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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도사도 목사와 근로조건이 담긴 연봉 계약을 하고, 목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전도사 인준을 받은 A씨는 2010년 12월 원주시에 있는 아무개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했다. 당시 A씨는 교회를 대표한 담임목사와 연봉(1860만 원)과 1일 8시간(주 44시간) 근로조건 등 취업 규칙과 관례에 따라 근로계약을 작성했다.

이후 A씨는 담임목사를 보좌하며 교회 예배와 교육 등 종교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교회 관리나 차량 운행을 비롯한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했다. 또한 담임목사가 필요에 따라 지시하는 각종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11년 6월 A(당시 36세)씨는 담임목사로부터 교회 내 체육관 벽면에 흡음판을 부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A씨는 사다리를 이용해 5m 높이의 벽면에 흡음판을 부착하고 내려오던 중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해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투병하다 결국 7월 숨졌다.

이에 A씨의 유족은 2012년 2월 "당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교회 전도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A씨의 유족들은 "망인이 교회와 연봉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전도사로서 목사의 지시 및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근무해 왔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2011년 업무 중 사망한 전도사 가족, 근로복지공단 상대 소송 승소

춘천지법 행정부(재판장 정문성 부장판사)는 교회 체육관 내부 공사를 하다 추락해 숨진 전도사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이 교회에 전도사로 부임할 당시부터 교회 측과 매월 정기적·고정적으로 받을 급여에 관해 협의했고, 매월 지급받은 액수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고, 이는 실질적으로 망인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 됐으므로, 망인이 교회로부터 매월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받은 급여는 망인이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회의 규약과 퇴직규정에는 전도사의 선임, 휴직, 휴가, 해임, 정년에 관한 규정이 있고, 특히 퇴직금에 관하여는 지급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망인은 전도사로서 본연의 종교활동 외에도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교회와 관련된 각종 업무를 망라해 수행했으며, 이 사건 재해도 교회 체육관의 흡음판 부착 공사를 하라는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다가 발생했다"며 "망인이 수행한 제반 업무의 특성상 망인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망인이 이 교회에서 근무할 당시 망인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현재 성직자에 대한 소득세 과세 여부나 4대 보험 적용 여부 등에 관한 일관된 정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망인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이런 사정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참작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관점에서는 성직자를 두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평가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개별적·구체적 사안에서 해당 성직자를 사회적 관점이나 법적 관점에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평가해 사회보험의 일환인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따라서 망인이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전도사, #근로자, #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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