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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측은 인수한 굿모닝 마트를 SSM(기업형슈퍼마켓)으로 불리는 롯데슈퍼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인수한 굿모닝 마트를 SSM(기업형슈퍼마켓)으로 불리는 롯데슈퍼로 운영하고 있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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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과 가맹점(동네슈퍼) 간 유통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행돼 오던 '우수체인사업자 지정제도'는 이미 사문화된 제도다. 지난 2009년 1월 근거 조항이었던 유통산업발전법 제17조가 일몰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 제도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체인사업자로 지정되면, 생필품과 공산품 공급외에도 주류를 슈퍼에 공급할 수 있는 주류중개면허를 국세청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한시적이나마 이 지정제도가 시행되면, 시행 기간 5년 동안 체인본부의 유통 경쟁력도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골목상권을 대형유통업체에게 빼앗긴 이후 생필품과 공산품 취급률은 급격히 떨어졌고, 또 대형마트로 쏠린 주류 메이커들의 차별적인 마케팅 정책 등으로 인해 체인본부의 경영환경은 오히려 악화됐다.

결국, 중기청은 지정제도가 일몰된 7달 뒤인 그 해 8월 체인사업자의 지속적인 경영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체인사업자 평가제도 운영요령'을 또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이 '평가제도' 또한 5년이 지난 지금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근자에 들어서는, 중소유통 체인사업자들의 고유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주류중개면허 영역까지 대기업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체인사업자 보호 암묵적 '룰' 롯데가 깨

롯데쇼핑은 지난 2012년 6월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회원사로 있던 CS유통을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체인조합은 기업결합을 심사했던 공정거래위를 수차례 찾아가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끝내 CS유통은 지난해 1월 롯데의 품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 당시 CS유통은 굿모닝마트(직영점) 35개와 하모니마트(임의가맹점) 176개를 둔 알짜배기 기업이었다. 또 우수체인사업자 지정과 함께 주류중개면허까지 갖고 있었다.

결국, 롯데는 대기업이면서도 임의가맹점형 체인사업자의 지위까지 얻게 된 셈이다. 인수 후 롯데 측은 굿모닝마트는 SSM(롯데슈퍼) 직영점으로, 하모니마트는 상품공급점으로 각각 분리 운영하며 잇속을 챙기는 꼼수까지 부렸다.

문제는 또 있다. 앞으로 롯데가 주류중개면허권을 내세워, 계열사에서 제조한 '처음처럼'이란 소주와 곧 출시할 신제품 맥주 등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서 수입해온 다양한 주류를 동네슈퍼에 직접 공급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서도, 이를 막을 그 어떤 제도나 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도 롯데처럼 기존 체인사업 인수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체인조합의 주장이다.      

체인조합 김승훈 상근이사는 "우수체인사업자 지정제도가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면, 롯데는 CS유통을 인수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최근 만난 대형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도 롯데 같은 편법을 써서라도 사업확장을 해야겠다는 말까지 털어놨다"라고 말했다.

CS유통 인수를 통해 롯데가 임의가맹점형 사업진출을 한 것을 두고 정부는 이게 기정사실인양, 그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김 이사는 또 "CS유통이 롯데로 흡수된 이상, 이제 더 이상 임의가맹점형 체인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누려서도 안 된다"라고 못박았다. 체인사업자는 주류중개면허가 나오는데, 롯데가 이를 이용해 주류중개업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임의가맹점형 체인업계로서는 좌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체인조합은 하루빨리 롯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중기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행 유통법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면, 유통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입니다."

롯데가 CS유통을 통해 임의가맹형 점포에 해당되는 하모니마트를 수도권에 확장하고 있는 것 또한 롯데가 기존 유통산업발전법을 위반한 편법사업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현행 '체인사업자 평가제도 운영요령'에 따르면 ▲직영점형(민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프랜차이즈형(민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편의점협회) ▲임의가맹점형(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조합형(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모두 평가 대상이다.

롯데 측은 CS유통의 임의가맹점이었던 하모니마트를 상품공급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 측은 CS유통의 임의가맹점이었던 하모니마트를 상품공급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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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중기청 "의견 조율 중"

롯데에 대한 체인사업자 재평가와 중개면허취소 요구에 대해, 중기청은 "현재로선 어렵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체인사업자 평가제도 운영요령에 따르면, 대기업도 체인사업자 평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 중기청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중기청 소상공인지원과의 한 사무관은 "현행 평가제도는 대기업도 신청이 가능하며, 몇 점 이상만 나오면 주류중개면허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며 "체인조합이 지난해부터 이와 관련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행법 하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체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유통업계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에 대해선 중기청도 공감을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 유통법 개정을 통해 제도상의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뜻을 국무조정실에 전달한 상황이며,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와도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자부도 롯데의 CS유통 인수처럼 대기업의 임의가맹점형 사업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선, 중소유통업체만이 가맹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유통법상 '임의가맹점형'의 사업 주체를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체인사업자 지정제도 연혁

-1974. 2 : 대통령 비서실의 '유통구조개선대책'에 따라 수퍼체인회사 지정
-1987. 3 : 연쇄화사업자 지정권을 시도에 위임
-1997. 7 :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하여 시행(도소매업진흥법 폐지)
-1998. 3 : 체인사업자 지정사업 주관처 중소기업청으로 이관
-1998. 8 : 우수체인사업자에 관한 운영요령 제정(중소기업청 고시 제1998-20호)
-2009. 1 : 우수체인사업자에 관한 운영요령 폐지(유통산업발전법 17조 일몰)
-2009. 8 : 체인사업자 평가제도 운영요령 제정(중소기업청 고시 제2009-30호)

* 지정 체인사업자에 대한 지원 사항

-지정 체인사업자 및 체인점포에 대해 점포시설개선, 유통정보화, 물류공동화사업 등에 
소요되는 자금 지원
-지정 체인사업자중 슈퍼마켓업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는 체인점포에 대하여 주류를
공급할 수 있는 주류중개업면허를 부여(주세법시행령 제14조 및 별표2의 제4항)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신문 43호(3월 2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롯데, #CS유통,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하모니마트, #굿모닝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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