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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컴퓨터의 처리 속도보다 수백 배 이상 빨라 과학 분야에서 무수히 많은 수치를 계산하는데 사용되는 것이 '슈퍼컴퓨터'다. 최근엔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1001'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슈퍼컴퓨터는 날씨 예측, 석유 매장 위치를 찾거나 비행기를 디자인 할 때, 여러가지 시뮬레이션 등에 쓰이면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고해상도 수치예측모델을 이용한 수치예보가 가능해져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고해상도 수치예측모델을 이용한 수치예보가 가능해져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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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의 슈퍼컴퓨터 '톈허'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 중 가장 빠른 연산 처리속도를 기록한 것으로 최근 열린 '세계 슈퍼컴퓨팅콘퍼런스 2013'에서 확인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해온'과 '해담'이 각각 91위와 92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타키온2'가 107위를 각각 차지했다.

슈퍼컴퓨터 순위는 1년에 두 번 집계되는데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점점 뒤쳐진다.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1년 슈퍼컴퓨터육성법을 발효시킨데 이어 지난해 육성 기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올 들어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산하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대전 카이스트 내 소재)에서 조민수(48) 슈퍼컴퓨터서비스센터장을 만나 '슈퍼컴퓨터'와 관련해 여러가지 얘기를 나눴다.

- 먼저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부터 좀 소개해주시죠.
"2013년 1월 1일 조직이 확대 개편되면서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가 공식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 공동 활용 컴퓨터와 전산망을 제공한 기능으로 볼 때 지난 1967년 6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전자계산실로 출범한 것을 연구소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에는 ▲ 슈퍼컴퓨팅서비스센터 ▲ 슈퍼컴퓨팅융합연구센터 ▲ 첨단연구센터 ▲ 슈퍼컴퓨팅전략실 4개 부서가 있어요."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의 모습.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의 모습.
ⓒ NIS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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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컴퓨팅서비스센터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슈퍼컴퓨팅서비스센터는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안에 속해 있습니다. 현재, 슈퍼컴퓨터와 초고속 연구망으로 구성된 첨단 과학기술 인프라를 국내 대학, 연구소, 산업체 및 정부기관의 연구 개발자들에게 제공하며 이와 관련된 활용기술을 지원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8일 제정된 '국가초고성능컴퓨터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공동 활용 초고성능컴퓨팅서비스를 총괄하는 역할도 맡고 있고요."

- 슈퍼컴퓨터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슈퍼컴퓨터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의 연산 속도보다 수백 배 이상 빠른 컴퓨터로 통상 세계 500위권 안에 드는 컴퓨터를 말합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연구개발의 정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소요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하기 힘들었던 우주 개발, 핵융합, 단백질 구조 분석 등 거대 연구가 훨씬 수월해 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일반적으로 제한된 시간 내 고해상도 모델을 운영하려면 성능이 좋은 컴퓨터가 필요해요. 때문에 당대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컴퓨팅시스템으로 정의되는 슈퍼컴퓨터가 빠르고 정확한 예측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합니다. 특히 기상 분야에서는 고해상도 수치예측모델을 이용한 수치예보가 가능해져 더욱 정확한 예측결과로 예보 정확도도 향상 시킬 수 있게 됩니다."

-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는 몇 번째인지. 
"지난 1988년 8월 슈퍼컴퓨터 1호기(CRAY-2S)가 최초로 도입돼 국내에 설치됐습니다. 그 당시 대학, 국공립 연구소, 기업체 등 약 60여개 기관에서 기상예보, 대륙붕 석유 탐사, 차량충돌시험, 신약 개발, 항공, 원자력, 화학 분야 등에 활용돼 국내 기초 연구와 첨단 산업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크게 기여했었죠.

특히 기상분야에서는 아시아수치예보모델(A-LAM), 극동 아시아 수치예보모델(F-LAM), 해양모델(OFM) 등에서 활용돼 우리나라 최초의 수치예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후 1993년에  도입된 슈퍼컴퓨터 2호기(CRAY-C90)는 우리나라 장마와 관련한 호우 및 태풍 해석, 액체로켓 엔진의 분무연소 해석 등 많은 연구 성과가 있었어요. 그 다음으로 도입된 슈퍼컴퓨터 3호기는 두 개의 회사에서 총 4번에 걸쳐 각각 들여왔습니다. 현재 슈퍼컴퓨터 4호기(IBM과 SUN 두 개 회사)가 가동 중에 있습니다."

