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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의제 21 일본 마을만들기 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우동레스토랑에서 미야모토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군포의제 21 일본 마을만들기 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우동레스토랑에서 미야모토 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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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바세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이 보낸 메일을 받았다.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는 푸른희망군포 21 실천협의회(이하 군포의제 21)가 일본 마을만들기 현장 방문을 했던 곳이다.

오바세 소장이 보낸 메일에는 18일, 그가 군포의제 21 현장방문 참가자들에게 브리핑했던 슬라이드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메일 본문 내용은 일본어로 적혀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도 들어가 있었다.

전부 21쪽으로 구성된 '네리마 마을 만들기' PPT를 보면서 오바세 소장이 했던 브리핑 내용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일본인들은 꼼꼼하다. 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끝내지 않고 방문자들이 귀국한 뒤에도 세심하게 자료를 챙겨 메일로 보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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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리마 구(區)는 도쿄의 23개 구 가운데 하나로 도쿄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는 70만 명, 면적은 48.16㎢. 네리마 구가 군포의제 21의 일본 마을만들기 현장 방문지로 결정된 것은 네리마 구의 마을만들기 센터가 좋은 사례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리마의 특별한 마을만들기

군포의제 21 일본 현장 방문 참가자들이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에 도착한 것은 18일 오후 3시경. 오바세 레이지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바세 소장은 서툰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그의 브리핑 PPT 자료에는 '군포시 관계자'를 열렬히 환영한다는 글귀가 들어가 있었다.

"네리마 구는 2005년에 마을만들기 조례를 만들었다.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하면 마을만들기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그동안 축적된 사례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상당히 좋은 조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네리마 구
 네리마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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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세 소장의 말이다. 네리마 구에서 마을만들기 이야기가 나온 것은 1998년. 이때부터 마스터 플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오바세 소장은 주장했다. 네리마 구에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마을만들기를 진행하기 위해 2003년부터 3년에 걸쳐 70여 명의 구민들이 간담회에 참가해 의견을 나누었으며,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는 전부 25번의 회의를 했다고 한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주민 수는 700여 명.

네리마 구는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군포의제 21 일본 현장 방문 참가자들은 이러한 네리마 구의 노력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네리마 구는 '네리마구 도시정비공사(公社)'를 설립, 마을만들기 관련 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네리마구 도시정비공사'에는 마을만들기 센터, 마을만들기 사업과, 자전거 사업과, 자원순환추진센터, 지구온난화대책실 등이 있다.

즉 네리마구 도시정비공사가 마을만들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네리마 구에서는 마을만들기 센터에 매년 1억6천만 엔을 운영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네리마구 도시정비공사에는 250여 명의 사원이 있으며, 마을만들기 센터에서는 13명의 사원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오바세 소장의 설명이다. 인원구성은 소장, 차장, 정규직원 1명, 계약직 9명, 비상근 1명이다.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가 설립, 문을 연 것은 지난 2006년. 소장은 공모로 선발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신분은 준 공무원이다. 직원들은 고용불안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오바세 소장의 말이다.

"네리마 마을만들기 센터에서는 크게 7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첫 번째는 마을만들기 관련 상담, 두 번째는 마을만들기 관련 정보 제공이나 학습기회 제공, 세 번째는 구민주체의 마을만들기 활동에 대한 지원, 네 번째는 마을만들기에 관한 조사 연구, 다섯 번째가 마을만들기 관련 정보나 활동의 플랫폼 사업, 여섯 번째가 네리마 구와 사업자, NPO 등이 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지원이나 협동, 일곱 번째가 녹색·자연과 관련된 활동이다."

오바세 네리마 구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
 오바세 네리마 구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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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마을만들기 센터에서는 '마을만들기 정보지'를 연 3회 발행하고 있으며 정보지를 통해 센터에서 하는 마을만들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오바세 소장은 말했다. 마을만들기 센터에서는 마을만들기 관련 강좌를 통해 주민들에게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도 하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이나 지역단체들이 마을만들기 활동사업을 하는 경우, 센터에서는 이들 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업을 막 시작한 단체에는 1년에 5만 엔을 지원하고, 어느 정도 단계에 들어선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1년에 30만 엔을 지원한다. 30만 엔은 3년 동안 지원받을 수 있으므로, 4년에 걸쳐 최대 95만 엔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마을만들기 활동 지원금 전체 예산은 300만 엔. 물론 아무 단체나 지원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단체들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공모를 해야 하며, 매년 5월에 공개 심사회를 열어 지원단체를 결정한다. 10월에는 중간 보고회를, 다음 해 3월에는 최종보고회를 연다.

