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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라도 좀 오면 소리가 장난 아니죠."
"젊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노인네들보다 더 아프다."
"철탑 근처 갔다 오면 두통이 온다는 체험을 이야기한다."
"송아지 몇 마리가 죽은 채로 태어났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가 이미 건설된 765kV 송전선로를 답사했을 때 현지 주민들이 밝힌 증언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제목으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 곽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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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과 같은 초고압 송전선로인 765kV 송전탑이 세워진 곳이 전국에 더러 있다. 전국에 902개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데, 주로 1999~2010년 사이 건설됐다. 삼척 68, 정선 83, 태백 13, 평창 63, 홍천 21, 횡성 85, 가평 23, 광주(경기) 62, 안성 54, 양평 58, 여주 4, 용인 41, 이천 10, 울진 17, 공주 36, 당진 80, 서산 14, 아산 7, 연기 29, 예산 71, 천안 28, 진천 25, 청원 10개 등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해 9월과 올해 8월 사이 기존 765kV 송전선로를 답사했다. 당진-신서산-신안성 구간, 울진-신태백-신가평 구간, 신가평-신안성 구간을 답사하고, 현지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했다.

소음피해, 건강우려, 주민갈등 등 호소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초고압 송전선로로 인해 자연재해·소음피해·건강우려·주민갈등·부동산값하락·환경영향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충남 예산지역 송전탑 설치 모습.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충남 예산지역 송전탑 설치 모습.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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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소음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안성 고삼면 한 주민은 "비라도 좀 오면 소리가 장난 아니다. 굉장히 심각한데도 지금은 만성이 되어 버렸다"고, 횡성 청일면 한 주민은 "철탑에서 소리 나는 게 집에까지 들리고 비가 오면 더하다"고 밝혔다.

경기 광주 곤지암읍 한 주민은 "너무 시끄럽고 무서워서, 모른 척하고 한국전력공사에 전화를 해서 주소를 알려 주었더니 직원은 '무지 가깝네요. 이사를 가시는 게 맞겠네요'라고 하더라"며 "소리가 나지 않게 할 수 없느냐고 했더니 그 직원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충남 당진 석문면 주민은 "안개가 낀 날이나 비오는 날이면 철탑에서 지글지글거리는 부침개 부치는 소리가 난다"고, 당진 정미면 주민은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철탑이 쓰러질 것 같은 소리가 난다"고, 강원도 태백 주민은 "철탑 밑에 가면 머리가 띵하고 소리도 엄청나게 크다"고 말했다.

건강 이상 우려도 있었다. 당진 석문면 한 주민은 "마을에 암 사망자가 10명 이상인데 그 중 서너명이 60대 이하"라고, 강원도 횡성 청일면 주민은 "철탑 밑에 사는 사람 중에 암으로 죽은 사람도 있고, 젊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노인네들보다 더 아프다"고 호소했다.

또 당진 석문면 다른 주민은 "송전탑과 직선 20m 남짓한 거리에 집이 있고, 같은 동네에 8가구가 있다"며 "앞집 주민은 암으로 돌아가셨고, 사촌과 작은 아버지 역시 암에 걸렸다, 주변 사람들이 죽으면 주로 암이 원인이다"고 밝혔다.

765kV 송전탑은 동물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횡성의 한 주민은 "집 위에 송전선로가 지나가는데 돼지와 소가 유산하고 있다"고, 다른 주민은 "뿌리 채소는 땅 밑에 있으니가 괜찮지만 줄기채소는 전혀 안 되고, 송전선에서 물방울이 맺혔다가 떨어지면서 고추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안성 고삼면 주민은 "골짜기마다 돌만 하나 들면 가재가 바글바글할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없다"며 "우리가 모르고 살아서 그렇지, 우리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횡성의 한 주민은 "송아지 몇 마리가 실패를 봤고, 8~9개월인 소 몇 마리가 유산됐으며, 죽은 채로 태어났다"고 밝혔다.

송전선로는 권력자와 관련 있는 땅은 피해간다는 주장도 나왔다. 용인 한 주민은 "이곳에 골프장이 많은데 다 비켜갔다"며 "힘있고 돈 있는 사람은 다 비켜갔다"고 주장했다. 경기 광주 곤지암읍 주민은 "이곳 산은 녹지자연 8등급이라 송전탑을 세울 수 없는데, 한국전력은 그것을 어겼다"며 "땅 주인 셋이 모두 권력자였는데 자기네 땅은 밟지고 못하게 했으며, 송전탑이 직선으로 가다가 마을로 'ㄷ'자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땅값 하락... 금융기관, 대출도 안해줘

송전선로(탑) 주변은 땅값도 하락했다. 용인의 한 주민은 "땅 매매는 전혀 되지 않고, 재산 가치가 없으며, 철탑이 지나간다고 하면 그냥 보지도 않는다"면서 "금융기관은 철탑이 지나는 땅을 담보로 한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충남 당진지역에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충남 당진지역에 송전탑이 설치돼 있는 모습.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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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곤지암읍의 한 주민은 "마을 집들이 팔리지 않으니까 경매를 했는데, 한 집은 처음에 7억2000만 원에 시작했다가 지금은 1억8000만 원까지 떨어졌다"며 "다른 집은 7억8000만 원에 경매를 시작했는데 결국 아무도 사지 않으니까 도로 회수했다. 지금 송전탑이 생기면 땅 가치는 없어진다, 그것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횡성 청일면의 한 주민은 "외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산 땅은 95% 정도인데, 안 팔려서 현지인들이 소유한 땅 5%는 모두 송전탑이 지나간다"고 밝혔다.

주민 갈등 심각... "좋던 인심 와해"

이미 765kV 송전탑이 세워진 마을에는 주민 갈등이 심각한 상태다. 태백 생명의숲 관계자는 "돈 많은 놈이 장땡이인 그런 동네로 전락해 버렸고, (한국전력과) 싸움하기 전까지만 해도 동네가 좋았었는데"라고 회상했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 지역 모습.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4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기존 765kV 송전선로 답사 보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신태백-신가평 송전선로 지역 모습.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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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의 다른 주민은 "보상금은 다 쓰지도 못하고, 개인적으로 쓰지 못한다"며 "노인 같으면 그냥 넘어갈 텐데 젊으니까 그 문제에 굉장히 예민한 상태가 되었다. 그 좋던 인심이 와해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평창의 한 주민은 "이웃 사이가 살벌해졌고,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 간에 원수가 되었다. 고발사건이 불거지고, 주민들이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녔으며, 쓰러져서 요양원에 가 있는 사람도 있다"며 "보상금은 마을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써도 되지만, 개인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마을 발전기금은 절대로 받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는 이같은 증언을 토대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지난 8월 29일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6차 장기 송배전 설비계획에 대해, 이들은 "향후 추가 765kV 송전선로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만하나, 송전선로 갈등의 주요 원인인 대용량 발전, 장거리 송전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부산 고리-경남 양산-밀양-창녕 90.5km 구간에 걸쳐 765kV 송전탑 161기를 건설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데 밀양 경과지 4개면(단장·산외·상동·부북면) 주민들 반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5월 말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765KV 송전선로,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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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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