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처음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이스탄불 탁심 광장을 중심으로 터키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 13일 만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12일(이하 현지시각) 앙카라에 있는 학자, 예술가, 학생 등 대표단 11명과 면담을 가졌다. 시위대 주요 그룹인 탁심 연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끌고 있는 정의개발당의 휘세인 첼릭 대변인은 "게지 공원 재개발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2주간 이어졌던 강경 일변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알자지라>는 이를 "탁심 광장 시위대와의 교착상태를 끝내고자 하는 정부의 첫 번째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첼릭 대변인은 "우리는 이 선의(Good will)의 제스처 이후, 시민들이 집에 돌아가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13일 만에 첫 '제스처', 경제·국제여론 악화 부담된 듯

하지만 광장에 있는 시민들에 대한 '불관용' 원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터키 정부는 탁심 광장 시위대에 대한 진압 작전에 들어갔다. 최루가스와 물대포가 또 다시 등장했고,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것으로 맞섰다. 12일 현재, 시위대가 탁심 광장 곳곳에 설치했던 바리케이트는 모두 철거됐고, 시위대 수백 명이 남아 광장을 지키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내무 장관에게 "24시간 이내에 반정부 시위를 모두 끝내라"고 지시했다.

이날 있었던 터키 상공인 연합, 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의 봄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터키는 2002년 이후 계속 봄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정의개발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그는 "늦어도 내일까지 게지 공원 사태는 끝이 날 것"이라면서 "이곳은 공공의 공원이지, 점령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총리의 입장 변화는 최근 터키의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지지자들은 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인 기반이 되었던 경제는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인 리라의 가치는 떨어지고, 채권수익률은 오르고 있다.

경제성장은 에르도안 총리가 2011년 50% 가까운 지지율로 3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아무리 여전히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계속해서 끌게 될 경우 위태로워질 거라고 보고 있다.

터키 칼럼니스트 멜리 아시크는 "에르도안은 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절반의 사람들이 다른 절반의 사람들과 싸우게 만드는 방법은 이런 위기의 처방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에드로안 총리가 지난 일주일간 자신에게 반대하는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기존 지지층인 보수적인 시민들을 결집시키는 데 열중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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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occupygezipics.tumblr.com/에 올라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 패러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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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론 역시 에르도안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우리는 터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평화롭게 시위할 자유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압둘라 귤 터키 대통령은 에르도안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그는 성명을 통해 "국민들이 반대의견이 있다면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하지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다르다"고 밝혔다.

12일, 시위대를 배경으로 선 닉 월시 CNN 기자는 "지금 터키 정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세계의 관심이 이곳에 쏠려있다는 것"이라면서 "제 뒤에 있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려면 협상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리포팅했다. 시위의 의제가 '재개발 반대'에서 '반정부'로 옮겨간 상황에서 '국민투표 제안'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