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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일 강창희 국회의장을 예방, 환담 도중 강 의장이 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장영실상을 받았다고 말하자 강 의장이 앉은 자리에서 다시 악수를 청하고 있다.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일 강창희 국회의장을 예방, 환담 도중 강 의장이 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장영실상을 받았다고 말하자 강 의장이 앉은 자리에서 다시 악수를 청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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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9일 오후 5시 10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문제를 두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모습이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양보로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원회 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들어 반대하면서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강창희 의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이한구·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와 만나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기춘 원내대표 부탁을 듣고 (안 의원의 보복위 배정에) 동의를 해줬는데, 그대로 하면 국회 규칙에 위반이 된다"며 "(안 의원 상임위 배정은) 국회의장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당 원내대표가) 의장이 권한행사를 하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은 또 의장 직속으로 '헌법개정연구회'를 두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앞서 오는 15일까지 의장 직속으로 '헌법개정연구회'를 두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강 의장은 여야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 7일 두 원내대표가 개헌기구 설치에 합의했을 당시 강 의장에게 보고를 했고, 강 의장도 '흔쾌히' 동의를 했다고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강 의장 측에서는 "동의해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창희 "'복지위 배정'은 국회법 절차 무시"

강창희 의장이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배정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국회법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현행 국회법은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 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의 경우, 보건복지위 소속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정무위원회로 옮겨가고, 안 의원이 복지위에 들어가기로 두 의원 간에 양해가 있었고, 이를 다시 지난 7일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나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강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가 자신과 사전 협의 없이 안 의원 상임위 배정 문제를 합의,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강 의장은 또 상임위 배정 문제에 대해 안 의원이 직접 자신을 찾아와 상의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런 게 새 정치냐"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기춘 원내대표는 강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절차상 의장이 결심도 안했는데 다 된 것처럼 나가니까... (의장이 화가 난 것이다) 언론이 문제다"라며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이 마치 다 된 것처럼 하니까, 의장이 기분이 나빠서 '(배정을) 안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강 의장 측도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법상 (상임위 배정은)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결국 의장에게 권한이 있는데, 그것을 감안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양보하고,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국회 차원에서 보면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 의장, 그동안 여당 원내대표에게 불만 쌓여"

특히 박 원내대표는 개헌기구 합의와 관련 이한구 원내대표의 언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6~7일 개헌기구에 합의한 뒤) 내가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강창희) 의장한테 같이 간다고 했거든. 내가 제안 한 거다. 의장한테 말씀 드리자고. 그런데 이 원내대표가 '아, 내가 말씀드릴게' 해서 '그러라'고 하고, 난 나왔다. 그 뒤에 이 원내대표를 다시 만나서 '의장이 보고 드린 것에 대해 뭐라고 합디까' 하니까, '흔쾌히 받아들였다, 좋아하시던데' 그러더라. 그래서 난 걱정 안했더니... (아까 강 의장 만나서) '허락 하셨다면서요?' 했더니, 강 의장이 막 뭐라고 하더라."

박 원내대표에 따르면, 양당 원내대표가 개헌기구 문제를 합의한 뒤 이 원내대표가 대표로 강 의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런데 이날 강 의장을 만나보니, 당시 강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흔쾌히' 수용했다는 이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원내대표가 강 의장에게 보고를 안 했던지, 보고를 했지만 강 의장이 불쾌해했음에도 마치 흔쾌히 수용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 관례로 보자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의장이 수용해주곤 했다"며 "문제는 강 의장이 그동안 여당 원내대표에게 불만이 쌓인 거다, 가만 보면 여당이 혼날 짓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안철수 의원의 보건복지위 배정 문제와 관련 "강 의장이 일단 화가 나서 '안 한다'고는 했지만, 여야가 합의한 거고 안 의원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할 것 같은 분위기는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만약 강 의장이 끝내 안 의원의 보건복지위 행을 거부한다면 안 의원은 정무위원회를 배정 받아야 한다. 안 의원은 지난 4·24 보궐선거에서 노회찬 전 의원 지역인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기 때문에 노 전 의원이 속해 있던 정무위원회로 가는 게 관행이지만, 안랩 주식(186만 주, 1143억9천만 원 상당) 백지신탁 문제로 다른 상임위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 측은 이날 예상치 못한 강 의장의 '상임위 배정 원점 재검토' 결정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하면서, 곧바로 강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안 의원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등을 희망하고 있어서 최종적으로 어떤 상임위에 배정될지 주목된다.


태그:#안철수 무소속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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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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