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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누가 뭐래도 우리 영토다. 그러나 '왜'라고 물으면 뭐라 답할 건가. 그냥 막연히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우리 땅이니까, 그 정도? 사실 일반인이 전문적인 자료를 접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읽고 외기는 더더욱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나 '동해' 표기 관련 기사에는 감정적인 댓글이 줄을 잇는다.

특히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로 독도 문제를 끌고 갈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독도를 실효적 지배하에 두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게 패소하더라도 본전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동의가 없이 강제적으로 재판에 넘어갈 일은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설령 재판을 하더라도 지지 않을 논리와 근거를 충분히 준비해놓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상황은 우리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 정부는 당연히 독도를 재판정에 가져가는 황당한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도 영유권 재판이 벌어지는 가상적 상황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독도 재판에 대비한 영유권 논리는 일반적인 상식 차원의 논리를 뛰어넘어 복잡한 소송규칙과 절차에 근거한 치열한 법정의 논리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와 연구를 통해 미리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95쪽

이미 재판을 준비하며 치밀하게 형성된 일본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감정적으로 십분 이해되지만, 국제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독도와 관련한 기사에 댓글을 달기 전에 한 번쯤은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법률 전문가들이 쓴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모두 쉽고 가볍다. 한 권은 '국제법을 기반으로 탄탄한 논리'를 제공하고, 다른 한 권은 소설의 형식을 빌려 '우리가 몰랐던 독도의 역사와 재판을 읽는 재미'를 제공한다.

교양 수준으로 쓴 책들이지만 품은 정보는 수준이 높다. 상세하게 풀어 쓰인 덕분이다. 두 저자 모두 얕은 지식이라 겸손을 보였지만 책을 쓰면서 상당량의 지적 배경을 습득하느라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아무리 법률 전문가라도 특정 분야에 대해 파고들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다. 특히나 독도문제는 필연적으로 역사가 동반돼야 하기에, 더군다나 결과물을 출판해 만인에게 검토를 받는 입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분하게 풀어 쓴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표지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표지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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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은 최근 시사 쟁점과 관련해 국제법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폭넓은 주제를 훑고 있다. 독도를 비롯해 해양, 주권, 인권, 전쟁, 평화. 모두 막연한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멈칫거리게 되는 주제들이다. 이를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권에 담았다.

저자가 법률 전문가인 만큼 이성적인 논의의 틀 안에서 책이 쓰였다. 그렇기에 시각이 조금 편협하단 느낌도 든다. 예컨대, 독도에 대한 홍보는 쓸데없다고 단정하며 '제3국의 국민들이 영토 문제에 역할도 권능도 없는 제3자에 불고하다면 이론적으로 결국 그러한 제3국 국민들을 거의 유일한 대상으로 하는 영유권 홍보행위는 쓸모없는 짓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세금탕진 행위'란 결론이 그렇다. 물론 이 의견을 도출하기 위한 이유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법리적인 논쟁에서 '이성적인 것'만 필요하단 전제가 깔려있다.

그러나 정치나 외교적 측면에서는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틀을 미리 나눠놓고 꼭 이 분야에만 매진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독도 문제도 법률로만 풀 필요는 없다. 선택지가 여러 가지인데 굳이 하나만 가지고 고민해야 할까. 책이 법률 지식을 전달한다고 해서 다른 시각을 고려하지 않고 행위 자체를 옳지 못하다고 단정 짓는 것은 그리 좋게만 읽히진 않는 부분이다.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특정 현상이나 정책의 뿌리에 국제법적 원칙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에 매우 익숙한 토론의 주제들 중에도 막상 국제법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된 논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쉬운 예로, 우리나라는 독도가 지리적·역사적·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고 말하고 있는데 국제법을 모른다면 독도가 국제법적으로 우리 영토라는 주장이 무의미해진다. 독도의 역사를 모르면서 이를 역사적으로 우리 영토라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머리말'에서

소설의 형식으로 배우는 국제법 <독도반환 청구소송>

<독도반환 청구소송> 표지
 <독도반환 청구소송> 표지
ⓒ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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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쓴 소설 <독도반환 청구소송>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음 직한 현실을 가정한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립한 상황에서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독도를 강제침탈하고, 영토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간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스스로 '재판 소설'이란 새로운 장르라 자평했다. 기존에 법정 소설이 추리나 스릴에 의존했다면, 이 책은 실제 재판 진행과 유사한 틀을 가지고 있다. 알고 보지 않으면 재판 기록을 읽는 착각이 들 정도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너무 쟁점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물론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썼다고는 하지만, 소설치곤 딱딱한 느낌을 준다. 재판이라는 큰 줄기 외에 다른 요소가 전혀 첨가되지 않았다. 극적인 재미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상당 부분 재판 서면에 할애해 더욱 지루한 감이 있다.

반면 그 덕분에 상당한 양의 사료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좋게 말하면 군더더기가 없어 소송 상황이 빠르게 전개된다. 소송을 이끄는 변호사, 그리고 그를 보조하는 역으로 사학자와 국제법학자, 외무부 직원이 등장해 서로 보완적인 담론을 나누는 과정에서 독자는 배경지식을 쌓는다.

소설에서처럼 대한민국이 독도를 빼앗긴 상황에서 독도를 찾아올 수 있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가 독도를 빼앗길 염려가 없다고 확실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면 어떠한 도발에도 굳이 양보할 이유가 없다. 또한 독도 개발을 주저할 이유도 없다. - <독도반환 청구소송> '작가 후기'에서

법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을 예단해 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판사도 검사도 재판도 필요가 없다. 모든 법리적 충돌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각자 나름대로 이유와 논거를 가지고 대립한다. 그렇기에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유리한 논거들을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두 책 모두 법률 전문가가 지은 만큼, 감정적 측면에서 다소 불편함을 안는다. 일방의 의견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까지도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미래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한 번쯤 고려해야할 문제다. 상대방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지식을 쌓아둬서 나쁜 건 없잖은가. 그냥 '독도는 우리 땅'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독도는 우리 땅'을 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일본 측의 주장을 논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을 알자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홍중기 지음, 한울 펴냄, 2013.05, 1만9천원
<독도반환 청구소송>, 강정민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2013.11, 1만3천8백원



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반양장) - 독도와 바다, 주권과 인권, 그리고 전쟁에 대한 약간은 불편한 진실

홍중기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3)


태그:#국제법을 알아야 논쟁할 수 있는 것들, #독도반환 청구소송, #홍중기,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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