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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휴대폰 포장 상자를 쌓아둔 채, '영업정지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불로 태우고 있다.
이날 이들은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방통위의 27만원 보조금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 영업정지에 화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자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휴대폰 포장 상자를 쌓아둔 채, '영업정지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불로 태우고 있다. 이날 이들은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 방통위의 27만원 보조금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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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팔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동통신 시장에 기여해온 우리가 왜 사기꾼 취급 받고 굶어 죽어야 합니까."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에서 10년 넘게 이동통신 판매점을 해온 최원식씨의 하소연이다. 13일 오후 최씨 매장 직원들은 아예 문을 닫고 종로2가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이동통신 유통 종사자 결의 대회' 참석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이통사 장기 영업정지 여파로 어차피 가게를 찾는 손님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전국 휴대폰 판매상들 총집결... "통신사만 웃는 영업정지 철회해야" 

이날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에서 하나둘 모여든 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1000여 명에 달했다. 이동통신 유통업이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국적인 이동통신 판매점, 대리점 조직조차 지난 1월에야 겨우 설립을 마쳤다. 그만큼 '45일 영업정지' 폭발력은 대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미래창조과학부에 요청해 이통3사에게 모두 45일씩 사업정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각각 14일, 7일씩 영업정지를 추가했다. 앞으로 최대 3개월 동안 사업자별로 돌아가며 신규 모집이 금지되고 기기 변경도 제한돼 보조금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최소 한 달 반에서 3개월에 걸친 영업정지 기간 매장당 피해 규모는 월 1천만~2천만 원씩 모두 3천 만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기간 상당수 종업원들은 손을 놓거나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도 대부분 20~30대 청년들이었다.

이날 집회는 말 그대로 '방통위 성토대회'였다. 안명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아래 통신유통협회) 회장은 이날 "이통사 영업정지는 장기 제재 대가를 소상인들에게 요구하는 본말이 전도된 징계"라면서 영업정지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27만 원 보조금 규제 철폐, 장기 영업정지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롯데하이마트, 대형마트 등 대기업 양판점이 늘면서 골목상권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동통신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참여연대,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증권사에선 영업정지로 이통사가 오히려 더 이익을 본다고 분석했다"면서 "소비자를 '호갱'으로 만들고 중소 유통상들은 '폭리'를 취하는 걸로 몰리는 현 보조금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 역시 "45일 영업정지를 당한 이통사는 뒤에서 웃고 있는데 왜 판매상들만 눈물을 흘러야 하나"라면서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을 수 있도록 과징금을 확 올리던지 통신 요금을 내려주든지, 판매상의 눈물로 전가되지 않도록 보조금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대란 실체 없어... 잘못은 통신사가 해놓고 유통상 전가"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모여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27만원 보조금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 "생존권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하라"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대리점 대표와 종사들이 모여 30만 유통 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정지 철회와 27만원 보조금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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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유통상들을 대표해 자유 발언대에 선 최원식씨는 "출고가가 100만 원인데 누가 보조금 없이 제값에 단말기를 사려고 하겠냐"라면서 "보조금 규제는 이미 실패한 정책인데 정부가 돈 많은 이통사에게 세금을 걷으려고 말도 안 되는 '27만 원 규제'를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지난해 1000억 원 세금을 거둬갔는데도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통신요금 인하 같은 근본적인 대책은 놔두고 영업정지만 하고 있다"면서 "잘못은 통신사가 했는데 왜 우리가 굶어죽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조금 대란' 책임을 유통상에게 전가해온 이통사에 대한 불만도 컸다. 박희정 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이통사에선 보조금 책임을 유통상 잘못으로 돌리는데 정작 본사 차원에서 온라인이나 텔레마케팅으로 싼 값에 풀어 오히려 일반 유통상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1.23이나 2.11 같은 '보조금 대란'도 실체가 없는데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일부 물량 때문에 시장 교란 현상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통신시장 유통질서 건전화 대책'으로 내놓은 '유통점 인증제'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통신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유통점들을 인증할 자격이 없다"면서 "정작 불법을 저질러온 자기 회원사들은 가만 놔두고 왜 남의 회원들을 범죄인 취급하는가"라고 따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집회 도중 휴대폰을 불에 태우는 상징 의식을 치르려다 포장 상자만 태우는 걸로 바꿨다. 하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자 종이 몇 장 태우는 데 그쳤다. 처음 치르는 집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작은 촌극이었지만, 그동안 이통사와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를 아껴온 이통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면 더 큰 불로 번질 수도 있다는 나름 '경고'였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영업정지 정책에 실망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장기간 영업 정지에 난감한 휴대폰 종사자들 이동통신사들의 과도한 보조금 경쟁으로 45일간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영업정지 철폐 위한 30만 종사자 총결의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영업정지 정책에 실망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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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단말기 보조금, #이통사 영업정지, #방통위,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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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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