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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검찰, 국정원 의혹 관련 수사 발표 이진한 중앙지검 2차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 선거 운동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은 기소유예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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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국정원 전직 간부 등에 대해 재정신청을 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의 결정적 증거가 된 부하직원들의 진술이 향후 법정에서 번복될 경우, 법원으로부터 원세훈 전 원장의 유죄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은 18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 김씨의 조력자로 알려진 이아무개씨,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 이아무개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 등 5명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앞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도 지난 17일 국정원 간부와 직원 세 명에 대해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정희 대표는 "재정신청을 통해서 국정원의 범죄행위를 저지른 직원들도 모두 처벌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정신청을 받은 서울고법은 접수 후 3개월 내에 기소여부를 정해야 한다.

원세훈 부하직원 검찰진술이 핵심증거, 재판에서 번복한다면?

검찰은 지난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들어 불구속 기소처분했다. 반면 이종명 전 차장이나 김씨 등에 대해서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으로서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해 전원 기소유예하고, 고발되지 않은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도 입건유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진상조사특위'는 2012년 대선 관련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재정신청 방침을 밝혔다. "검찰이 상명하복 체계 운운하면서 원 전 원장의 부하직원들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특위는 또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은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공익제보자 국정원 직원 정아무개씨와 전직 직원 김아무개씨에 대한 기소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 전 차장 등에 대한 재정신청에 나선 배경에는 향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법정 싸움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특위 소속 박범계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 기소의 주된 증거가 됐던 것이 부하직원들의 진술"이라며 "부하직원 전원에게 기소유예가 되면 이들이 과연 법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할 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 등이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번복한다면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본 것이다.

박 의원은 "이 사건에 있어 피고발인 민병주의 경우 그의 검찰진술은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공소유지의 핵심 증거"라며 "민병주에 대한 기소와 법에 따른 처벌이 돼야만 원세훈 피고인에 대한 공소유지도 가능할 것이고 피고발인들에 대한 엄벌의지가 있어야만 이미 기소된 원세훈 공판에서 진술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특위 의원들은 검찰이 기소유예의 근거로 든 '상명하복'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경우 '윗선'의 지시를 받은 장진수 주무관은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엄격한 상명하복이 국정원이나 검찰의 전유물인가? 모든 공직사회나 일반 사기업도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앞으로 상명하복 관계에서 일하는 부하직원들의 불법행위는 다 기소 유예할 것인지, 검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서울고법이 관할 기록을 이송 받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이 사건의 타당한 결론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사법부가 정권의 외압에 맞서 당당히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켜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명하복? 명백한 불법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 없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검찰조사 받고 나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과 선거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 29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전 12시 20분경까지 14시간여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에서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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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통합진보당도 지난 17일 국정원 간부 등 3명에 대해 재정신청을 내면서 "검찰이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하고 실제 범죄를 실행한 당사자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대표는 재정신청을 접수하기에 앞서 "공무원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만 있을 뿐 선거개입이 명백한 불법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도 없고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사건과 전두환 내란목적 살인사건 등 거듭된 대법원 판결로 이미 확립된 법리"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국정원과 경찰 수뇌부를 동원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선거 캠프의 조직적인 행위가 드러나고 있다"며 "선거의 유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정원 2차장 산하 박원동 전 전략국장에 대해서도 재정신청을 검토했지만,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박원동 전 국장은 권영세 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과 함께 민주당으로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2월 11일 밤 역삼동에서 이른바 '국정원 댓글녀' 사건이 벌어진 같은 시간에 새누리당 선거캠프에서 권영세 실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당시 권 실장이 통화를 했던 인사 중 한 명이 박원동 전 국장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범계 의원은 "박원동 전 국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고발을 했고, 어제(17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답변에 의하면 현재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검찰을 신뢰하는 한 측면에서 박원동 등 2차 고발자에 대해서는 재정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권영세 전 실장에 대해서는 추가 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다.


태그:#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주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국정원 댓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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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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