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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치호 가구라에서 나오는 하늘 바위굴과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지상의 악귀를 물리치는 모습으로 다카치호 신사 뒤쪽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카치호 가구라에서 나오는 하늘 바위굴과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지상의 악귀를 물리치는 모습으로 다카치호 신사 뒤쪽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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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규슈 중부 산악 지방에 있는 다카치호 신사를 찾았습니다. 이 신사는 일본 신화에 나오는 천손강림, 즉 일본 천왕의 선조가 이곳 산에 내려왔다고 믿는 곳입니다.

다카치호 신사 주변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신앙 대상인 천황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가구라(神楽)라는 연극으로 꾸면서 날마다 일을 마치고 신사에 있는 가구라 전에서 공연을 합니다.

이 가구라는 마을 사람들이 몸과 맘을 깨끗이 하고 가구라 무대에 모여서 서로 도와서 봉사하는 의식입니다. 그 내용은 신이 어떻게 우주를 만들었고 사람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를 이야기와 춤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다카치호 사람들은 날마다 가구라를 공연하고 11월 말에서 2월 초에는 밤에 시작하여 날을 새워서 공연을 합니다. 이 때에는 특히 가을 수확을 신에게 감사하고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에서 엽니다.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다지카라마이입니다.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다지카라마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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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도토리노마이의 일부입니다.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도토리노마이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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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라 공연이 밤에 시작하여 아침에 끝나는 것은 철의 순환과 밤낮의 바뀜, 달의 차고 기움에 따라서 영원히 반복되는 순환의 원리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올해 풍년을 가져다준 신에게 감사하고, 내년에도 풍년을  가져다 줄 것을 순환론의 입장에서 보증하고 확신하는 의식을 치르는 겁니다.  

다카치호를 비롯한 규슈 산간 지역에는 마을마다 가구라 조직이 있어서 공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한 집안에 한 명 씩 대를 이어서 가구라 조직에 참가하여 가구라의 진행과 준비, 보전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들은 산 속, 고립된 환경과 자신의 신앙과생활의 일부로서 가구라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가구라 의식 때 사용하는 종이 장식을 집안에 걸어두거나 집에서 화전을 하기 위해서 불을 놓기 전에도 간단한 가구라 의식을 거행합니다.

가구라는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1번에서 33 번까지 연출 번호가 정해져 있습니다. 내용에 따라서 혼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두 명이나 네 명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북이나 피리, 꽹과리 비슷한 악기 등의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춥니다.

출연자들은 대부분 곡목에 따라서 다른 여러 가지 물건을 들고 나옵니다.  먼저 지팡이나 고헤이(지전), 부채는 신의 권위나 덕을 나타내고, 방울이나 붓순나뭇가지(榊), 부채는 굿판을 정결히 하는 뜻의 금기나 청결 및 신의 덕을 증강시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밖의 칼이나 방울 등은 잡귀를 쫓고 생산을촉진시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고신타이노마이의 일부입니다.
 다카치호 가구라 가운데 고신타이노마이의 일부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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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치호 신사에 있는 가구라 전입니다. 이곳에서는 날마다 저녁 8시 가구라가 열립니다. 해마다 11월 말에서 2월 중에는 밤 새워 가구라가 열립니다.
 다카치호 신사에 있는 가구라 전입니다. 이곳에서는 날마다 저녁 8시 가구라가 열립니다. 해마다 11월 말에서 2월 중에는 밤 새워 가구라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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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라가 열리는 굿판은 에리모노라고 하여 종이를 잘라서 여러 가지 무늬를 만들어 동서남북 네곳에 길게 걸어놓습니다. 이것은 방향에 따라서 음양오행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가구라 굿판이 거룩한신과 선택받은 인간만이 거주하는 소우주를 표현한 것입니다.

2일 다카치호 신사 가구라 공연에서는 네 가지만 공연을 했습니다.먼저 다지카라오노마이(手力雄の舞)에서는 아마데라오가미(天照大神)가 아마노 이와토(天岩戸) 하늘바위굴에 숨어 있기 때문에 힘이 센 다지카라오가 바위 굴을 찾아서 열기 위해서 조용히 소리를 듣거나 궁리하는 모습을 춤으로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우즈메노마이 공연에서는 아마노이와토 하늘 바위굴이 있는 곳을 확실히 알고 바위굴 앞에서 재미있고 이상하게 추는 춤으로 아마데라오가미를 바위굴에서 유인해 내려는 춤입니다.

세 번째 도토리노마이(戸取の舞)는 하늘바위굴이나 바위굴 문을 찾아낸 다지카라오가 바위굴을 없애고 아마데라오가미를 맞이하면서 추는 춤으로 용감하고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춤입니다.

네 번째 고신타이노마이(御神体の舞)는 다른 말로 나라 만들기 춤 또는 사케고시노마이라고도 합니다. 이자나기·이자나미 두 신이 술을 빚어서 서로 사이 좋게 마시며 껴안고 금실좋은 부부 모습을 표현한 춤입니다. 서로 자신은 만들어진 것이 좀 남은 것 같고, 나는 좀 부족한 것이 있는 것 같으니 서로 잘 섞어서 새롭게 아기나 한 번 만들어보자고 넉살을 부립니다.

이번 공연은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졌습니다. 비록 처음 보는 공연이었지만 음악 반주와 춤이 박력이 있고 뭔가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흡입력이 있었습니다. 네 번째 공연에서는 남자역을 맡은 사람이 관중석으로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이곳 가구라에서는 대부분 탈을 쓰고 나옵니다. 탈은 제각기 신의 속성과 계급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을 탈을 신성하게 여깁니다. 탈은 이곳에서 신면(神面) 혹은 오모테사마라고하여 술과 떡이나 다른 제물을 바치기도 합니다.

탈은 생김새에 따라서 다르지만 얼른 보아서 색깔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보통 붉은 색은 역동적인 성격을 지니고, 흰색은 조용하고 정적이며, 청색은 물이나 수신을 나타내고, 갈색은 바람이나 풍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오랜 전 글자가 없었을 때 사람들은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축제행위를 노래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전승했습니다. 이렇게 전해오던 것이 글자로 적혀지면서 정착된 것이 바로 신화입니다.

산 속 다카치호 신사 부근에서 전해지는 가구라는 어쩌면 글자가 없던 시대부터 전해오던 신화입니다. 역사적인 시대상황과 근대화와 고령화 등으로 마을에서 사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없어진 가구라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다카치호를 중심으로 미야자키현 산간지방에 전해지고 있는 가구라가 100여 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렇게 많은 곳에서 가구라가 전해지고 있는 것은 생활 속에서 신앙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늦은 밤 가구라를 보고 내려오면서 나머지 보지 못한 가구라가 궁금해졌습니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11월 말에서 2월 사이에 가구라를보러 다시 오고 싶었습니다.

참고 누리집> 다카치호 관광협회,http://takachiho-kanko.info,  2013.9.5
가는 법> 구마모토 역에서 다카치호에 가는 버스로 세 시간 정도 걸립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다카치호 신사, #다카치호 가구라, #가구라, #하늘 바위굴, #천손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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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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