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3일 결혼식 피로연이 마띠유에서 열렸다.
 3일 결혼식 피로연이 마띠유에서 열렸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I've loved, I've laughed and cried(사랑했고, 웃었고, 울었지).... And did it my way. (그리고 그 모든 걸 내 방식으로 해왔지)"

색소폰과 피아노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아빠는 색소폰을 엄마는 피아노를 연주했다. 악기를 타고 흘러나온 노래는 명곡,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였다.

딸 결혼식 피로연... 축하곡 연주한 엄마, 아빠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아빠의 색소폰과 엄마의 피아노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를 연주하는 오문수 기자님과 부인의 모습.
 딸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아빠의 색소폰과 엄마의 피아노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웨이(My Way)를 연주하는 오문수 기자님과 부인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지난 3일 여수시 관문동 마티유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피로연이 열렸다. 딸의 요청으로 색소폰을 연주한 아빠는 고민이 컸다. 한때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엄마는 그에 비하면 부담이 덜했지만 말이다. 혹시라도 하객들 앞에서 '픽'소리라도 나면 망신살이다. 하지만 아내의 한마디에 아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전문가도 아닌데 실수 좀 하면 어때요. 아빠가 딸을 위해 연주하면 훨씬 의미가 크잖아요."

이날 부부의 축하 연주는 하객들에게 감동을 줬다. 딸을 위한 이런 무대는 좀처럼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에게 물어봤다.

"딸에게 이 노래를 연주한 이유가 있나요?"
"전 이 노래를 너무 좋아해요. <마이웨이> 속에는 내가 살아온 인생이 들어 있어요. 바람에 흔들려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살아왔던 기억이 생각나요. 딸이 가사를 아니까 결혼해서도 엄마, 아빠가 들려준 노래의 의미를 생각할 거라고 봐요."

아빠는 <마이웨이>를 가장 좋아했다. <마이웨이> 가사에는 그의 삶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결혼하는 딸에게 이 노래를 바친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오문수 기자였다. 딸의 결혼식 피로연 때 사진을 찍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만약,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면 여수에서는 결혼식 전에 피로연을 연다. 거리가 멀어 결혼식장에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배려차원이다.

평생 교직생활을 한 오 기자님의 첫 딸 피로연장을 찾았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이날 피로연은 여수에서 활동중인 <오마이뉴스>시민기자들도 자리를 함께 해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목사님이 결혼식을 앞둔 피로연에서 두 남녀를 위해 축하예배를 드리고 있다.
 목사님이 결혼식을 앞둔 피로연에서 두 남녀를 위해 축하예배를 드리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엄마친구의 모습
 결혼식 축가를 부르는 엄마친구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는 동기의 소개팅으로 만났다. 동갑인 이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결혼해서도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이 꿈이란다. 둘다 딸을 낳았으면 좋겠단다. 1부에서는 결혼 축하 예배가 열렸다.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고 성악을 하는 엄마의 친구는 축가를 불렀다. 이색적인 풍경이다.

2부 행사가 이어졌다. 아빠가 마이크를 잡았다. 얼마 전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난 얘기를 꺼냈다. 오 기자는 "일행 중 노부부가 여행을 왔기에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는데 딸이 해외여행을 보내줘서 함께 왔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이후 하객들 앞에서 딸과 사위에게 질문을 던졌다.

"딸, 너 결혼해도 엄마, 아빠 해외여행 보내줄 거지?"
"네!"
"딸이 여행 보낼 때 사위의 동의도 필요할 텐데, 사위에게 묻는다. 장인, 장모님 해외여행 보내줄 거지?"
"네!"
"아들하고 딸이 해외여행 보내줄 거라고 여러분 앞에 약속했습니다!"

오문수 기자의 첫딸 오윤나양과 신랑 김재경씨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사위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군은 하객들에게 "결혼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오문수 기자의 첫딸 오윤나양과 신랑 김재경씨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사위가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군은 하객들에게 "결혼이 처음이라 얼떨떨하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결혼식 피로연 축하를 위해 찾아온 하객들이 함께하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 축하를 위해 찾아온 하객들이 함께하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아빠의 재치 넘치는 말로 해외여행이 덤으로 생겼다. 하객들의 박수가 터졌다. 결혼을 하는 신랑·신부에게 오늘의 심정을 물었다.

"정신 없이 지나간 것 같은데, 경험이 되어 결혼식 때 잘할 것 같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랑 김재경
"항상 아낌없이 사랑해 주고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해서도 출가외인이 아닌 변함없이 부모님께 잘 하겠습니다." - 신부 오윤나

부모님이 딸에게 가장 마음 아팠던 때는 언제였을까. 윤나씨는 고등학교와 대학을 호주에서 다녔다. 8년간 외국생활을 했다. 부모님은 딸을 보기 위해 호주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불거졌다.

"딸을 만나러 호주에 갔다 공항에서 헤어지려는데 어린 딸이 '엄마, 아빠 나 한국에 따라가면 안 돼?'하고 우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죠. 그때 공항에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울었던 기억이 선합니다."

오빠인 오다함(32세)씨는 "축복속에 결혼하니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동생과 10년 남짓밖에 못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잘 해 줄 걸... 오빠 노릇 좀 잘 할 걸... 하는 생각에 좀 서운해요"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내 주장만 하지 말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오문수 기자님의 단란한 가족사진. 우측은 아들의 모습.
 오문수 기자님의 단란한 가족사진. 우측은 아들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다음은 딸을 시집 보내는 오문수 기자와 나눈 얘기다.

- 사위의 어떤 점이 맘에 들었나요?
"여행 다녀오는데 공항으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온다 해서 오라고 했죠. 처음 본 순간 첫인상이 맘에 들어 '필'이 꽂혔어. 너무 착해. 잘 살 거라는 믿음이 가요."

- 결혼해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마스테.' 내 안에 있는 신이 당신이 모시는 신을 경배하겠습니다. 내 주장만 하지 말고 상대방을 존중해야 사랑 받잖아."

- 딸 시집 보내 서운하지 않으세요?
"얘가(사위) 너무 좋아. 집사람이 너무 좋아해서 장모님 사랑이 넘쳐요. 착해서 좋구, 사위하나 얻은 기분이에요."

- 사위자식 '개자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천사 같은 장모님을 만났어요. 처갓집이 중앙동인데 지금도 중앙동을 지나면 가슴이 뭉클해요. '오 서방 왔는가 피곤하지'하던 장모님 말씀이 아직 귓가를 맴돌아. 사위자식 개자식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그리 안 할 거라는 믿음이 있지. 나도 그렇게 했고."

- 마지막 딸과 사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열심히 해서 남부럽지 않게 살아야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결혼식, #피로연, #오문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