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 소속 여야 의원 10명은 지난 15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을 방문, 예비열람을 실시했지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했다.(관련 기사 : 국가기록원에 2007년 정상회담 회의록 없다).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던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도, 그 기록을 받았던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도 18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참여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모두 이관했다"며 "회의록 폐기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지원'에는 삭제 기능 자체가 없다"

김정호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에는 문서 기록이 그대로 되어 있고, 특히 중요한 정상회담 관련 자료들이 다 탑재돼 있다"며 "못 찾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회의록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못 찾을 수 있다'는 얘기는 대통령기록관의 전산시스템과 e지원의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은 열람 범위·권한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다를 것"이라며 "e지원만 구동하면 바로 나올 텐데, (국가기록원이) 그렇게 접근하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참여정부는 e지원을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서버 등을 통째로 보냈다.

역시 노무현 정부 대통령 기록관리비서관을 지냈고, 초대 대통령기록관장으로 대통령기록물을 이관받았던 임상경 전 관장도 "그 기록(회의록)은 절대 누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e지원 시스템에 있다면 당연히 이관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을) 폐기 또는 파기했다는 건 거론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e지원에는 삭제 기능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삭제 기능이 있으면 기록에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또한 국가기록원이 기술상의 문제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쉽게 찾지 못할 수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소유권이 있는 한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납득이 안 갈 뿐"이라고 했다.

여야가 전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2차 예비열람을 마쳤지만 회의록 원본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과 관련,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 기록물을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 방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여야가 전날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자료 2차 예비열람을 마쳤지만 회의록 원본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과 관련,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8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노무현 정부가 이 기록물을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 방에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대통령기록물 보낸 김정호 전 비서관]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것"

-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찾고 있을 것이다. 내놓기 싫더라도, 훼손하지 않았다면…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기록물을 100퍼센트 이관했다. 기록물 자체는 외장하드에 담아서 이관했고, (대통령기록물 관련)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 다 그대로 보냈다. 특히 중요한 정상회담 관련 자료들이나 회의록, 이런 거 다 (e지원 시스템에) 탑재되어 있다. 국가기록원에서 못 찾는 것은 좀 이해가 되도, (회의록 자체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기록이 없는 것은 아니고, 국가기록원이 못 찾을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e지원은 키워드 검색이 다 된다. 수석실별, 비서관실별로도 찾을 수 있다. 근데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은 (기록물의 성격에 따라) 모든 걸 다 보여주면 안 되니까 기록물을 건별로 변환했다. 대통령기록물 가운데는 지정기록물도 있고, 저마다 등급이 다르다. 또 열람권한이나 공개 시기도 달라서 (검색 키워드에) 모두 연동시켜 보여줄 수 없으니 구분해뒀다.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에서 예를 들어 '대통령 정상회담 회의록' 이런 키워드를 넣어선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서 제목을 넣어야 할 텐데 (문서) 목록도 없다면, (국가기록원이) 진본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내놓기 싫어서 회피하려는 것이다. 또 국정조사하는 분들이야 국회에서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공방의 진위는 가려지지 않은 채 정치적으로 (이 사안이) 지루해지기를 노린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우리가 폐기했다, 훼손했다는 식으로 이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비열한 작태다."

- 이관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록만 삭제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할 수 없다. 설령 누군가 삭제했다면, 그 기록마저도 로그기록이 남을 것이다. 근데 지금까지 이명박-박근혜 두 정부에 걸쳐 국정원 혹은 국가기록원에서 이런 기록들의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손댔을 개연성이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놓고 '(회의록이) 없다'고 하면, 이걸 검증할 수 있겠나. 검찰이 수사해도 가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명명백백한 사실도 시간 끌기 하고, 결과적으로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하면 어떻게 하냐.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다."

"100% 이관... 회의록 없다면 대통령기록관이 책임져야"

- 혹시 이관한 대통령기록물 가운데서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었나.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할 때) 개별 문서를 보진 않는다. 소관 비서관실과 수석실 단위로 이관하지, 건별로는 하지 않는다. 소관 부서야 자신들이 생산·관리한 문서니까 뭐가 있는지 알지만, 이관업무를 담당한 저희는 그쪽에서 준 것을 그대로, 사본 받은 것도 사본 그대로 보냈기 때문에 목록에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고, 법에 따르면 알아서도 안 된다.

그리고 e지원에 있던 전자기록은 당시 대통령기록관에서 나온 기록관리사들이 외장하드에 다 복제해서 가져갔다. 두 번째 이관 때는 아예 대통령 기록관장이 '시스템 전체를 행정박물로 보관하게 달라'고 요구해서 e지원 전체를 보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는 e지원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서 전임 대통령이 열람할 수 없다, 시스템 전체를 주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대통령 재가를 받아 e지원 시스템 자체를 기록관으로 넘겼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대통령기록관에서 회의록이) 없다고 하는 건… 자기들 시스템에서 변환이 안 돼 못 찾을 수 있어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저희들은 100% 이관했다. 만일 국가기록원이나 대통령기록관에서 없다고 한다면, 거기서 멸실된 것 아닌가. 그럼 보관 책임이 있는 국가기록원이나 대통령기록관이 책임져야 한다. 책임을 방기했거나 고의로 훼손했거나 한 일이니까."