현재 슈퍼컴퓨터 4호기로 IBM(왼쪽 검정색)과 SUN(오른쪽 흰색)의 두 개 회사 컴퓨터가 가동 중에 있다.
 현재 슈퍼컴퓨터 4호기로 IBM(왼쪽 검정색)과 SUN(오른쪽 흰색)의 두 개 회사 컴퓨터가 가동 중에 있다.
ⓒ NIS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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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컴퓨터 4호기 '타키온2'의 활용 사례로 어떤 것이 있는지요.
"최근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다목적댐 강우예측에 우리 센터의 슈퍼컴퓨터가 활용됐습니다. 300테라플롭스급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예보지역을 기존 댐 유역 외에 4대강 유역으로 확대하고, 분석 단위를 기존 30㎞격자에서 3㎞격자로 보다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써 기상 예보기간도 3일에서 5일로 확대하는 등 예보의 범위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수자원공사 측에 따르면 강우예보에 슈퍼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물 관리 체계의 신뢰성을 보다 높일 수 있게 됐다고 가뭄과 홍수 피해방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 센터장은 언제 처음 슈퍼컴퓨터를 접했나요. 슈퍼컴퓨터에 얽힌 에피소드 좀…
"제가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을 때였던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슈퍼컴퓨터 1호기를 사용했었습니다. 이후 박사과정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슈퍼컴퓨터 2호기가 도입돼 박사학위 논문은 슈퍼컴퓨터 2호기를 이용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1994~1995년, 슈퍼컴퓨터센터로부터 매일 아침 경고 메시지를 받았던 게 생각납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였기에 '작업 디렉토리에 파일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니 빨리 지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네크워크 속도가 너무 느려서 슈퍼컴퓨터에서 실험한 결과를 테이프로 받아야 했어요. 당시 한 달에 한두 번 서울에서 (슈퍼컴퓨터센터가 위치한) 대전으로 수시로 왔다갔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해외학회 발표 준비를 위해 슈퍼컴센터 직원과 연락하며 테이프에서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읽어 들이는 작업을 밤새 했었는데, 다음날 아침 직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이런 일이 자주 있었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은 그날 첫 근무였다고 답했던 게 떠오릅니다."

향후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하게 된다면 성능은 더 빨라지고 용량은 더 커지게 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 센터장이 말했다.
 향후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하게 된다면 성능은 더 빨라지고 용량은 더 커지게 돼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조 센터장이 말했다.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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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ISTI와 공군기상단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던데요.
"네, 그렇습니다. 공군 기상단은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 연구소의 슈퍼컴퓨터만을 현업에 이용했습니다. 공군이 수치예보시스템 전력화를 이룬 2011년 이후부터는 일부 현업에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2년, 공군기상단이 육군 포병을 지원하면서 수치예보시스템을 이용한 계산 자원이 더욱 부족해졌어요. 이에 따라 공군기상단이 우리 연구소에 지원을 요청해 오면서 지난달 22일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비상 시 또는 전시 전장영역 확대에 따른 화력작전 지원용 예측자료를 중단없이 생산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계산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할 계획이에요."

- 슈퍼컴퓨터가 군 작전 기상능력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요.
"공군의 예보 현업모델 전체의 백업 운영을 통해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공군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수치예보체계가 어떠한 공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될 때 우리 연구소가 그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죠.

대개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참고하는 정보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될수록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과학 가시화(scientific visualization) 또는 정보 가시화(information visualization) 기술을 이용하면 대용량의 복잡한 자료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 편리해집니다. 무엇보다 3차원 자료를 정보 분석에 많이 이용하는 기상분야에서는 3차원 가시화 기술의 활용 능력이 매우 중요해요.

그동안 과학 가시화 서비스에 대한 슈퍼컴 사용자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의 문제로 우선순위가 낮아 현재까지 정식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가위기관리, 국민복지증진 등의 관련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실시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특히 공군은 육·해·공 3군에 대해 수치예보 자료를 지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 예보관은 물론 조종사들로부터도 이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에 공군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과학가시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무엇보다 고해상도의 예측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해상도의 기상모델이 개발돼야 하며 그러한 모델을 운영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모델 결과 자료를 표출할 수 있는 가시화 시스템의 성능이 지금보다 더욱 향상돼야 할 것입니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나 한국형수치예보모델사업단(이하 한수예)과의 연관성은?
조민수 슈퍼컴퓨터서비스센터장 약력

주요 학력
• 1987년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 학사학위 취득
• 1991년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석사학위 취득
• 1996년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박사학위 취득

주요 경력
• 슈퍼컴퓨팅 응용고도화 사업 (2000~2005년)
• 고해상도 기후모형개발 (2001년, 2003~2004년)
• 가상현실 그리드 사업 (2002~2003년)
• 슈퍼컴 최적화 및 효율화 기술 개발 (2006년)
• 재해대응 의사결정지원시스템 개발 (2007~2009년)
• 국가해양수치모델링기반구축 (2010~2012년)

"기상청의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와 우리 센터는 별개입니다. 현재 기상청에서는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독자적으로 구축해 운영 중이죠. 과거 기상청에서 10년 넘게 우리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다가 기상 슈퍼컴퓨터를 별도로 도입한 이후부터는 백업시스템으로서 우리 센터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입 전까지는 매일 현업에 사용했었죠.

한수예의 경우 300테라플롭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보유한 슈퍼컴퓨터 4호기의 총 성능은 360테라플롭스이고 메인시스템 '타키온2'가 300테라플롭스인데 다른 작업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한수예가 300테라플롭스를 요청한데 대해 전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는 규모라 서비스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보유한 자원 규모를 넘는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를 다 하지는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향후 슈퍼컴퓨터 5호기를 도입하게 된다면 성능은 더 빨라지고 용량은 더 커지게 돼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건물 모양이 조금 특이한 것 같다는 질문에 조 센터장은 "원통형 모양으로 우뚝 솟은 센터 건물은 슈퍼컴퓨터 1호기의 모습을 본 떠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과학기술 개발은 점점 거대화, 첨단화, 융합화 돼가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계산 처리하고 시뮬레이션함으로써 더 빠르고 정확한 연구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슈퍼컴퓨터가 꼭 필요한 것이죠"라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조민수 슈퍼컴퓨터서비스센터장
 조민수 슈퍼컴퓨터서비스센터장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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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슈퍼컴퓨터, #강우예측,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조민수 센터장,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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