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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야, 패스해!", "OO님이 막아주세요."

운동장 밖의 참가자들은 서로의 이름들을 자연스럽게 부르며 각자 팀의 선수들을 응원했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서로의 눈을 맞추며 공을 주고 받았다. 그때 팀원의 패스를 받은 박소연(23)씨는 힘껏 슛을 던졌고, 그대로 골대로 들어갔다. 어수선하게 우왕좌왕하다 들어간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패스플레이로 연결된 확실한 골이었다. 장내는 환호성이 흘렀다.

"소연아! 너무 잘했어, 정말 수고했어!"

결승골을 던지는 박소연양
▲ "왼손은 거들뿐" 결승골을 던지는 박소연양
ⓒ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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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인터넷 신문사 <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하는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이하 오기만) 50기 2일차. 이날 일정에는 강의 외에도 '운동장에서 함께 어울리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높은 참여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오기만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다수 참가하는 행사다. 그에 따라 남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운동장에서 남녀가 함께 공으로 즐길 수 있는 운동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개발한 '남녀축구'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한 팀에 남녀를 혼성하여 같은 비율과 숫자로 서로 팀을 맞춘 후, 상대편 골에다 공을 넣으면 득점이다. 기본 규칙은 핸드볼과 비슷하지만 오히려 더 쉽게 익힐 수 있다.

단, 여성참가들을 위한 배려가 있다. 첫째, 여성참가자는 드리블이 불필요하다. 그러므로 공을 끌어안고 골대로 돌진하는 행동도 가능하다. 둘째, 여성참가자가 남성참가자를 수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위도 허용된다. 셋째, 오직 여성참가자만이 득점이 가능하다.

한발 더 나아가 남성참가자는 핸디캡까지 있다. 어떠한 상황에도 백패스 금지. 상황이 이쯤되니 서로의 팀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작전이 필요해진다. 참가자들은 경기 시작 전 옹기종기 모여 작전회의에 들어간다.

팀을 나눠 경기를 앞두고 한 컷
▲ "전쟁의 서막" 팀을 나눠 경기를 앞두고 한 컷
ⓒ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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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구기종목은 사실 다양하지가 않다. 기껏해야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주며 하는 보호피구 정도. 그나마 남녀성비가 맞아야지만 가능하다. 이번 오기만 50기는 유래 없이 남성참가자들이 많아 이마저 불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참가자들 상호간 교류뿐만 아니라, 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에 있다. 다수의 남녀가 한 팀이 되어 작전을 짜고 팀워크를 발휘하게 되는 '남녀 축구'는 확실하게 기대한 효과가 나타난다.

행사에 참가한 기자는 저 드리블 후 대참사를 당한다.
▲ "잠깐의 영광" 행사에 참가한 기자는 저 드리블 후 대참사를 당한다.
ⓒ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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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눈을 맞추고 이름표에 쓰여진 이름을 부르며 공을 주고 받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다음 대화에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비단 남녀 사이의 참가자뿐만 아니라 동성의 참가자도, 참가자로서 다가가기 어려웠던 오연호 대표기자와의 관계에서도 물꼬가 트였다.

또, 여성참가자들이 공을 들고 뛰어다니는 바람에 수비하는 팀과의 경합은 주로 몸싸움일수밖에 없다. 이 점이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적과의 동침'을 가능하게 한다. 목적과 효과가 확실한 프로그램이라 할 만하다.

'메시'라 불리며 경기장을 휩쓴 여신주현님
▲ "일기당천" '메시'라 불리며 경기장을 휩쓴 여신주현님
ⓒ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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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마치고 난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서로의 서먹함과 긴장이 해소되었다는 것이 확연히 나타난다. 정여경(24)씨는 "'남녀축구'를 통해 확실하게 친해졌다. 서먹하기만 했던 관계에서는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저녁식사 후에는 식사를 하던 식탁에 추가로 한 두 명씩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는, 이전 식사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펼쳐졌다.

한가한 농촌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는 참가자들을 저 멀리서 바라본다면, 오손도손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태그:#오연호의 기지만들기, #오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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