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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황금주파수'를 눈앞에 두고 '승자의 저주' 논란에 휩싸였다. 경쟁사들의 견제로 수조 원대 출혈 경매가 불가피한 데다 '친박 낙하산' 영입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석채 회장 사퇴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8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1.8GHz 'KT 인접대역'(D블록)까지 포함한 '제4안'을 주파수 할당 계획으로 확정 발표했다. 겉으로 보면 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기존 1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3안'(밴드플랜2)을 동시에 경매에 붙여 균형을 맞춘 듯 보이지만, KT가 인접대역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KT가 지지해온 3안에 더 무게를 실은 것이다.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관 역시 이날 "주파수 할당 정책 자문위원회에서도 D블록을 포함하면 국민 편익 측면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조기에 제공할 수 있는데 배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4안으로 바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D블록 할당에 반발해 '보이콧'(경매 불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사업자들이 경매에 충실하게 참여하게 하려고 이번에 할당되지 않은 주파수는 2014년 말까지 재할당하지 않기로 했다"고 제동을 걸었다.

KT 인접대역 할당 '성공'... 정부 압박-친박 영입 구설수

KT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홍사덕 전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사진은 제19대 총선 유세 마지막날인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종로구에 출마한 홍사덕 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KT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홍사덕 전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사진은 제19대 총선 유세 마지막날인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종로구에 출마한 홍사덕 후보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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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 인접대역 할당은 KT에 7조 원 이상 혜택을 주는 특혜라고 주장해왔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자문위 회의록 공개와 국회 차원의 공청회 요구로 막판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KT가 행정소송을 내세워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부)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이날 확인되지 않은 정부 고위 관계자 말을 빌어 "KT 측이 지난해 12월 대선 직후부터 2개월 동안 당시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방위 압박을 가해왔다"며 "이를 지렛대 삼아 방통위에 KT 인접대역 할당을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KT는 지난 2010년 4월 할당받은 900MHz 대역이 주파수 간섭으로 제 기능을 못하자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해왔고 법무법인을 통해 행정소송 자문까지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래부는 이날 오후 해명자료에서 "금번 신규 주파수 할당안은 KT 900MHz 문제와는 전혀 별개 사안으로 검토한 것"이라면서 "KT의 행정소송 압박에 정부에서 특혜 언질을 주어 신규 주파수 할당과 연관되었을 것이라는 관계자, 업계 전언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KT도 "900MHz 주파수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행정 소송을 내세워 정부를 압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지난 2월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 사외이사 영입에 이은 '친박' 인사 자문위원 영입도 특혜설을 부추겼다. 

<미디어오늘>은 27일 "KT가 최근(3월) 홍사덕 전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 등 한나라당 출신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고문으로 영입"했다며 "이석채 회장 퇴진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청와대 등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영입한 인사들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KT 홍보팀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홍사덕 전 의원은 기업 경영 관련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김병호 전 의원은 비상임이지만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영입 시기나 급여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자문위원 영입은 다른 기업도 다 하는 일"이라면서 이석채 회장 퇴진설로 이어지는 걸 경계했다.

KT도 '승자의 저주' 우려... 미래부 "요금 인상 전이 안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6월 28일 발표한 1.8GHz-2.6GHz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 KT가 광대역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안(밴드플랜2)를 동시에 경매에 붙여 입찰가 합계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6월 28일 발표한 1.8GHz-2.6GHz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 KT가 광대역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KT 인접대역(D블록)을 할당하지 않는 안(밴드플랜1)과 할당하는 안(밴드플랜2)를 동시에 경매에 붙여 입찰가 합계가 높은 밴드플랜과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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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부에서 확정한 4안도 KT에 마냥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일단 KT 인접대역이 포함되긴 했지만 경쟁사들이 견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KT로서도 큰 출혈이 불가피하다. 정작 이통3사 가운데 KT에서 가장 먼저 '승자의 저주'를 들고 나선 이유다.

KT는 4안이 사실상 확정된 27일 "경쟁사간 묵시적 담합이 이뤄질 경우 천문학적인 금액의 입찰이 불가피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전망이고 높은 할당대가는 결국 통신요금 인상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요금 인상을 경고했다.

이에 조규조 전파정책관은 "실질적 가치가 있는 블록은 유효경쟁을 통해 시장가치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시장에서 요금을 올릴 경우 그 기업이 생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요금 인상 전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담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 국장은 "전파법에 따라 담합시 할당을 취소할 수 있다"고 일축했지만 직접 경매안을 설계한 여재현 KISDI 전파정책연구그룹장은 "2단계 밀봉입찰 방식에선 담합 가능성이 없지만 입찰가가 공개되는 1단계 오름입찰방식에선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KT가 '밴드플랜2'의 D블록에 단독 입찰하더라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의 A1·B1블록이나 C1블록 입찰가를 계속 올리면 KT도 따라서 입찰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혼합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경매 규칙에 하한선은 정해져 있지만 상한선은 따로 없고, 2단계에서도 자신이 최고가를 써냈던 블록에 한해 무제한 입찰이 가능해 최종 낙찰가가 수조 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는 이날 오후 "경쟁사들은 1.8GHz 인접대역에 대한 KT의 절실함을 빌미로 서로간의 담합을 통해 KT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떠넘기거나 자사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가져갈 수 있다"며 오히려 '재벌 특혜'라고 맞받았다.

반면 SK텔레콤은 이날 "KT 인접대역 할당으로 심각한 경쟁 왜곡 및 천문학적 과열 경매가 불가피해졌다"면서도 "KT가 인접대역 확보를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KT가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 7조 원의 막대한 이익에는 전혀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며 여전히 'KT 특혜' 의혹을 접지 않았다.


태그:#주파수 할당, #친박 낙하산, #홍사덕, #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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