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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도지사 선거 결과가 여야가 8:9의 성적을 거둔 것을 놓고 선방, 박근혜대통령 구하기 성공과 같은 후일담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심은, 여당이 잘못했지만 야당도 믿지 못하겠다며 전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세월호 참사라는 쓰나미 속에 치뤄진 이번 선거전에서 청와대와 검찰, 언론은 세월호의 본질이 '구원파' 유병언 회장이라는데 합의한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유병언 회장의 체포 작전을 극적인 형식으로, 대대적으로 국민들에게 홍보하는데 손발을 척척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통령도 유 회장 일가에 대해 청와대 공식 회의에서 날을 세우는 발언을 했다는 것도 크게 보도되었다.

검찰의 검거 작전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유병언 회장이 공공의 적이 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의 초동단계에서 해경이 드러낸 구출 작전 미흡과 같은 가슴 아픈 부분은 수사가 착수도 되지 않았고 언론의 그에 대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KBS에 대한 청와대 외압 사태로 KBS 노조가 총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다짐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유병언 체포 작전에 대한 검찰 발표와 이를 충실히 중계 방송하는 뉴스를 선거 기간 내내 접해야 했다.

총체적으로 볼 때, 6.4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검찰의 유병언 회장 체포 작전 전개와 그에 대한 언론의 중계방송 속에 치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세월호 선사의 부실경영, 선장 등 선원의 위기 상황 대처 외면, 정부의 해양 사고 구조작업 미흡 등인데도 세월호 선사의 대주주인 유병언 일가의 비리가 마치 사건의 핵심인양 검찰의 수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경찰 병력이 대대적으로 동원된 체포 작전이 연이어 헛다리를 짚는 식이 반복되면서 '안잡는거냐, 못잡는거냐'라는 의혹이 생기는 가운데 검찰은 수사 진전 사항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공개했고 언론은 이를 충실히,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것은 마치 검찰과 언론이 공동 작전을 벌이는 듯한 묘한 모습이었다. 세월호를 둘러싼 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무책임은 유병언 체포 작전의 그늘에 가려지는 모습이 연출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선거전이 전개됐다.

이 뿐 아니다. 청와대는 국가개조론을 발표하면서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의 사실상 해체 등을 앞세워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정부 기구 개편으로 제시하는 본말이 전도된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청와대가 앞장선 이런 모습은 언론에 의해 충실히 전파되었다. 대통령의 관련 담화 발표 당시 TV는 파격적으로 클로즈업 렌즈를 사용해 대통령의 눈물을 크게 확대시켜 방송했다. 이는 언론이 청와대의 홍보기구 역할에 올인 한다는 결정적 증거의 하나다.

현 정부가 세월호 참사 이전이나 그 발생 직후에 총체적 무능, 무책임 정부라는 비판의 수렁 속에 빠지면서 제기된 것이 정권의 언론통제 문제였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기간 동안에도 언론을 활용한 정권 홍보와 선거를 여권에 유리하게 몰고 가는 교묘한 작업이 '유병언 체포 작전' 등을 통해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여권의 이런 모습과 함께 기이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태도였다. 이 거대 야당은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정부의 책무인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유병언 회장 체로 작전만이 전개되는 것과 같은 현상에 대해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야당은 사고 발생 직후 드러난 정부기관의 직무유기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유병언 회장이 세월호 책임의 주인공으로 부각되는 것을 방관했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에 대한 최상의 정치적 서비스를 게을리 하는 정치권과 탐욕스런 자본이 빚어낸 사회적 타살의 성격을 지녔다. 이 참사가 6.4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집권층은 면죄부를 받고 야당은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묻혀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경우 언젠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뒤를 이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16명은 아직도 구조되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포함된 정치권이 이번 선거를 전후해 보여준 행태는, 정치가 국민을 괴롭히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을 것 같지 않다는 실망감이다.

여권은 언론과 검찰을 잘 요리하는 강력한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잔꾀를 부리는데 익숙하다. 야권은 수권정당의 의지와 능력,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국민을 실망시키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다행스런 것이 하나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 13명이 당선되면서 교육 혁명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교육은 이 사회 미래를 결정짓는다. 교육의 정상화는 언젠가 정치를 포함한 전체 사회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해준다. 유권자의 선택이 교육 혁명을 촉발할 수 있는 토대의 제시로 나타난 것은 정치권에 대한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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