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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청은 지난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벤처타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법정단체 설립 허가증을 교부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4월 30일 서울 서초구 소재의 벤처타워에서 소상공인연합회 법정단체 설립 허가증을 교부했다 ⓒ 중소기업청

720만 소상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소상공인연합회(아래 연합회)가 지난달 설립등기를 마치고 법정단체로서 출범했다. 연합회의 출범은 소상공인지원특별법이 지난 2011년 말 국회를 통과한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일궈낸 성과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연합회 출범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두 갈래로 쪼개졌던 양 단체는, 지난해 12월 30일 통합의 물꼬가 극적으로 마련되기까지, 각자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각각 네 번씩이나 총회를 치르는 어려움도 겪었다. 또 양분됐던 연합회가 하나로 통합된 이후에도 중소기업청(아래 중기청)은 "소상공인지원법에서 규정한 법적 적격단체가 하나도 없다"라며 설립 허가 신청을 반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숱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상황에서 법정단체 출항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터라, 이를 지켜본 소상공인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의 단합과 화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우선 경제적 자립을 이뤄야 하며, 이와 함께 정치·사회적 위상 정립을 통해 자생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합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소상공인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적 자립은 언제쯤?

소상공인연합회가 출범한 지 2개월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 사무실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력 채용·사무실 마련 등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운영 경비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합회 회장단 이하 집행부는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경비 확보를 위해 특별찬조금을 거두거나 중소기업청을 포함한 관련 단체에 지원요청을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수차례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아래 중기중앙회)에 협조를 구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연합회의 독립성 제고 측면에서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기중앙회는 지금도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연합회가 본격으로 활동하게 되면, 중앙회는 기존 소상공인 관련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연합회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선 중기중앙회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사무국 운영경비 확보 방안도 마련치 않고 설럽허가를 먼저 내준 중소기업청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일을 하는 것 아니냐며 빨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라며 은근히 압박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포함한 관련 단체의 한 해 예산만도 엄청난 걸로 알고 있는데, 사무실도 없는 연합회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연합회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라도 관련 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언론에서는 '사무실 통합 무산'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까지 써가면서 자칫 내부 분열을 야기하는 기사까지 만들어내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연합회의 한 단체장은 "연합회 출범 이전에, 두 갈래로 분열됐던 양 단체가 통합을 선택한 것은 720만 소상공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사무국 운영경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연합회의 노력은 뒷전인 채, '사무실 통합 무산'이란 자극적인 문구로 통합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해당 기사의 본질이 어디에 있든, 연합회의 최대 당면과제는 경제적 자립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거기엔 통합 이전의 혹시 모를 앙금이 남아있다면, 이를 말끔히 해소한 후의 경제적 자립이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자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합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표류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외부요인도 있겠지만, 내부요인도 상당부분 존재했다"며 "그동안 사안에 따라 뭉치기는 했지만, 720만 소상공인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는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권익수호 역시 아직은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또 내가 소상공인이라는 자의식도 현재로선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적 자립은 현 시점에서 그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를 토대로 한 자생력은 연합회의 법적지위 확보에도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 정치적 위상 키워야

연합회의 정치적 위상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연합회가 720만 소상공인들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목적사업을 수행하고 또 발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수혜대상으로만 여겨져 온 탓에, 사업구상부터 실행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으로 참여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연합회 출범 이전에는 중기중앙회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소상공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합회가 출범한 이상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는 게 소상공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소상공인 일각에선 "필요하다면, 전국경제인연합회처럼 정치적인 로비도 해야 된다"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열쇠법 제정부터 미용사법 독립에 이르기까지 각 업종별 단체에선 법‧제도 정비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대기업들은 전경련을 앞세워 자신들에게 불리한 적합업종제도, 공정거래법 등을 손질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 6단체로서 얻게 될 지위와 역량을 정치적으로 십분 활용해달라는 것이 소상공인 업계의 바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보여준 소상공인들의 정치적 위상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망원시장상인회 김진철 사무국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 2번 공천을 받아 서울시의회에 입성했고, 광명시소상공인연합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카포스 이영호 광명시지회장(새정치민주연합)이 광명시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대통합 통해 사회적 위상도 높여야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소상공인 적격단체로 판정을 받은 32개 소상공인 단체로 법정단체 출발을 선언했다.

하지만 소상공인 업계에는 이들 적격단체 외에도 소상공인과 법인이 혼재된 중기중앙회의 회원 단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야당 성향의 단체, 그리고 직능단체를 포함해 약 100여 개가 넘는 업종별 단체들이 골목경제의 주체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이들 단체와의 통합도 앞으로 연합회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이는 연합회의 향후 활동에 있어서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대의적 명분을 얻어내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연합회는 법정단체 출범 직후 소상공인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연합회 회원단체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소상공인 업계의 야당으로 통하는 일부 단체와의 해묵은 갈등도 넘어서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한 이들 단체들의 투쟁 수위는 다소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얻어낸 성과도 많았다. 중기중앙회 앞에서의 장기간 농성으로 유통법과 상생법의 개정을 이끌어냈으며, 최근에는 도매업의 적합업종 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이끌어냈다. 이를 계기로, 동반성장위와의 협상 테이블에 함께 자리를 하는 등 연합회와의 접촉 횟수도 많아졌다.

연합회 내부적으로도 이들과 연대할 경우 연합회의 대내외적 활동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소상공인연합회#전국유통상인연합회#중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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