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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를 벗어난 순례단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산업도로로 접어들고 있다.
 시내를 벗어난 순례단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산업도로로 접어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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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도보순례단이 걷는 걸음의 횟수만큼 성원하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낡은 1톤 화물차량 운전자는 '세월호 도보순례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시원한 음료와 초콜릿 등을 선뜻 내주며 "고맙고 미안하다, 팽목항까지 완주하길 기원한다"는 성원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 6월 27일부터 '별들과의 동행' 순례단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며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부터 진도 팽목항까지 16박 17일 1146km에 달하는 도보순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보순례 6일 차인 지난 2일 대전광역시에서 출발해 충남 논산까지 도심과 산업도로를 걸어야 하는 위험하고 아찔한 41Km 구간에 철도노조 해고노동자와 가정주부가 합류했습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도 우리를 응원하러 왔습니다. 도보순례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25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만큼 통솔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출발에 앞서 허태정 구청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을 챙기고 늘 마음속으로 함께 하겠다"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김현철 순례단 상황실장은 "도보 대장의 인솔을 잘 따라 주시고 돌발 행동을 자제해 달라"며 "우리는 개인이 아니고 유족을 어깨에 모시고 간다는 생각을 가져라"며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응원 "늘 기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달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숙소를 출발하기 전 서로를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숙소를 출발하기 전 서로를 격려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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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배달 기사라고 밝힌 한 시민이 시원한 이온음료로 순례단을 응원했다.
 가스배달 기사라고 밝힌 한 시민이 시원한 이온음료로 순례단을 응원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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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도심을 빠져나가야 하는 우리는 송정근 도보대장의 인솔에 따라 이상수(32)씨의 깃발을 선두로 길을 나섰습니다. 79살 어르신 뒤에서 열과 줄을 맞추려 노력하며 출근에 바쁜 시민들 사이에서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유성생명과학고등학교 앞 행단보도에 걸음을 멈춘 사이 2.5톤 화물차량이 서더니 초콜릿 한 상자를 주면서 '화이팅'을 위치고는 유유히 떠나갑니다.

유성에서 진잠동 쪽으로 가는 도중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부족한 물품이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어" 연락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그 분께서 우은주 총무에게 물품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얼마 가지 못하고 1톤 가스배달 차량이 또 순례단을 막아섰습니다. 차에서 내린 시민은 시원할 때 드시라며 이온음료를 놓고 갔습니다. 

오늘은 걸어야 하는 구간에 자꾸만 걸음을 멈추면서 길거리 공원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대전을 떠난 일행이 논산시에 접어든 오후 3시 경찰 차량이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에스코트를 하겠다고 도움을 주면서 속도를 내봅니다. 올여름 장마를 알리는 소나기가 내리면서 엉덩이까지 축축하게 젖어 옵니다.

6시 29분 오늘의 목적지인 논산시 내동 참사랑아파트 앞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부여군에서 피자집을 한다는 구본중씨 일행과 논산 민주노총, 민주시민연대 등 많은 시민이 필요한 물품과 먹거리도 가져와 박수로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한쪽에서는 천만인 서명과 일행을 환영하는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논산에서 학원을 한다는 유육형씨는 "세월호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또 다른 시민은 "무더운 날씨에 16박 17일의 도보순례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지만 온 국민이 지켜보고 응원하는 마음은 한결같다"며 "국가는 조속히 특별법을 제정하여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줘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팽목항까지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도움 절실"

충남 논산시 내동 참사랑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충남 논산시 내동 참사랑 아파트 앞에 도착해서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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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동 가만있지 않겠다!'의 김진혁씨는 "세월호 참사가 월드컵 열기로 잊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급하게 도보순례를 준비하느라 비용도 물품도 부족하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식사와 숙소를 해결하면서 이곳까지 왔다"며 "정부는 유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면 우리가 팽목항에 도착할 때까지 한 분도 남기지 않고 실종자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역에서 오카리나 연주가로 더 유명한 구본중씨는 <님은 먼곳에>란 곡을 시작으로 오카리나 연주를 이어갔고, 시민들의 서명도 줄을 이었습니다. 내일 또다시 도보순례에 나서야 하는 순례단을 위해, 환경단체를 운영하며 멸종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 서식지를 찾아 보존하고 있는 권선학 논산환경센터 대표가 저녁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순례단 뒤치다꺼리를 맡은 우은주 총무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참석자에게 비용을 받지 않고 유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 가지고 출발하면서 입고, 먹고, 자고 것 외에 간식에 의약품까지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물품과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며 "팽목항까지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숙소인 논산 다예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원장님의 따뜻한 아침까지 받았습니다. 순례단과 4일간 함께 걸으며 정이 들었던 기자도 오늘로서 다음 일정을 위해 이곳에서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세월호 보도순례단은 앞으로 익산시(3일), 전주시(4일), 정읍시(5일), 장성군(6일), 광주광역시(7일), 나주시(8일), 무안군(9일), 해남군(10일), 진도군청(11일), 팽목항(12일)까지 가는 일정이 남아 있습니다. 


태그:#세월호, #도보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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