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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사진)이 주도한 만능세포 논문 철회를 보도하는 일본 NHK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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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의료·과학계를 흥분시킨 일본의 신형 '만능세포' 연구가 결국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4일 만능세포로 주목받는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 고베의 이화학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고 STAP 세포 논란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관련 논문을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1월 <네이처>에 실린 STAP 세포 논문에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화상 데이터)가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연구소의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의 3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다케이치 마사토시 종합연구센터장은 "논문에서 신뢰성을 크게 해치는 잘못이 발견됨에 따라 즉시 논문을 철회해야 한다"며 "오보카타 주임이 이미지를 중복으로 사용한 것이 고의적인 행위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학연구소의 가와이 마키 이사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볼 때 과학자로서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잘못된 자료를 사용하면서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은 윤리에 어긋난 것이며,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요리 료우지 연구소 이사장도 "과학계의 신뢰성을 흔드는 사태를 일으켜 깊이 사죄한다"며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심각한 잘못이 있었던 것이 밝혀져 유감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만능세포 적극 지원한다던 아베 정권 '머쓱'

앞서 오보카타 주임이 이끄는 연구진은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 즉 STAP 세포가 된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입증하면서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STAP 세포는 노벨상까지 받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보다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데다가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아 암 발생 우려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지금까지의 생명과학 발전을 뒤집는 혁신적인 연구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달 STAP 세포 논문의 이미지가 부자연스럽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된 데 이어 공동연구원이자 논문의 주요 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가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확신이 사라졌다"며 논문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었다.

결국 조사를 벌인 결과 오보카타 주임을 비롯한 공동연구자 3명이 <네이처>에 실린 논문 철회와 함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STAP 세포 연구의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게 돼버렸다.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에서 강점을 보이던 일본 과학계는 물론이고 STAP 세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며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아베 정권은 머쓱하게 됐다.

특히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 주임은 30세의 젊은 무명 여성 과학자에서 단숨에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며 '과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으나 이번 사건으로 거센 비난을 받으며 순식간에 추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복수의 공동연구자들이 STAP 세포를 만든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논문 철회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다케이치 연구센터장은 '제3자 검증'을 제안하며 여지를 남겼다.

공동연구자인 미국 하버드 대학의 찰스 바칸티 교수는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논문 철회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작은 실수나 외부의 압력으로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