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첫 정발일인 2월 7일, 한 플레이어가 DDR을 플레이하고 있다. 어려운 채보도 척척 해내는 중이다.
▲ DDR을 플레이하는 한 리듬게이머 첫 정발일인 2월 7일, 한 플레이어가 DDR을 플레이하고 있다. 어려운 채보도 척척 해내는 중이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지난 1월 22일, 리듬게임 동호회에서는 큰 소식이 전해졌다. 15년 동안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 시리즈(Dance Dance Revolution, 아래 DDR)가 2013년에 나온 신기체를 바탕으로 국내에 재정식 발매된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1998년 첫 정발 때 DDR의 인기는 대단했다. 바로 오락실이 불량청소년의 공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지금의 PC방과 비슷하게 DDR만을 배치한 DDR방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기 이후 펌프 잇 업이라는 가장 큰 라이벌 등장과 함께 IMF로 인한 아케이드 게임 업계의 쇠락이 맞물려져 부랴부랴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황제는 비로소 15년 만에 LCD 패널과 새로운 기체를 위시한 귀환을 볼 수 있었다.

서울 동교동에 있는 한 오락실의 DDR 구형 기기. 국내에 있던 유일한 기체였다.
▲ 동교동의 DDR 3rd Mix 서울 동교동에 있는 한 오락실의 DDR 구형 기기. 국내에 있던 유일한 기체였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정식 재 정발 이전까지만 해도 DDR은 동교동에 있는 한 게임랜드에서만 직수입 기기로 즐길 수 있었다. CRT 화면에서 나오던 상하좌우의 화살표는 10여년 간 잊혀진 지 오래였던 차였다.

2013년 중순의 국내 한정 인컴 테스트(아케이드 게임 기기를 정식 발매 전에 미리 검사하기 위해 일정한 게임센터에서 플레이하는 것)가 끝난 이후 6개월간이나 소식이 없었는데, 비슷하게 인컴 테스트 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미라이다갓키(4개의 드럼을 치는 리듬게임)과 같은 길을 국내에서 걸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1월 22일 게임등급심위위원회의 심위 통과와 전파 인증을 거쳐 2월 7일 수입과 동시에 수도권의 대형 게임센터로의 입고가 시작되었는데, 특히 동작구의 M 게임센터와 같은 경우에는 23개의 플레이 대기가 생겨나는 등 불야성을 이뤘다.

폐업을 고려하던 게임센터가 DDR의 입고로 인해 다시 살아난 예도 있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J 게임센터는 DDR의 입고 이후 리듬게이머들이 불야성을 이루게 되어 오락실 폐쇄를 고려했던 이 곳에 비로소 웃음을 주게 되었다.

요금 산정은 1000원당 4플레이, 그리고 4플레이를 좋은 성적으로 플레이 했을 시 추가 1플레이가 주어지는 형태다. 국내에 이미 퍼진 펌프 잇 업을 비롯해 유비트, EZ2AC와 같은 리듬게임보다는 약간 비싼 형태를 취하고 있다만, DDR 자체가 온 몸이 동원되는 기기이기 때문에 과도한 플레이를 막기 위해서는 좋은 방도였다고 생각할 만한 가격이다.

필자는 이번 정발에 맞춰 DDR을 플레이해보기 위해 가동 첫 날 서대문구 점보게임랜드를 찾아 보았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점보게임랜드의 전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점보게임랜드의 전경.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점보게임랜드에 도착하자 입구에는 DDR 입고를 알리는 안내문이 있었는데, 벌써 많은 리듬게이머들이 DDR을 플레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기기가 설치되고 한 리듬게이머가 기증한 이온음료도 홀더에 내려두자, 본격적으로 게이머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처음 보는 채보를 가장 어려운 난이도에서 쉽게 클리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다른 리듬게임에 비해 더 움직임의 폭이 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국민 스포츠로 DDR이나 펌프 잇 업이 자리잡는다는 말이 깊게 다가왔다.

가장 맨 처음 자리를 지키며 정식 정발만을 기다려 왔다는 전정호씨는 "최근 들어 리듬게임이 손으로만 조작한다는 정형감이 들어 씁쓸했는데, 이렇게 온 몸을 던져서 플레이하는 리듬게임이 다시 국내에 생겨났으니 참 역동적이어서 좋다" 면서 "다음 번에는 더 다양한 시도를 했던 리듬게임이 정발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작은 기대를 나타냈다.

30~40분여를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사실 발매 첫날 불야성이 대단해서, 노량진의 게임센터에서는 10여 명의 대기가 있었고, 사당의 게임센터에서는 30명이 넘는 대기가 이어져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왔는데도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다는 사례가 퍼질 정도였다. 이에 비하면 상당히 짧은 텀이었다.

DDR이 판정이 상당히 엄격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초심자라면 3~4레벨 정도면 가볍게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였다. 42인치의 크고 시원시원한 화면은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도와주었다.

플레이가 막 시작되고 있다.
 플레이가 막 시작되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한 곡씩 클리어 할 때마다 자신이 얼마만큼의 열량을 소비했는지도 화면에 계산되어 나왔다. 디스플레이에서 보이는 바는 10칼로리도 되지 않지만, 실제로 몸이 크게 움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양이 소비될 듯 하다.

특히 4번의 플레이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면 4미스 내에 클리어를 해야 하는 EXTRA STAGE가 열리게 된다. 자신의 기량이 어느정도 좋기만 하고, 컨디션이 따라준다면 1000원에 5번의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플레이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USB를 일일이 들고다니며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던 옛 방식에서 조그만 IC 카드를 이용해 터치하여 인터넷으로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또한 재미있는 게임방식과 여러 DJ들의 좋은 곡들로 즐거운 게이밍을 줄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DDR이 나아가야 갈 길은 멀다. 일본 내에서 DDR의 위치는 진부한 게임성, 그리고 난이도의 극렬화로 일부 독자적인 매니아들이 끌고 나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국내에서의 다른 노력이 없다면 DDR 역시 마니악한 취미로 다시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매니아들이 유입될 수 있고, 라이트 유저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

15년의 공백기,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정발된 비트매니아 IIDX가 EZ2DJ와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고, 팝픈뮤직은 특히 수많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내고 있듯, 필자도 한 리듬게이머로써, 아무쪼록 댄스 댄스 레볼루션의 성공을 바라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울톡톡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서울톡톡 메인에는 등재되지 않았고, 보류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태그:#리듬게임, #댄스댄스레볼루션, #DDR, #리듬게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양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