벗어나자 잘 포장된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는 세 갈래로 나뉜다. 구파발, 파주, 의정부 이렇게 갈라진다. 우리는 일영로를 따라 걷다가 아구찜으로 유명한 경남식당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한북누리길을 걸을 때마다 들르는 식당이다.

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졌다. 한북누리길을 걷다보면 '땅땅' 콩을 볶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데, 인근 군부대에서 나는 총소리다. 놀라지 마시길. 대신 위험할 수도 있으니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길이 예전에는 군사요충지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복수를 다짐한 숫돌고개

여석정.
 여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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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나무 쉼터와 오동나무 쉼터를 지나면 여석정(礪石亭)이 모습을 드러낸다. 계단 양옆으로 '산불감시초소'라고 낙서처럼 적혀 있는데 산불감시초소는 아니고, 쉼터이자 전망대다. 통일로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여석정 위에 올라가면 가슴이 탁 트이면서 시원해진다.

여석정은 숫돌고개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여석이 바로 숫돌을 의미한다. 숫돌은 칼을 가는 돌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일 테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마당 한 켠에서 어머니가 숫돌에 칼을 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에 누가 집에서 숫돌에 칼을 가나. 그냥 휴대용 칼갈이에 쓱쓱 갈 뿐이지.

여석정을 지나 삼송역까지 가는 길 사이에 숫돌고개가 있다. 이 숫돌고개의 유래는 임진왜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이여송은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도우러 왔다. 하지만 폼만 잔뜩 잡았을 뿐 정작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여석령에서 왜군에게 패한 이여송은 이 숫돌고개에서 칼을 갈면서 복수를 다짐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 전설이 여석정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명량>이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하면서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니, 여석정의 의미도 다시 짚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좋을 것 같다.

서삼릉누리길
 서삼릉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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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송역에서 한북누리길은 끝나지만, 서삼릉누리길로 이어진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고양힐링누리길'이 새롭게 일깨워주는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가 멋지게 심어져 있는 고양고등학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메타세쿼이아가 가장 빛나는 계절은 여름이라는 생각을 고양고등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한다. 고양고등학교 앞을 지난다면 잠시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을 걸어보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이 길에서 솔개약수터를 지나 농협대학 앞까지 이어지는 길, 정말 걷기 좋다. 함께 걷는 김운용 녹지과장이 "정말 좋다"라는 감탄사를 거듭 쏟아낸다. 누구라도 이 길을 걸으면 김 과장처럼 감탄사를 쏟아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라.

서삼릉 앞을 지나 수역이 마을 앞에 이르렀을 때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말짱하게 맑은데 빗방울이라니' 했는데 우리가 배다리 술 박물관 앞에 이르렀을 때는 그새 빗줄기가 됐다. 여우비가 내린 것이다. 이런 날씨를 예전에는 '호랑이가 여우한테 장가가는 날'이라고 했던가.

배다리 술 박물관
 배다리 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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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막걸리에는 두부김치 안주가 짱.
 배다리 막걸리에는 두부김치 안주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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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했다. 배다리 술 박물관에 왔으니 비를 잠시 피할겸 배다리 막걸리로 목을 축이기로 했다. 배다리 술 박물관은 두 층짜리 건물인데 2층에 박물관이 있고, 1층에서는 막걸리를 판다. 이곳 배다리 술 박물관에서 원당역까지는 걸어서 5분 남짓이다.

걷느라고 땀을 흠뻑 흘린 뒤에 마시는 막걸리는 엄청나게 시원하고 달았다. 이 길을 찾는 분들은 다 걸은 뒤에 꼭 배다리 술 박물관에 들러 고양시 특산품 배다리 막걸리 맛을 보시길 권한다.

[한북누리길] 6.5km, 삼송역 - 여석정 - 옥녀봉- 중고개 - 북한산 입구
[서삼릉누리길] 8.28km, 원당역 - 배다리 술 박물관 - 수역이마을 - 서삼릉 - 천일(솔개)약수터 - 삼송역


태그:#고양힐링누리길, #고양누리길, #한북누리길, #서삼릉누리길, #도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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