오바세 소장은 마을만들기 주민활동과 관련, "하천을 주민들이 조사하고 깨끗하게 하는 사업을 하거나, 도로의 폭을 넓히는 사업에 주민제안을 받기 위해 디자인 워크숍 등을 열기도 한다. 이런 사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주장희 군포시 환경자원과장은 오바세 소장에게 "마을만들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갈등관계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바세 소장은 "마을만들기 활동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센터에 오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실제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갈등이 없다"며 "인터넷이나 정보지를 통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돈이 10배 정도는 더 든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효율이 더 좋은 것 같다. 무관심한 분들도 많지만 관심이 있는 분들과 적극적인 분들과 열심히 잘해 나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석주 군포의제 21 고문은 "한국에서도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재정지원이 어느 정도 결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금순 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을만들기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네리마 구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많이 부러웠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네리마 구 마을만들기 센터를 방문한 군포의제 21 일본 현장방문 참가자들은 오바세 소장의 안내로 네리마 구의 조난 주택지를 둘러보았다. 조난 주택지는 1924년에 처음 개발되었는데, 점점 더 세분화되면서 개발되고 있다는 것이 오바세 소장의 설명. 즉 저층주택단지, 고층주택단지, 역 주변의 상점가 등으로 나뉘어 개발되었다는 것.

네리마 구의 코우야마 공원
 네리마 구의 코우야마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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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에 찾은 조난주택단지는 상당히 깔끔하게 조성된 저층 주택단지로 잘 손질된 나무들과 정원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값이 제법 많이 나갈 것 같은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곳으로 조용한 고급 주택가이기도 했다. 이런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마을만들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오바세 소장은 일행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 조성한 코우야마 정원으로 안내했다. 조난 주택단지 안에 자리 잡은 코우야마 정원에는 다목적실과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 등의 공간이 있는데 마을 주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깔끔하면서 정갈하게 조성된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면서 주민들이 각종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공간이 바로 코우야마 공원이었다.

이 곳은 오래된 주택지였는데 구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고, 지난 10월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다목적실에서는 노인들 몇이 바둑을 두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구청이 운영하는 야채교실이 인기 있는 이유

그 다음으로 오바세 소장의 일행을 안내한 곳은 미야모토 우동 레스토랑. 미야모토 대표가 운영하는 우동 레스토랑은 식당 근처 밭에서 재배한 야채를 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우동 레스토랑은 지역에서 재배한 야채를 소비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이 미야모토 대표의 설명이다.

오바세 네리마 구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과 미야모토 '미야모토 팜' 대표.
 오바세 네리마 구 마을만들기 센터 소장과 미야모토 '미야모토 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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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팜도 함께 운영하는 미야모토 대표는 "이 지역은 예전에 돈이 없었기 때문에 쌀 문화가 아닌 우동 문화가 발달했던 곳"이라며 "우동을 주식으로 먹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먹는 우동과 맛이 차이가 날 것"이라고 우동을 소개했다.

일본에서도 도시농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 미야모토 대표의 설명이다. 미야모토 팜은 '야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종의 주말농장이다. 현재 야채교실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1년 이용금액은 7만3500엔.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4만 원 정도 된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야채교실은 이용금액이 연간 2만 엔이며, 개인농장이지만 구청에서 지원금을 지원하는 야채교실은 연간 이용금액이 4만 엔이라는 것이 오바세 소장의 설명이었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야채교실은 이용금액이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아 추첨을 통해서 이용자를 선정한다.

미야모토 팜 야채교실의 경우, 이용금액이 비싸도 인기가 많아 지원자가 넘친다고 한다.

평택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김덕일 푸른경기 21 운영위원장은 미야모토 대표에게 "농사를 지으면서 아이들을 위한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땅의 가치를 볼 때 농사를 짓는 것보다 다른 용도로 사용하자는 요구가 많을 텐데 땅값이 비싼 곳에 야채를 심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미야모토 대표는 "농업이든 상업이든 다양한 활동이 있는 곳이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농지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어서 생산뿐만 아니라 쉬는 곳이기도 한데, 그런 것을 시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산산면
 산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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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군포의제 21 일본 현장방문 참가자들은 우동 레스토랑에서 저녁으로 산산면을 먹었다. 붉은 고추기름이 둥둥 뜬 산산면은 가츠오부시로 국물을 냈다고 하는데, 느끼한 맛이 오래 남는 우동이었다. 면발은 두꺼우면서 탄력이 있어 쫄깃했지만, 느끼한 국물 때문에 일행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 우동에 들어간 야채는 미야모토 팜에서 생산된 것이다.


태그:#군포의제 21, #마을만들기, #네리마, #군포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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