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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파괴 논란으로 경기장 건설이 보류된 상황에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 일주일 만에 경기장 건설이 결정돼 큰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환경단체인 '우이령사람들'이 지난 2012년 가리왕산 조사에 나선 모습이다.
환경 파괴 논란으로 경기장 건설이 보류된 상황에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 일주일 만에 경기장 건설이 결정돼 큰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환경단체인 '우이령사람들'이 지난 2012년 가리왕산 조사에 나선 모습이다. ⓒ 우이령사람들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의 '500년 보호림'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가리왕산에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환경파괴 논란 탓에 보류된 것을 두고 '덩어리 규제'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27일 경기장 건설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속전속결이었다. 이날 산림청은 중앙산지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가리왕산의 일부 형질을 개발이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산지 전용 허가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불과 20일 전인 7일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는 올림픽 이후 산림생태 복원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보류한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부실한 복원 계획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묻지마 규제완화' 움직임 탓에 조선시대부터 보호된 숲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인 최중기 인하대 해양학과 교수는 "산림청이 너무 빠른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가리왕산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이를 승인해준 환경부와 산림청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복원 계획 수립하라"... 강원도는 '무시'

가리왕산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이 있다. 2012년 6월 가리왕산 중봉 지역이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전 세계에 환경올림픽을 열겠다고 강조했지만, 뒤로는 환경 파괴에 머뭇거림이 없었다. 같은 해 평창동계올림픽지원특별법이 마련되면서, 사전환경성 검토(현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무력화됐다.

보름 동안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500년 이상 보호된 숲이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컸다. 특히,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 스키 활강·슈퍼대회전 경기가 치러진 것은 단 6일에 불과했다.

산림청은 2013년 6월 가리왕산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다만, 올림픽 후 생태계 복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강원도는 바로 원주지방환경청에 환경영향평가서(초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올림픽 후 가리왕산 복원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원주환경청은 올림픽 이후 훼손지역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 구체적인 복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10월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본안)을 제출하면서 '자연천이' 복원방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연이 스스로 복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고동훈 원주환경청 환경평가과 팀장은 "내용은 부족했다"면서 "하지만 강원도 쪽에서는 빨리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원주환경청은 지난해 12월 강원도에 재차 구체적 복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강원도는 같은 날 바로 보완서류를 제출했지만 내용은 크게 달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월 원주환경청은 복원계획이 수립되면 다시 협의하자는 조건을 달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산림청까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경기장 건설은 사실상 확정됐다.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행정 절차의 매 단계 때마다 감독기관은 복원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매번 모르쇠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행정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 경기장 물색? 올림픽 보이콧?

경기장 건설이 확정된 이날 오후 환경단체들은 국회에서 가리왕산 경기장 논란을 다루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도중 산림청이 가리왕산 산지 전용 허가를 조건부로 승인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규석 국장은 "당초 4월 초로 예정된 회의가 오늘 열렸다"면서 "환경단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계속해서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가리왕산을 대체할 새로운 경기장 부지를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림픽까지 4년이 남은 만큼 가리왕산 경기장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이 환경 파괴 논란 탓에 대회 개최 1년 전에 바뀐 바 있다.

환경단체 '우이령사람들' 이병천 회장은 "일본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 당시 에니와 산에 만든 활강 경기장을 대회 이후 복원하려다 실패해 큰 비판을 받았다"면서 "일본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때 국제스키연맹(FIS)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환경올림픽'을 강조하며 올림픽조직위원회의 뜻을 관철해 환경파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생명의 숲' 유영민 정책실장은 "'합리적인 사후 이용관리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올림픽 경기 후 슬로프는 산림으로 복구∙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산림청 자문위원회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보이콧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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