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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종군 위안부 대한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이른바 '고노담화'까지도 수정하겠다고 벼르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제는 한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베는 지난 14일, 일본 의회에 출석해 '고노담화'에 관해 "아베 내각에서 재검토할 생각은 없다"고 표명했다.

아베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8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에서 "한국은 기본적인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며 "국회의 상황을 포함한 제반 사정이 허락한다면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넌지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을 비쳤다.

혹자는 이러한 일본의 태도 변화에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더 크게 본다면 이미 아베는 그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얻었다. 다시 말해 아베는 절묘한 승부수를 통해 얻을 것을 다 얻었으니, 이제는 발을 빼는 척하는 것이다.

이 점을 알기 위해서는 다시 지난해 12월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는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중국이나 한국의 반발을 모를 리 없는 아베의 이러한 참배는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 미국을 상대로 한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었다.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일컬어지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은 쉽게 말해 이제는 기나긴 중동전쟁에서 발을 빼고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모든 힘을 아시아로 재분배하겠다는 것이다. 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현실적으로 군사적 전략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고 바로 이것이 이른바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사일방어(MD)' 정책이다. 즉, 중국과 특히,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한국, 일본, 호주 등 이 일대에 미국 중심의 미사일 방어 기지를 건설하고 패권을 지켜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에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체제의 확보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 당근을 먼저 던져야 한다. 그래서 다시 군사 대국화를 꿈꾸고 있는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자체 군사력을 도모하는 것을 봐주겠다는 당근을 던졌다.

불행하게도 이미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군사적 자주권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에는 별다른 당근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렇게 미일 관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고 여기에 이미 한미 동맹이 있으니 이것만 엮으면 한미일 삼각 동맹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에 이러한 당근을 던지면서 한일관계 특히, 과거사 문제는 제발 좀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일본에 옆구리를 찔렸다. 하지만 아베는 바로 이 점을 역이용했다. 아베는 전격 신사 참배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마치 미국의 뒤통수를 치는 듯한 전략을 구사했다.

아베의 승부수 '공짜는 없다'... 확실한 당근 요구

그렇다면 아베는 무엇을 노렸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일본도 입장이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면서 미국에 반기를 든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베 역시 지금은 미국에 반기를 들 시기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어차피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베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게 한 번 강하게 치고 나서 아베는 바로 미국이 주는 당근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고도의 전략이었고 이는 나름대로 성공했다. 어찌 보면 '공짜는 없다'는 태도로 미국을 다시 한 번 밀어 부쳤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는 잃은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은 아베의 발을 빼는 듯한 행동에 "진정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직 한일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을 매개로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에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한 일본도 한국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적 현실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일본의 보수 정권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냈고 이를 살짝 주워담는 시늉으로 미국에 모양새를 맞추어 주고 있는 것뿐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 정부의 말이 맞는다면, 일본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어 놓을 때까지는 한미일 군사 삼각 동맹은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 보수 정권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이를 매개로 한 일본의 단계적 이익을 매개로 펼쳐지는 한미일 군사 동맹이 강화된다면 바로 이것은 북한의 반발을 넘어 중국,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러시아까지 이른바 북중러의 군사 삼각 동맹을 불러올 수도 있다.

작금의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새로운 냉전의 기류가 흐르고 한다. 하지만 원래 러시아 영토였던 크림 반도 문제와 외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누어져 냉전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쉽게 말하면 통일은 갈수록 멀어지고 분단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지금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가 삼각 군사 동맹을 맺어 한반도 특히, 북한 지역에 대규모 미사일 방어 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의 야심 찬 동아시아 전진 정책을 방어하겠다고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 다시 말해 북중러가 할 일은 없다.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전진(회귀) 정책을 가장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미국이 이러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매개로 하여 군사 재무장화를 통한 군사 강대국을 지향하겠다는 일본의 야심도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바로 한국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이른바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신설에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국민 앞에 펼치고 있다. 이 통일이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을 통하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나 공격으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또한,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의 강화는 북중러의 반발을 불려 오고 갈수록 통일은 멀어져만 간다는 것도 박근혜 정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흔히들 말하면 이른바 '북한 급변사태'를 통한 통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것이라는 것은 국제 정세에 조금만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만에 하나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통일의 가능성보다는 지역적 불안정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며 그 비용 부담은 평화적 통일 비용의 수천 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답이다

그렇다면 '통일은 대박'이라면서 '통일준비위원회'까지 설치하면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이율배반이 아니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너무도 간단하다. 바로 남북관계의 혁신적 개선이다. 이는 어쩌면 과거 7.4, 6.15, 10.24 합의와 선언 이상의 조치가 뒤따라야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남북 관계의 개선은 여러 가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선 가장 현실적으로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패권 전략을 완전히 수정하거나 철회하지는 않더라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가능성과 명분을 줄임으로써 점차 지역 안정화에 이바지할 수가 있다.

또한, 이러한 남북 관계의 개선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도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저지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가 아니라 시쳇말로 일본의 뒤통수를 멍하게 하여 군사 대국화로 나가려는 일본 보수 우익 정권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바로 이러한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통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진 정책의 후퇴와 수정은 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 목표라고 주장하는 북한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는 핵 보유의 명분이 줄여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서방세계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이렇게 남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핵 보유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하기에 남북한 간에는 단지 이산가족 왕래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수준의 합의가 아니라 이전 양국 정상들이 합의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도 통일 의지 하나 빼고는 모든 것을 양보할 태도로 변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권은 유한하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박근혜 정부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일본의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과거사 문제도 치유하고 통일을 달성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돌아가고 있는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큰 결단을 내리기를 다시금 촉구한다. 남북 관계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며 이러한 희망이 한낱 '한여름밤의 꿈'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태그:#아베 정권, #한미일 삼각 동맹, #남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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