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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아름답다.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공상적 배경이며, 대체로 교훈적으로 마무리되는 마무리도 청아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동화 속 세상을 빠져나오면 잔악한 현실이 기다린다.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를 벗어나면 자신을 핍박하는 현실의 고모부 가족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동화의 열없는 환상에 반기를 든다. 작품은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있었던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으로 뒤튼다. 그동안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로 정형화됐던 두 마녀를 통해 '선과 악의 형성', '우정과 관계'라는 철학적 주제까지 건드린다. 여기에 더해진 애절한 러브스토리와 호쾌한 위트는 이 작품이 왜 '대중이 사랑하는 수작'의 운명을 타고날 수밖에 없었는지 수긍하게 만든다.

아! 이토록 철학적인 동화

작품은 초록잎 풍성한 한 그루 나무 같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비튼 짱짱한 원작이 뿌리를 박고, 옹골찬 주제 의식이 그 위에 거대한 기둥을 세운다. 주제에서 파생된 여러 이야기는 충분하게 가지를 뻗고, 화려한 볼거리들이 풍성한 잎사귀를 이룬다. 마침내 피어난 거대한 초록 나무는 하나의 견고한 세계를 완성해낸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두 명의 마녀가 절친한 친구였다는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간다. 착한 마녀로 불리는 '글린다'는 허영덩어리 소녀로, 나쁜 마녀로 알려진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올곧은 심성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기존의 통념을 뒤엎은 상상력은 시작부터 관객이 의자를 당겨 앉게 만든다.

뮤지컬 <위키드>는 단순히 '보는' 작품이 아니다. 느끼고 생각하는 무대다. '엘파바'는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괄시받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마침내 자신의 '마법 능력'을 인정받아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게 되지만, 기대는 무참히 꺾인다. 마법사가 능력도 없이 거짓으로 사람들 위에 군림해 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선택이다. 두 인물은 모두 마법사의 '거짓'과 '모순'을 알고 있는 이들이다. '엘파바'는 부정하게 사람들을 통솔해온 마법사에게 항거하며 맞선다. 반면 '글린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오즈'를 대표하는 착한 마녀로 사람들 앞에 선다.

마법사가 지배하는 세계를 받아들인 것이다. 전혀 다른 선택이지만 각자의 길을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상과 현실, 두 개의 다른 선택이 우리의 마음속에서 늘 상충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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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스토리 라인도 촘촘하다. 마법사와 그 무리들은 '엘파바'의 억센 표현과 초록색 피부로 힐난 받아온 과거를 이용해 그녀를 '나쁜 마녀'로 몰아간다. '겁쟁이 사자'와 '깡통 로봇'도 그녀의 애타는 노력으로 살려낸 것이지만, 마법사의 언론 플레이를 통해 대중의 오해는 겹겹이 쌓이고 만다. 비집고 나올 틈도 없는 말들 속에서 '엘파바'는 '악'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오해가 낳은 사실들이 원작 '오즈의 마법사'와 딱딱 맞아떨어지는 스토리의 쾌감은 덤이다.

말 그대로 '휘황찬란'한 무대는 짜릿하다. 54번의 무대 체인징, 브로드웨이 전용관처럼 객석까지 연장한 타임 드래곤의 웅대함, 350여 벌의 호화로운 의상은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조밀한 스토리에 맞물린 무대 연출의 힘은 관객의 강력한 소용돌이로 관객을 추동한다.

한국어 공연의 감동은 정밀한 번역의 힘도 크다. 가사는 전문 작사가를 필두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차례의 모니터링 끝에 탄생했다. 영어 가사가 줄 수 있는 어감을 충분히 살리되 적절하게 가해진 윤색이 극의 윤기를 더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뮤지컬 <위키드>의 꽃이다. '엘파바' 역의 옥주현은 이제 연기적 안정권에 안착했고, 수준급의 노래 실력으로 객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정선아의 '글린다'는 두 말 할 것도 없다. 팝 장르의 유연함과 성악 발성을 넘나드는 소리의 자유로움으로 '글린다'를 체현해냈다.

조상웅은 안정적인 노래와 능청스러운 연기로 인기남 '피에로'를 성실히 구축했다. 그 외에도 '모리블 학장' 역의 김영주의 놀라운 싱크로율, '마법사' 역 이상준은 단단함, '네사로즈' 역의 신예 이예은의 호연, 앙상블들의 성실함은 기꺼이 박수를 보낼 만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테이지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뮤지컬 위키드, #옥주현, #정선아, #위키드,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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