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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청와대 비서실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이 연출됐다고 보도한 CBS 노컷뉴스에 8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아래 CBS 노조)가 성명서를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연출 논란을 보도한 CBS 노컷V
 박근혜 대통령의 조문 연출 논란을 보도한 CBS 노컷V
ⓒ CBS 노컷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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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조는 '청와대의 소송을 적극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기사를 쓴 이유와 과정을 소개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청와대를 힐난했다. 노조의 성명서가 알려지면서 누리꾼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23일 김상철 위원장과 서면으로 청와대의 CBS 소송에 대한 입장과 성명서에 대한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성명서에 대한 반응에 놀랐다"로 시작한 김 위원장은 높은 조회수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눌려있던 정권에 대한 이반된 민심과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저희 성명서를 보고 분출 되었던것 겉다"고 화제가 된 이유를 추측했다.

청와대가 CBS를 상대로 소송한 것은 승소의 목적보다 CBS마저 권력에 굴복시려는 일종의 압박용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지난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언론에 대한 통제는 여러 방법으로 치밀하게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는 언론사 사장을 친정부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사유화가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한 듯 하고, 이제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C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대한 탄압을 방심위를 통한 징계와 소송을 통해 직간접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대책 마련에 매진해야 할 정부가 CBS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전체를 통제해 정권의 안위를 지키려는 저급한 꼼수"라고 일갈했다.

노조의 성명서에 경영진은 불편하지 않았을까? 이에 김 위원장은 "그동안 CBS에 대한 제재와 소송은 연례행사였다. 이번 소송도 끊임없이 저희를 통제하려는 정권의 의도라고 판단한다"면서 "CBS가 대한민국 언론에서 차지하는 선한 기능에 대해 노사가 다른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진에게 이 사건에 대해 노조의 성명서와 같은 입장표명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단순한 경영의 논리보다 CBS가치를 더 소중히 여길 거라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CBS지부 김상철 위원장과 나눈 일문 일답이다.

김상철 CBS  노조위원장0
 김상철 CBS 노조위원장0
ⓒ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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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조문 연출을 보도한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아래 손배소)을 제기했어요. 거기에 대한 CBS노조의 성명서가 인터넷에서 뜨겁습니다.
"성명서에 대한 반응에 대해 저희도 놀랐습니다. 평소 노조원 중심의 홈페이지로 이용되었기에 방문자 수가 제한되었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외부로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몇몇 온라인 방문자가 SNS를 통해 저희 성명서를 전파했고요. 뜻하지 않게 노조홈페이지 방문 조회수가 15만 건을 넘었습니다. 댓글도 수 천개가 게시되었고요. SNS의 위력을 확인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눌려있던 정권에 대한 이반된 민심과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저희 성명서를 보고 분출되었던 것 같습니다."

- 청와대의 손배소는 승소보다는 CBS마저 권력에 굴복시키려는 압박용 같은데.
"지난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언론에 대한 통제는 여러 방법으로 치밀하게 진행되어 왔다고 생각됩니다. 그 결과가 최근 세월호에 대한 언론 통제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선 개선 및 언론통제를 하지 않겠다던 공약은 이미 폐기된 것이고요. 공영방송에 대한 통제는 언론사 사장에 친정부 인사를 배치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사유화가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이제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C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대한 탄압을 방심위를 통한 징계와 소송을 통해 직간접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CBS는 역사적으로 낮고 소외된 자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감당해 왔기에 정통성이 부족한 정권에게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지만 정권의 지배력이 미칠 수 없기에 그동안 유무형의 압력을 통해 순치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군사정권에서의 언론통폐합으로 보도기능 박탈, 광고기능 중단 등이 있었고요, 최근에는 유사보도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대책 마련에 매진해야 할 정부가 CBS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전체를 통제해 정권의 안위를 지키려는 저급한 꼼수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CBS 소송은 정권 안위 지키려는 저급한 꼼수"

- 성명서를 보면 적극 환영한다는 등 청와대를 비꼬는 듯한 느낌입니다. 노조의 성명에 대해 경영진은 불편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동안 CBS에 대한 제재와 소송은 연례행사였습니다. 이번 소송도 끊임없이 저희를 통제하려는 정권의 의도라고 판단합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청와대 소송에 대해 분노해서 강한 톤으로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식과 염치가 없는 정권에 대해 이 정도 톤이 적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사측의 반응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CBS가 대한민국 언론에서 차지하는 선한 기능에 대해 노사가 다른 입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진에게 이 사건에 대해 노조의 성명서와 같은 입장표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사측도 반길 사안은 아니겠지만 단순한 경영의 논리보다 CBS가치를 더 소중히 여길거라고 생각합니다."

- 또한 성명서를 보면 "잊혀질 만하면 CBS를 때려줌으로써,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가 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청와대의 세심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란 표현이 있는데요, 권력과 언론이 긴장관계가 유지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언론은 정치권력 및 자본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라고 만들어졌습니다. 그 목적때문에 각종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존재 이유를 망각한다면 언론은 또 하나의 권력이 되겠죠. 언론은 속성상 감시해야 할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어서, 권력은 언론을 이용하려고 하고 따라서 언론은 늘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최근 기레기니 1호 기자니 하는 비아냥 등은 이미 권력화 되어버린 언론인에 대한 국민적 실망의 표현입니다. 비판받지 않는 권력보다 더 나쁜 건 권력의 부수물이 되어버린 언론입니다. 참 언론은 정권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그에 따른 피해는 저희 언론이 안고 가야할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눈치봐야 할 대상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입니다. 지금처럼 언론이 권력과 긴장관계가 아닌 특수관계가 된 듯한 상황에서 아직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는 CBS에 대한 소송은 정권 스스로 CBS가 정론이라는 것을 인정한 듯 해서 그런 표현을 한 것입니다."

