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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장마가 시작됐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일명 '마른장마'가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난 2일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짧은 시간에 강한 빗줄기가 쏟아졌다. 3일 장마전선이 남하해 남부지방에 머물면서 이날 새벽 한때 전북지역을 중심으로는 시간당 5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렸다. 마치 물폭탄이라도 떨어지듯 굵은 장맛비가 쏟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만 되면 '장마'가 날씨 키워드다. 장마기간 동안 내리는 비는 연강수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장마가 끝난 이후부터는 무더위가 한반도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름 날씨에 큰 영향을 주는 장마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지난 2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41.5㎜로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2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41.5㎜로 짧은 시간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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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로 정의

여름철에 일정 기간 장마전선에 의해 지속적으로 많이 내리는 비를 가리켜 장마라고 한다. 15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의미하는 '마ㅎ'를 합성한 '당마ㅎ'로 불렸으며 1700년대 후반 '쟝마'로 표기된 것이 일제강점기 이후 '장마'로 바뀌었다.

장마의 어원에 따르면 장마는 단순히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뜻하지만 현재 통용되는 장마의 의미는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로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개념이다. 다른 하나는 기상학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장마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가리킨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후자의 관점에서 장마 시점을 공표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과 다소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장마전선이 생겼다할지라도 제주도 남쪽 먼 바다 쪽으로 내려가거나 태풍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소멸됐다가 다시 생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마 기간이라도 매일 비가 오지는 않는다.

북태평양고기압 발달+남서쪽 습윤한 공기 유입→장맛비

한편 기후학적으로는 대개 6월 하순 우리나라 주변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본격적으로 발달함과 함께 남서풍에 의해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장마가 시작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장마의 시작은 언제부터가 될까.

장마전선이 형성될 때 한반도 주변 대기를 설명하는 개념도
 장마전선이 형성될 때 한반도 주변 대기를 설명하는 개념도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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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에 의해 어떤 지역에 3일 동안 5~6㎜ 이상의 비가 처음으로 내리기 시작하는 날이 장마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장마전선은 남쪽에서부터 북쪽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제주도, 남부지방, 중부지방 순으로 장마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해는 32년만에 처음으로 중부지방부터 장맛비가 내리기도 했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한반도 부근의 대기 하층 수분 속 영향 유무 ▶장마지수 분석 ▶지상일기도에서 장마전선 형성의 유무 및 500헥토파스칼 고도의 5820gpm(gpm은 지위고도(geopotential height)의 단위로 geopotential meter의 약자)과 5880gpm 선의 위치 ▶강수량 및 지표 기온, 일사량, 일조시간의 3일 이동평균 분석 등 크게 4가지 요소들을 분석해 장마의 시작을 결정하고 있다.

반면 장마의 종료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확장해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때로 본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마다 장마의 시작과 종료 시점이 매우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장마 시종 결정에 고려되는 많은 요소들이 불일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장마가 시작됐더라도 하층에서 습윤한 공기의 유입이 충분치 않아 비가 내리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에도 끄떡없다... 천여년 버텨온 '진천농교' 눈길

진천농교는 장마철 폭우와 많은 하천수 유입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버텨왔다.
 진천농교는 장마철 폭우와 많은 하천수 유입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버텨왔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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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내리는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일대는 최근 3년 동안 대규모 침수 피해를 겪었다.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조성된 곳이 강남인데도 비가 좀 많이 내리면 도심 한폭판이 물바다로 변한다. 장마철 강남역 주변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장마철 폭우가 쏟아져도 거대한 태풍이 불어 닥쳐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곳도 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에 위치한 '진천농교(鎭川籠橋)'가 바로 그 주인공. 이 다리는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후 지네모양을 본떠 길게 늘여진 모습을 하고 있는 돌다리로 '농다리'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이 돌로 쌓아 올린 농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사람들이 돌로 쌓아 올린 농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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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진천농교는 총 28칸의 마디모양으로 길이가 93.6m에 달한다. 돌을 쌓아 올릴 때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으며 폭은 1m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마철 폭우와 많은 하천수 유입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버티고 있어 그 튼튼함이 사뭇 눈길을 끈다.

옛 문헌인 '상산지'와 '조선환여승람' 등에 따르면 '고려초 임장군이 축조했다'고 기록돼있다. 천여년 세월을 버텨온 돌다리가 과학을 자랑하는 요즘 우리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진천농교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진천농교
ⓒ 온케이웨더 정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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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장마, #장마전선, #진천농교, #농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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