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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겉그림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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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특정한 종교를 선택하는 걸 주저한다. 그만큼 하나에 푹 빠지는 걸 원치 않는 것이다. 강요당하기 싫다는 뜻이다. 그저 자유롭게 종교를 알고 싶고, 나름대로 영성을 갈망코자 하는 바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종교적 태도가 그토록 엉뚱한 것 말이다. 내장은 샤머니즘, 가슴은 불교, 머리는 유교, 손과 발은 그리스도교인 것 말이다.

사실 우리네 부모님이나 조상들은 신에게 빌고 또 빌었다. 바다에서, 산에서, 들에서, 나무 앞에서, 심지어 물 한 모금을 떠 놓고도 그랬다. 그런 요소에다 종교적인 색체를 덧칠하고 있으니 어찌 혼합주의 종교요소가 남아 있지 않겠는가.

김경집의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도 바로 그런 혼합주의 기독교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격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에서 인간학과 영성과정을 맡아 가르쳐왔던 저자는, 가톨릭은 물론이고 개신교에 뿌리박혀 있는 엉뚱한 성경해석이 낳은 오류들을 바로잡고, 바른 성경해석과 함께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하도록 돕는다.

나는 이 책에서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짚고 싶었다. '예수가 금지한 것을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예수보다 그를 만났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읽고 썼다.(머리말)

그렇다. 이 책은 기복이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그걸 넘어서는 천박한 신앙인이 되지 않는 길을 제시한다. 단순히 천국에 가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영혼의 울림과 떨림에 고민할 수 있는 길을 찾게 한다.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종교인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신앙인이 되는 눈을 갖도록 돕는다.

도대체 그게 무엇일까? 저자는 바른 성경해석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자의적으로 해석한 성경해석으로 인해 부끄러운 일들을 많이 벌여왔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예수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자꾸 부풀린 것들 말이다.

일례로 예수가 말 구유통에 오신 것만 봐도 그렇단다. 그는 세상의 권력이나 부나 명예가 있는 곳에 임하지 않았고, 오히려 힘들고 고달픈 곳에 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교회는 높은 첨탑과 온갖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종교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를 보고 믿지 말고 '크리스천'들을 보고 믿으라

어느 인터넷 기독교정론지를 봤더니 어느 교회 목회자의 퇴직 전별금이 무려 25억 원으로 나와 있었다. 두 교회가 비슷했다. 한 교회는 서울, 다른 한 교회는 인천에 있는 교회였다. 은퇴 목회자의 75%가 생활비 50만 원 이하로 살아간다는 걸 감안하면 그건 너무해도 정말로 너무한 게 아닐까? 그 교회의 은퇴 목회자는, 저자의 말대로 예수가 금지했던 걸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그 교회 교우들이 생각하는 신앙인들이었다면 말려야 했지 않을까?

내가 예수를 따르기로 한 것이 그의 삶을 따르는 것이라고 볼 때, 이것이야말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할 수 있는 실천이며 기적이 아닐까? 따라서 예수의 이 기적은 내게 그 기적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예수의 기적은 내게 그의 삶을 따르도록 하는 실천적 모범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하고 병들고 억압당하는 이들을 불쌍하게 여겨 그들에게 베푼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어찌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219쪽)

이른바 '오병이어'에 관한 주석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예수께서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인 이야기를 실제 사건에 비추어 해석한다. 이른바 자신이 겪은 중학교 때의 일로 말이다.

1970년대 초반 가난하던 시절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던 그 때, 점심시간이 되면 자기 자리를 떠나던 친구가 있었다고 한다. 그를 바라보던 다른 친구 세 명이 그 친구와 함께 넷이서 도시락을 나눠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친구들까지 자신의 도시락에서 밥 한 숟가락씩을 덜어줘서 나눈 경험담이 그것이다. 그때 이후로 그 교실에서는 도시락 싸오지 못해서 굶은 친구들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오병이어의 기적도, 실은 나의 마음이 움직이는 데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그것은 이념으로써의 신앙이 아니라 실천으로써의 신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예수의 능력을 보고서 믿으라고 떠들 일이 아니라, 예수를 믿는 크리스천들의 행동을 보고서 믿으라는 이야기다.

어떤가? 예수는 진리의 빛을 보라고 손가락질 하는데 엉뚱한 크리스천들이 빛보다 손가락에 집중케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층종교로 거듭나기보다 여전히 표층종교에 머물길 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맹점들을 발견케 될 것이다. 정말로 바르고 깊이 있는 성경해석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