- 지난해 말 방통위가 CBS보도를 유사보도로 규정했을 때 성명에서 사측을 향해 "이런 수모를 접하고도 기계적 중립성만을 강조할텐가?"라고 비판하셨는데 이후 달라졌나요?
"지난해 연말 정권에서 방통위를 통해 CBS에 대해 유사보도 운운하며 CBS존재가치에 대한 부정을 시도했죠. 물론 한국언론 장악을 꿈꾸는 그리고 상당 부분 목표에 근접한 현 정권의 또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그때 성명서에서 사측을 공격한 것은 CBS 언론의 공정성을 사측이 의도적, 지속적으로 왜곡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언론에서 누구보다 공정한 언론임을 자부하고 있습니다. 왜곡된 현재의 언론환경에서 이 정도면 공정하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더 완벽한 공정성, 그리고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각인하기 위해서 저희는 끊임없이 반성하고 각성해야 합니다. 언급하신 부분은, 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할 만한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구성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를 밝힘과 동시에 사측에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언론에서 특수한 위치에 있는 CBS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또한 끊임없이 자본권력의 압박과 회유가 시도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경영자는 그에 따른 유혹도 있을 수 있고요. 언론은 특히 CBS는 공정성에 대한 더 엄격한 잣대와 낮고 소외된 자를 위한 사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언론장악의 문제점이 세월호로 드러난 것일 뿐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하시던데.
"되묻고 싶은데요, 한국언론의 독립성이 지켜진 시기가 있었나요? 정도의 차이, 방법의 차이가 있었지만 한국언론의 역사는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의 역사입니다. 키워드만 열거하면 이승만 정부의 국가보안법, '언론정책 7개항', 신문사 폐간, 박정희 정권의 언론검열, 정수장학회, 경향신문 매각, 긴급조치,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및 언론인 해직, 5·18 보도통제.

이와같이 90년대까지는 직접적인 언론통제였다면 이명박 정부부터는 언론사에 대해 교묘한 언론통제가 이뤄졌다고 봅니다. 우선 종편을 통한 언론환경의 왜곡과 무한경쟁체제를 도입했고요, 공영방송의 사장을 통한 통제로 언론사 내부의 분란을 야기한 거죠. 그 외 언론의 다양성을 해치는 미디어렙법 도입 등이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언론이 공정보도 보다는 무한경쟁에 따른 속보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언론의 사명보다는 생존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언론, 그야말로 동물의 왕국이 된 거죠. 그 총체적인 부실과 왜곡이 세월호 사건 보도에 응축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세월호 보도 폐해는 국민적 관심에 의해 공개되었지만 그 외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한 밝혀지지 않은 왜곡보도는 얼마나 많을까요?"

-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보도국장과 사장등 간부급들의 세월호 망언들이 이어지는 건 어떻게 보세요?
"더 이상 국민이 두렵지 않은 거죠. 언론의 역할과 사명은 없어지고 내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눈치봐야 할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임명권자이니까요. 필요한 건 정치권력이고 자본이니까요. 편성권과 편집권을 장악했으니 큰 문제가 없었겠죠. 유가족의 그 절규도 방송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게 지금의 언론 현실 아닙니까?

공영방송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자사 보도를 통제하고 정홍원 총리는 국회에서 스스로 언론통제(본인 표현은 협조)를 했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대한민국입니다. 망언이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화, 일반화 되고 있습니다. 만일 CBS같은 일부 공정언론이나 SNS가 없었다면 그들의 발언이 이렇게 외부로 알려지기나 했을까요? 국민이 부당함을 주장하면 종북좌파세력으로 몰아버리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반성모드에 돌입한 언론, 이걸로는 부족하다"

- CBS는 보도국장을 노조에서 선거로 2명을 뽑으면 그 중에 사장이 입명하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보도국장과 노조의 갈등은 없을 것 같아요.
"보도국장과 편성국장의 노조원 추천투표제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시행되어온 CBS의 전통입니다. 최소한 언론으로서 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를 지키자는 취지입니다. 유효득표율 20% 이상을 득한 대상자를, 20% 이상의 대상자가 1인 이면 총 2인을 추천하는 제도입니다. 임명권자는 추천된 후보 중에서 1인을 지명하게 됩니다. 임명권은 사장에게 있지만 공정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최악의 후보는 제외시키는 안전장치입니다.

CBS가 공정한 언론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보도편성국장의 노조원 추천투표제와 전 직원들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의식입니다. 때문에 보도편성국장과 노조가 항상 좋은 사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정권과 언론이 항상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듯이 보도편성국장과 노조도 긴장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공정언론의 근간을 훼손하는 시도가 있다면 노조는 언제든 비판을 아끼지 않습니다."

- 세월호와 함께 한국 언론도 침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피해자 가족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 팽배한데 이것을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언론들이 작년 대학생들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처럼 반성모드에 돌입했는데요. 지난 목요일(22일)에는 언론 현업자들이 사죄와 반성을 담은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 논란이 있듯이 언론인들의 진정한 반성이라면 무릎을 꿇고 정말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악어의 눈물이라면 절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언론인들의 일회성 사과와 눈물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입니다. 만사지탄이지만 이번 기회에 뼈저린 반성과 참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결기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행동이 필요합니다. 지금 KBS 구성원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언론계 전체로 확산될 필요가 있습니다. 권력은 언제든지 언론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방심하고 나태해지는 순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언론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종복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희생을 감내할 행동이 지금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CBS, #박근혜 조문 논란, #CBS노조, #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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