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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한 말씀>┃지은이 이미령┃펴낸곳 불광출판사┃2013.11.25┃1만 3000원
 <붓다 한 말씀>┃지은이 이미령┃펴낸곳 불광출판사┃2013.11.25┃1만 3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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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절엘 가도 불상(부처님) 한분씩은 모셔져 있습니다. 법당에 모셔져 있는 불상을 보고 잘 생겼다거나 못 생겼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상호가 원만하다고 합니다.

상호란 생김새로 붓다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32상과 80종호를 말하는데, 상호가 원만하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두로 잘 갖춘 모양새라는 말이 됩니다.

붓다를 판별하는 32가지 상에는 발·발바닥·발뒤꿈치·손가락·복사뼈·장딴지 등 소위 머리 꼭대기서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부위도 빠트리지 않고 신체의 전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붓다(부처님)의 성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성기는 32상을 열거한 열 번째에서 '몸속에 감추어진 성기를 갖고 있다'라고 돼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이러한 내용은 초기경전, 부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 내용을 담고 있는 '니까야' 경전에 실린 내용입니다.

7년 공부한 '니까야', 곰국 우려내듯 풀어낸 <붓다 한 말씀>

<붓다 한 말씀>(지은이 이미령,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동국역경원에서 숱한 경전들을 번역해온 저자가 붓다의 친설(親設)에 가장 가깝고 그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초기경전 '니까야'를 7년 동안 매주 목요일 7시부터 한약을 달이듯이 새기고, 곰국을 우려내듯이 풀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요즘도 아이들이 싫어하는 뭔가를 시키는 요령 중 하나는 아이가 그 일을 했을 때 어떤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학교나 학원에 가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학교나 학원에 다녀오면 좋아하는 뭔가를 주겠다고 해서 등교를 시키는 것이 그런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어떤 보상을 줘야만 공부를 하러가는 아이라면 공부를 하러가는 효과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야 좋아하는 것은 받을 수 있는 보상 때문에 가지만 학교가 학원에서 배우는 게 점점 좋아지고 재미있어 진다면 나중에는 스스로 가겠다고 나서는 게 가장 바람직 할 것입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는 건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것들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걸 아이들이 느끼거나 깨닫는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그랬습니다. 부처님 말씀 듣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그 부모는 '부처님을 뵙고 오면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아이는 돈을 받기 위해 부처님을 뵙고 옵니다. 그러자 그 부모는 이번엔 '부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내게 잘 전해주면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합니다. 아이는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부모님께 잘 전하기 위해 열심히 듣습니다.

그 다음부터, 아이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스스로 부처님을 찾아 나섭니다. 처음에야 대가로 받을 돈이 좋아서 갔지만 부처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떤 지혜, 어떤 가르침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처님을 찾아가게 하기까지의 과정은 부모의 지혜입니다. 그 후, 아이 스스로 부처님을 찾아 배우려고 하게 한 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담긴 교육의 위력입니다.

'니까야'는 초기 경전으로 출가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서로 부딪히고,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일반인들이 새기기에는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7년 동안 <붓다 한 말씀>으로 풀어낸 '니까야'는 이유식만큼이나 부드럽고 푹 우려낸 곰국만큼이나 책에 담고 있는 가르침이 진하고 깊습니다.

집, 섹스를 마음대로 하기 위한 수단에서 출발

불교서 하지 말라는 것 중 하나가 음주입니다. 책에서는 술을 마시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고,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일러 줍니다. 임기응변적 처세술이 아니라 영원을 위한 처세술도 담겼습니다. 그리고 남녀가 어떻게 탄생하고, 섹스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들려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마음대로 섹스를 하기위한 도구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말해줍니다.

하지만 아직 성행위에 '눈을 뜨지 못한 중생들은 그게 영 못마땅하고 께름칙합니다. 어떻게 중생이 다른 중생에게 그런 행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 많은 중생들의 생각입니다.

"저리 가! 보이지 않는 데서 해!"

인류 최초의 성행위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 껄끄럽게 보였고, 사람들을 피해 인적 드문 곳으로 가서 성교를 한 남녀는 그렇게 한 달이건 두 달이건 보냈을 테고, 매번 피해 다닐 수 없으니 차라리 벽을 쌓자는 결론을 내였을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집이라는 것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집은 지붕과 벽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으로부터 보호를 받은 여자와 남자는 이제 맘 놓고 시도 때도 없이 성행위를 할 수 있었을 테지요.(<붓다 한 말씀> 160쪽 중)

식재료가 제아무리 질기고 딱딱할지라도 7년쯤 우려내고 고아낸다면 저절로 우러난 양분이 깊은 맛으로 느껴지는 영양죽이 될 것입니다. '니까야' 또한 제아무리 딱딱한 초기경전이라 할지라도 7년쯤 새기고 풀어냈으니 부처님 가르침은 알갱이처럼 씹히는 식감으로 느껴지고, 가르침에 담긴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힌트로 다가옵니다.  

부처님 만나기를 꺼려하던 아이가 부처님을 한두 번 뵙고부터는 스스로 부처님을 찾았듯이 이 책, <붓다 한 말씀> 또한 일단 읽기만 시작하면 어느새 저절로 읽으며 지혜와 힌트를 새기게 하는 유익한 책이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붓다 한 말씀>┃지은이 이미령┃펴낸곳 불광출판사┃2013.11.25┃1만 3000원



붓다 한 말씀 - 초기경전에서 찾은 삶의 힌트

이미령 지음, 불광출판사(2013)


태그:#붓다 한 말씀, #이미령, #불광출판사, #붓다, #니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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