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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서울대학교 논술 문제에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 이 논술의 요지는 음악가의 도덕성을 그의 음악 세계와 결부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에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음악가의 음악은 그것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인정을 할 수 없다는 주장과, 도덕과 음악은 별개이므로 음악가의 도덕성을 음악세계에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나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친일파의 음악을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논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철학자들의 삶 속에서 고뇌를 거듭했던 여인들의 문제를 살펴보자. 사실, 누구나 사랑에 웃고 우는 삶을 살고 있다. 이는 철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나 철학자들은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이라 사랑에 있어서 우리 같은 범인들과는 색다른(?)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괴테는 젊은 시절 고향마을에서 나누었던 프리데리케와의 낭만적인 사랑으로부터 수많은 문학적인 감성을 이끌어 내었다.

물론 나중에 프리데리케와는 헤어지고 살롯데 부프, 릴리, 올리케와 같은 수많은 여인을 만나면서 그의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갔던 것이다. 살롯데와의 못다 이룬 사랑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괴테의 사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오늘 이글을 읽는 청소년들은 혹시 대 철학자들의 삶도 저렇게 모범적이지 않을진대 우리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우일테지만.

우선, '신은 죽었다'고 한 니체의 사랑을 볼까? 바젤대학 교수를 하던 니체는 건강이 매우 악화돼 알프스로 요양을 떠나게 된다. 거기서 니체는 '루 살로메'라는 운명의 여인을 만나 첫눈에 반해 청혼까지 하지만 거절당한다. 괴로워하던 니체는 자살소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니체의 사랑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루의 연인이었던 파울 레와 니체는 셋이 이상한 동거를 하게 된다.

루라는 여인은 지성을 나누는 관계와 육체를 나누는 관계를 확실히 구분지었다. 셋의 동거도 루의 결혼(니체도 파울레도 버리고 동양사학자인 안드레아스와의 결혼)으로 끝난다. 레는 배신의 아픔을 못이겨 루와의 추억이 깃든 절벽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니체도 이후 약 10년간 정신착란의 상태로 삶을 마감한다. 루는 훗날 릴케와의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릴케와의 사랑도 식어가면서 릴케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자 그녀는 릴케를 연구하기 위해 당시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던 프로이트를 만나기도 한다. 루 살로메는 어떤 매력을 지닌 여인이었기에 세기의 지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을까?

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에겐 싫어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헤겔, 여자, 소음이다. 그에게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 여자들의 소음을 무척 싫어했고, 헤겔이 떠드는 것도 소음에 불과했다.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의 아픈 추억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돈 많은 상인이었는데 낭만파 시인이었던 젊은 어머니와 결혼하여 쇼를 낳았다. 둘의 나이 차이는 17살이었다. 쇼의 어머니가 왜 나이 많고 못생겼지만 돈은 많은 쇼의 아버지와 결혼했을까는 짐작이 간다. 쇼가 고등학생때 아버지가 자살을 했는데 쇼는 이를 어머니탓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후에도 어머니는 무식한(?) 아버지를 무시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어머니와는 유산문제등으로 더욱더 사이가 안 좋아졌는데, 결국에는 쇼가 박사학위를 받고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을 때 문제는 폭발했다. 쇼의 논문을 본 그녀는 한마디로 쓰레기 같다라는 혹평을 내렸고 둘 사이는 이후로 영원히 갈라서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여성관은 매우 거칠었던 것 같다. 여자들을 육체적 대상으로만 보았는지, 오죽하면 여동생이 여자를 정상적으로 보아야 연인이 생기지 않겠냐고 충고했다고 한다. 카롤리네나 폴로라 바이스와 같은 여인들에게 다 차인 그이다.

또한 쇼펜하우어에게는 혹같은 여인이 있었는데, 마르케라는 옆집 여인이었다. 어느 날 조용히 독서를 하고 있는데 옆집에서 여자들의 수다가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몇 번이고 찾아가서 부탁을 했지만 수다는 계속되고 나중에는 싸움으로 번졌는데 화가 난 쇼가 그 여인을 밀치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다친 마르케는 고소를 하였고 법원에서는 평생 동안 그녀에게 연금을 지급하라는 이상한 판결을 내렸다. 아무튼 쇼펜하우어는 어렸을때부터 받지 못한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빗나간 여성관, 마르케와의 악연 등 싫어하는 것 두번째에 여자를 올려놓게 된 비운의 염세주의 철학자이다.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이 있다. 밀이 25살 되던때 어느 백작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여 운명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헤리어트 테일러 부인이다. 밀보다 10살 연상이었는데 둘 간에는 정열의 스파크가 튀었다. 밀을 사랑한 테일러 부인은 남편에게 헤어질 것을 요구했으나, 남편이 더 걸작. 얼마든지 밀과 만나는 것을 허락해 줄테니 이혼만은 안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밀과 테일러 부인은 그 이후로도 자유롭게 만나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그렇게 20년의 세월이 흘러 남편이 죽자 그때서야 둘은 결혼식을 올렸다.

밀의 나이 45세, 테일러 부인은 55세. 그러나 사랑의 결실도 잠시 테일러 부인이 바로 병이 찾아왔다. 밀은 모든 공직(밀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을 버리고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프랑스의 따뜻한 지방으로 요양을 다녔다. 3년여에 걸친 요양생활중 테일러 부인은 결국 숨을 거두었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났을 뿐이었다. 안타까운 밀의 사랑이다.

사랑이란 결국, 둘만의 주관적 감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잣대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대 철학자들이 나눈 사랑을 우리 같은 범인이 평가하기는 더욱 어려우리라.


태그:#철학자, #삶과 사랑,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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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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