- 노무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했을 가능성은 없는가. 한쪽에서는 그런 주장도 나온다.
"폐기를 지시할 수 없다. 이관할 때 (기록물을) 통째로 보냈다. 설령 폐기를 지시했다고 해도, 그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기록에 남는다."

- 대통령기록물법에 보면, 대통령기록물의 폐기절차 내용은 있어도 지정기록물은 없더라. 만약 이걸 폐기했다면 지정기록물에서 해제된 뒤 대통령기록물이 되어서 폐기 절차를 밟았어야 할 텐데. 
"(지정권자인) 노 전 대통령이 안 계신데 누가 그걸… 해제할 권한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해제됐다면, 그건 기록물 관리 책임 있는 곳에서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불법 열람하고 훼손·폐기했을 개연성 말고는 있겠는가. 자기들(여당 쪽)이 불리한 거지 않나.

정치적 공방이 굉장히 격해졌다. 거짓말 한 쪽은 국민적 지탄 받을 텐데, 밝혀졌을 때 불리한 쪽이 진위를 가릴 원본을 안 내놓거나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겠냐. 우리가 (대통령기록물을) 다 넘겼으니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찾는 척하면서 상황을 지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원천적으로 훼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그럼 왜 못 찾을까? 기록을 모두 이관했다면 분명 대통령기록관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있는 것 아닌가.
"못 찾기보다 안 찾는 것 아니냐. 문서관리시스템(e지원)을 구동하면 바로 나올 텐데, 그렇게 접근하진 않은 것 같다. 자신들 시스템상에서 검색어 등을 쳐서 찾으면 관련 문서가 쫙 나오니까 개별문서로 넣지 않으면 (회의록을 바로 찾기란) 불가능하다고도 본다. 그 방식을 고집한다면 안 될 것이다.

- e지원으로 찾아야 한다는 말인데, 시스템 구동은 금방 가능한가.
"바로 할 수 있다. 그걸 위해 통째로 보냈다. 다만 (대통령기록관에서) e지원을 복원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관련 회의록과 녹음기록물 등 자료 일체의 열람·공개를 국가기록원에 요구하는 자료제출요구안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7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대통령기록물 받은 임상경 전 관장] "노 대통령이 폐기? 거론 가치도 없다"

- 대통령기록관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다고 한다.
"제가 건별로 확인하진 않아서 기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든 기록을 누락 없이, 안정적으로 넘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대책을 수립해 이관하라'는 건 노무현 대통령이 저뿐 아니라 국무회의 등에서 수 년 동안 언급한 지시사항이다. 저는 기록관리비서관 하면서 정말 누락 없이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도록 했다. 그 기록도 절대 누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e지원 시스템에 있는 것이니 당연히 이관됐을 것이다."

- 시스템 상에서 삭제됐을 가능성은 없는가.
"e지원에는 생산자가 생산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나 권한이 없다. 대통령조차 삭제권한이 없다. 기능 자체가 없다. 그걸 만들면 기록물에 손댈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아예 기능을 탑재시키지 않았다."

- 결국 '아직 못 찾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인지.
"못 찾은 것이다. 키워드 검색 과정에서 띄어쓰기 차이 등으로 놓칠 수 있다. 혹여 우려되는 건, 최초로 대통령기록물을 대량 이관하는 과정에서 기술상 오류가 발생해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대통령기록관에 보관·소유권한이 있는 한 찾아야 한다. 아무튼 (현재 상황은) 납득이 안 갈 뿐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폐기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들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에서 무단폐기란 있을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간단한 기록은 아니지 않은가. 그걸 그냥 두지 않았을 테고, 노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을 것이다. 그럼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을 테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회의록을) 폐기하거나 파기했다는 말은 거론할 가치가 없다."

- 그럼 이명박 정부에서 폐기했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야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다만 초기부터 계속 기록을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일들에 비춰본다면… (기록을 두고) 비상식적인 접근을 했는데 뭔들 못하겠냐."

- 비밀 문서의 경우 제목을 원래 내용과 다르게 한다고 들었다. 회의록이 비밀로 분류돼 제목을 전혀 다르게 써놨고, 이 때문에 검색 결과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제목을 다르게 하는 건 생산자 스타일이다. 남북정상 관련 기록은 대부분 비밀일 거다. (제목을) 정하는 건 생산자라 100% 정확하진 않지만, 남북 문제는 외교와 안보가 결합되어 있다. 제목 이런 걸 다르게 하는 경우는 저도 여러 차례 봤다. 그래서 별칭으로 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은 일 중 하나다."


태그:#노무현, #남북정상회담?회의록, #대통령 기록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