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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에게 도깨비 방망이가 있다면 어떤 소원을 이야기할 거냐고 물었더니 시험만점 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다른 소원은 없느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했다.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면 엄마가 자기 소원을 모두 이루게 해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만점 받은 뒤에 엄마한테는 어떤 소원을 말할 거냐고 했더니 하루 종일 놀게 해주고 용돈도 많이 주셔서 문구사에서 사고 싶은 것들 모두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할거란다.

공부가 족쇄가 되어버렸다. 공부만 잘 하면 그 어떤 소원도 들어줄 수 있다고 서스럼없이 이야기하신 어머니를 도깨비방망이로 여기는 아이들이다. 무엇이든지 풍족하게 가질 수 있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는 문구사에서 과자하나 사서 입에 물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집으로 갔다가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엄마는 벌써 대학입시를 걱정하고 준비한다. 어른이 되고나면 별로 쓰임도 없는 수학문제 하나를 더 풀게 하고 우리 말도 모두 익히지 못한 아이에게 영어학원에서 어렵기만한 공부를 강요한다. 하루 종일 학원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도 숙제가 산더미다.

엄마는 영어나 수학성적을 보고 아이의 친구를 정해준다. 엄마의 말이 곧 법인 아이들은 엄마가 원하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엄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친구를 사귀고, 엄마가 원하는 꿈이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히 적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고 마음인 것을 아이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하는지도 몰라서 표현하기를 꺼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는 그 사랑을 꼭 쥐고 가려고 노력하다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벽을 만나면 그냥 놓아버린다. 그런 아이들이 갈 곳은 아무데도 없다. 왜 못하는지 근원을 알아보지도 않고 꾸중과 차별만이 아이를 향해 다가온다. 그래서 아이는 슬프다. 관심을 얻으려고 일부러 더 미운 행동을 해본다. 그러면 더 큰 꾸중과 비난만이 던져진다. 아이의 어깨는 한없이 무겁고 길은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비난부터 하고 그 비난이 힘겨워 덮으려고 한다면 길은 없다.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잘 살피고 찾아내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아이들의 소원은 늘 소박하고 단순하다. 그냥 친구와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고 싶을 뿐이다. 모두가 일등하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예전엔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아이였고 공부가 싫어 힘들어하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성적이 모든 걸 말해주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설 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우리가 안아주어야 한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신이 미운 오리새끼가 아니라 백조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태그:#아이들의 꿈, #미운오리새끼, #도깨비방망이, #엄마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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