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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뜨에서 온 젊은 예술가, 니꼴라 블랑(Nicolas Blum)
 프랑스 낭뜨에서 온 젊은 예술가, 니꼴라 블랑(Nicolas Blum)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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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s Blum(니꼴라 블랑)의 2013년 여름은 그의 일생을 통틀어 그의 삶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계절일 것 같습니다.

그는 프랑프 낭뜨에 있는 미술대학 에꼴데보자르낭뜨(ENSBANM ;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Nantes Métropole)을 막 졸업한 순수미술을 하는 작가입니다. 이 대학을 졸업한 학교의 유학생 동료들과 한국에서의 그룹전을 겸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그의 한국 체류는 2개월.  그 사이에 서울과 헤이리에서 동료들과 4번의 전시를 하고 이 전시를 기획한 한국의 기획자와 같은 대학의 동료였던 한국학생의 도움으로 전시가 없는 틈틈이 한국의 서울과 경기일원을 여행했습니다.

그의 전시장을 찾은 김광호선생님. 니꼴라의 사진에서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아이스크림 모양의 돌입니다. 익숙한 것을 비틀어 관객의 허를 찌릅니다.
 그의 전시장을 찾은 김광호선생님. 니꼴라의 사진에서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아이스크림 모양의 돌입니다. 익숙한 것을 비틀어 관객의 허를 찌릅니다.
ⓒ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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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류 초기에는 지인의 집에서 지내다 후반에는 홍대의 게스트하우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지인의 집에 있을 때는 한국의 가정을 미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홍대의 게스트하우스에 있으면서는 한국을 찾은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인생방향에 대한 거시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여행도 관광객이나 보편적인 여행자들이 하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관광지대신 한국의 전통시장을 경험하고 미술관 나들이를 하거나 서울 인근의 산에 오르곤 했습니다. 서울의 친구들과 어울려서 시장에서 순대를 먹고 고창을 먹었습니다. 그는 관광객용 한국이 아니라 '진짜 한국'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저와의 만남을 위해 모티프원을 두 번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떠나면서 그 느낌을 남겼습니다.

"북한과 6km 떨어진 파주 어딘가에서 긴 흰 수염의 아저씨를 만났다. 그 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세계를 보는 큰 눈이 생겼다. _니꼴라 블랑" 

이렇듯 그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를 갈구합니다. 그제 홍대앞에서 한 그의 퍼포먼스가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홍대 인근 또래의 젊은이들이 가장 번번하게 오가는 노변에 종이 박스 하나를 펴서 노점 좌판으로 만들었습니다.

홍대인근의 도로에서 좌판을 벌린 니꼴라.
 홍대인근의 도로에서 좌판을 벌린 니꼴라.
ⓒ Nicolas B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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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좌판에는 깻잎과 파, 마늘 두 단이 놓였습니다. 낚시용 의자에 앉아 좌판을 지키는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검은 바지, 흰 셔츠에 노란 구레나룻이 풍성한 니꼴라였습니다. 그는 짧은 칼로 초록색 비닐봉지에 마늘을 까 담고 있었습니다. 길을 오가는 많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이질적인 의외의 광경에 시전을 집중했습니다. 어떤 이는 웃음 띤 얼굴이고 어떤 이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고 어떤 이는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행인들은 야채 좌판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그를 주목했습니다.
 행인들은 야채 좌판에서 마늘을 까고 있는 그를 주목했습니다.
ⓒ 니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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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좌판, 깻잎 옆에는 할머니의 좌판에는 없는 작은 팻말이 하나 세워져있었고 그곳에는 이른 말이 쓰여 있었습니다.

"만약 인공바다의 반짝이는 거품에 삼켜져 내가 사라지게 된다면?"

그가 하고 싶었던 말 "What if I disappeared, swallowed by the shimmering foam of our artificials oceans"을 한국 친구에게 번역을 부탁하고 한국어로 써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묻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묻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요?"
ⓒ 니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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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오염의 원인인 공장폐수와 생활하수. 공장폐수는 비교적 쉽게 드러나고 감시의 눈길도 따갑지만 우리 모두에 의해 배출되는 생활하수는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인 것에 반하여 '내가 오염원'이라는 자각도 희박합니다. 이 하천의 오염은 색으로도 알 수 있지만 하얗게 포말을 일으키는 거품으로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욕조 속의 비누거품 목욕과는 달리 그 거품은 죽음의 서곡이라는 것을 알지만 주방이나 샤워 룸에서는 그 사실을 잊곤 합니다. 니꼴라는 우리가 그 사실을 잊는다면 언젠가는 마늘보다 더 매운 나날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니꼴라는 항상 두 발의 각기 다른 양말을 착용합니다. 이 날 오른쪽 발에는 블루바탕에 흰색무늬양말을 왼쪽 발에는 빨간 양말을 신었습니다.

테이블 아래 니꼴라의 양말을 보면 짝이 맞지 않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평소에도 짝이 맞지 않게 양말을 싣습니다.
 테이블 아래 니꼴라의 양말을 보면 짝이 맞지 않습니다. 그는 의도적으로 평소에도 짝이 맞지 않게 양말을 싣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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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의 짝이 맞지 않는 양말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생각들에 주목합니다. 저는 저의 아들과 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프랑스에서 '니꼴라의 한국여름'을 살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니꼴라, #수질오염, #NICOLAS BLUM, #프랑스, #낭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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