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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 격추한 미사일이 사실상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결성한 우크라이나 반군의 것으로 결론 내려지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객기 격추에 관한 대화를 나눈 분리주의 반군과 러시아 공작원의 전화통화를 도청한 자료 2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도청자료에서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반군 대원이 러시아 정보 장교에게 "페트로파블로프스카야 광산 인근에서 비행기를 격추했는데 처음 발견된 희생자가 민간인 여성"이라고 보고했다.

또 다른 자료에서는 반군 대원이 "(격추된 비행기가) 민항기이고 여성과 아이들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보 장교가 비행기에 무기가 실렸었느냐고 묻자 "이 대원은 수건이나 의약품 등 모두 생필품뿐"이라고 답했다.

도청자료를 공개한 발렌틴 날리바이첸코 우크라이나 정보국장은 "(여객기 격추가) 러시아와 반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라며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더 많은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러시아 반군 소행으로 사실상 결론...  반군 '반발'

미국도 사태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식 입장을 보류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반군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한 여러 정황이 있다"며 "하지만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정보당국은 피격 여객기가 러시아제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 '부크 미사일(SA-11)'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럭에 실어 이동하는 1970년대식 구형 미사일로 25㎞ 고도까지 목표물을 격추할 수 있는 데다가 레이더가 목표 항공기의 기종을 식별할 수 없어 가장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반군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도청 자료를 믿을 수 없다며 "비전문적인 선동이라고 반발했다. 반군은 국제조사단의 사고 현장 방문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이 사고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혹한 러시아와 반군은 휴전을 제안했다. 부담이 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군 지도자들을 만나 사고 원인과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3일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임시 휴전할 것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단언하지 않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역의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평화가 정착되고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다면 이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크라이나를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국제사회의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국제조사단의 자유로운 현장 접근과 조사권 보장을 요구했고,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 있는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말레이시아도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사고로 가장 많은 189명이 목숨을 잃은 네덜란드는 신속한 현장조사를 위해 감식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급파했으며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외부의 입김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조사를 국제사회가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사고현장이 심하게 훼손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인근 주민과 반군이 사고 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쓸만한 유류품과 비행기 부품 등을 무단으로 주워가거나 어지럽혀 놓으면서 결정적인 증거가 훼손되거나 유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인 사망 첫 확인.. 오바마 '러시아 배후 지목'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 사고 현장에서 181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수습된 시신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관할하는 카르키프로 옮겨져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친러시아 반군의 갈등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만약 여객기 격추가 반군의 소행으로 확인되면 전 세계가 푸틴과 반군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기자회견을 열고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에 최소 1명의 미국인이 타고 있었다"며 "미국인 퀸 루커스 산츠먼의 사망을 확인했고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미국인의 희생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피격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반군이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꾸준히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사실상 러시아를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어 "분리주의자들이 이 지역에서 항공기를 격추시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러시아의 지속적인 지원에는 중화기와 대공무기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즉각적인 휴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처럼 국제적인 비극에서 드러난 끔찍한 진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전 세계의 시선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향해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연방수사국(FBI)과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인력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한다.

앞서 17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접경지역 상공에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여객기가 미사일에 맞아 추락하면서 탑승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태그:#말레이시아 여객기, #여객기 피격, #우크라이나,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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