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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을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건 팔만사천법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법 스님께서는 팔만대장경에 록된 경전을 거의 다 읽으셨다고 합니다.
 팔만대장경을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건 팔만사천법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성법 스님께서는 팔만대장경에 록된 경전을 거의 다 읽으셨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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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할 정도로 명성이 뚜르르 한 노스님이 계셨습니다. 하루는 노스님을 모시는 시자스님이 "스님께서는 팔만사천법문을 다 읽어 보셨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시자스님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노스님께서는 "야 이놈아, 너는 바닷물을 다 먹어봐야 바닷물이 짜다는 걸 알겠냐?"하며 야단을 치시더랍니다.

참 그럴싸한 대답입니다. 바닷물이 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노스님의 대답이 그럴싸하다고 해서 노스님이 팔만사천법문을 다 아는 건 아닙니다. 바닷물이 다 짜다는 특성이 있다고 해서 모든 바닷물이 같지는 않습니다. 어느 바다냐에 따라서 짠 정도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바닷물 중 미네랄 성분이나 함량이 다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곳곳의 바닷물을 다 먹어봐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바닷물은 다 짜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팔만대장경을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건 팔만사천법문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팔만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을 다 읽었다는 말은 팔만사천법문을 다 읽었다고 해도 허언은 물론 과언도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까칠한 불교 이야기,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지은이 성법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12.27┃1만 3500원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지은이 성법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12.27┃1만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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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지은이 성법 스님, 펴낸곳 민족사)는 팔만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을 다 읽으셨음을 당당하게 밝히고 계시는 성법 스님께서, 불교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붓다의 깨달음, 교리 발달사, 수행에 이르기까지는 물론 한국불교의 병폐까지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안을 역설해 놓으신 내용입니다. 

저는 팔만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선별하여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한글대장경을 1권부터 시작하여 무조건 다 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허탈감이 성취감보다 더 무겁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정작 붓다의 말씀은 이것저것 가감된 것을 추려내면 생가보다 방대하지 않았습니다. 논사(論師)나 조사(祖師)의 말들은 부파시대의 논사들과 형식적인 접근 논리로 관찰하면 나을 것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느끼고 확인한 불교를 말하는 것이지, 붓다의 속내를 알고 어느 누고도 비판할 수 없는 딩위성을 갖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73쪽-

어느 사회나 입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고, 그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뼈대입니다. 성법 스님이 그런 스님이라 생각됩니다. 스님들께서도 사람인지라 승가僧家에서도 이따금 이런저런 민망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몇몇 인터넷 불교전문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몇몇 스님의 말씀을 찾게 됩니다. 이번엔 어떤 말씀으로 꾸짖고, 이런 일엔 어떤 대안을 제시하셨는지가 은근히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인터넷 불교전문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찾고 있는 글 중 하나가 성법 스님께서 기고한 내용입니다. 떳떳하고 자신 있는 자만이 후려칠 수 있는 회초리 같은 말씀입니다. 민망한 소식이 들려올 때 가하는 질책은 가차 없습니다. 같은 출가수행자라고 해서 동패의식으로 외면하지 않습니다. 종권을 행사하는 권력자라고 해서 에두르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처절할 정도로 야단(비판)치고, 때로는 더없이 지혜로운 대안으로 지키고 나갈 바를 제시합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지혜롭고 진정으로 불교를 사랑하는 자만이 펼칠 수 있는 겁 없는 광폭행이며 커다란 포용이라는 걸 느낍니다.  

성법 스님이 세존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는

불자들이 붓다의 가르침을 경전의 내용을 통해 바로 알게 되면, 무지에서도 벗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스님들이 헛소리를 해댈 때 기만당하지 않고, 그러면 기복에서 수행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그러면 스님들도 불교 공부를 더 깊이 있게 하게 되고…… 한국불교에 이런 변화를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 인터넷에 잔뜩 중요한 경전을 해설을 해 놓은 세존 사이트(www.sejon.or.kr)를 개설했습니다.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57쪽-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는 성법 스님께서 그동안 불교계에 보이셨던 꼿꼿한 기개이며 꼿꼿한 전법입니다. 사실이고 진리인양 굳어져 있는 곡해, 잘못된 불교 풍토를 바로 펴고자 하는 담금질 같은 질책이며 통곡 같은 호소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몇 주째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속 '변호인'이 독선과 폭력으로 점철된 법정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며 외치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원초적 정의를 절절한 몸부림으로 외치는 변호인의 모습에 제대로 된 불교를 주장하는 한 수행자의 필력이 애절하면서도 강직한 모습으로 오버랩 됩니다.

매끈매끈한 목탁도 있지만 이렇듯 울퉁불퉁하지만 울림이 큰 목탁도 있습니다. 성법 스님이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를 통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목탁을 닮았습니다.
 매끈매끈한 목탁도 있지만 이렇듯 울퉁불퉁하지만 울림이 큰 목탁도 있습니다. 성법 스님이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를 통해서 하시는 말씀이 이 목탁을 닮았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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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금 붓다께서 계신다면 한국불교의 추태에 대해 이렇게 엄한 질책을 하실 것입니다. "행자는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어야 하거늘, 하물며 범인에도 목 미치는 속물(俗物)의 본성을 드러내느냐"라고 말입니다.

29. 지금 붓다께서 계신다면 절에서 부자 신도와 가난한 신도에게 다른 대접을 하는 것을 이렇게 개탄하실 것입니다. "말로는 물질주의를 개탕하는 출가자가 어찌 신도의 경제적 어려움에 마음의 상처까지 더해 주고 있느냐"라고 말입니다.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302쪽-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하고,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성법 스님이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를 통해서 펼치는 말씀은 몇몇 스님과 다수의 절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잘못 해석 된 교리를 그럴싸하게 설법하던 스님들을 부끄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하고,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제대로 알아야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불교를 볼 수 있고, 제대로 된 깨달음에 닿을 수 있고, 어리석지 않은 불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즘을 통해서 보는 햇살은 빨주노초파남보이고,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를 통해서 만나는 불교 이야기는 가려운 등을 긁어주는 갈퀴손만큼이나 까끌까끌한 후련함이며 흐리멍덩했던 불교가 오롯 또렷해지는 맑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지은이 성법 스님┃펴낸곳 민족사┃2013.12.27┃1만 3500원



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 성법 스님의 까칠한 불교 이야기

성법스님 지음, 민족사(2013)


태그:#생각의 끝에도 머물지 말라, #성법 스님, #민족사, #붓다, #세존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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