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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소르망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교수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창조경제와 문화'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기 소르망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교수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창조경제와 문화' 강연에서 말하고 있다.
ⓒ 세계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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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석학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Guy Sorman) 파리 정치학교 교수가 박근혜 정부에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문화에 근거한 중·장기적인 서비스 경제를 만들어 갈 것을 권했다.

소르망 교수는 3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조찬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이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한 7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혁신과 창조도 좋지만 과거를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왜 성공했는지를 생각했을 때 더 나은 경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의 국가 브랜딩... 아주 부실하고 마케팅이 없다"

소르망 교수는 창조경제를 이루는 첫 번째 방법으로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국가적 이미지와 연관시켜 활용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테면 독일 기업들은 제품 중 타국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에 '자랑스러운 독일산' 식의 수식어를 붙이는데 이런 수식어들이 나라의 고유한 이미지와 얽혀 소비자의 상품 신뢰를 더욱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나 삼성은 자랑스러운 한국산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있고 해외 소비자들도 '상품이 한국산이기 때문에 더 좋다'는 생각이 아직은 약하다"면서 "이런 부가가치를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런 부분은 어느 한 당사자가 혼자 할 수 없으니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르망 교수는 이어 "한국 문화가 경제적인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한국의 잠재적 문화 상품으로 국립박물관을 꼽으며 "한국에서 문화 상품을 수출상품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이 자국을 하나의 브랜드로 해외에서 알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부실하고 일관적인 마케팅이 없다"고 혹평했다.

문화와 국가의 이미지가 대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니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그동안 한국은 수출에서 양적인 부분만을 강조했고 국가 브랜드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면서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는 반드시 국가 브랜드와 현재의 한국문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미지 재건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전 세계에 일본 연구소와 재단을 설치해서 일본을 알리고 배우게끔 하면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꿨지요. 프랑스, 독일, 중국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세종연구소를 주요 국가들에 심는 작업들을 해야 합니다."

소르망 교수는 개발도상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매년 수백명씩 무료로 좋은 대학에서 공부하게 해 주는 방법도 제안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우수한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결국 한국에는 그동안 없었던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소르망 교수는 "이런 투자를 통해서 훌륭한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선도기업 같은 경우는 이런 분야에 1년에 1억불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노동시장·환경 규제가 창조경제 걸림돌"

기 소르망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기 소르망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세계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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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망 교수는 노령화와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 이민정책이 없다는 점도 질타했다. 그는 "어떤 창조를 하든지 이민정책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처럼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시기에는 국민 구성이 창조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르망 교수는 "한국에 이민자들이 그냥 들어오게 하지 말고 교육수준이 높은, 필요한 사람이 오도록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스위스를 모델로 꼽았다. 이어 "스위스는 매년 기업가들이 외국인 이민자가 필요한 분야와 규모를 정부에 건의한다"면서 "정부에서는 이런 얘기를 경청해 5년 동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의 창조경제를 저해하는 노동시장 및 환경보호와 관련된 과도한 규제를 꼽기도 했다.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소르망 교수는 "창조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파괴적인 창조가 필요한데 노동시장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면서 "10여 년 전부터 강조되어 온 환경보호 역시 파괴적인 창조를 저해하고 시장에서 새로운 회사들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역동적인 배경을 만들어주고 기업가들이 창업 활동을 하도록 해야 양질의 직업들이 창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정학적인 안전과 경제적 이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이유였다. 소르망 교수는 "한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보호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문화의 부가가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주변 국가의 안정이 깨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태그:#기 소르망, #프랑스, #세계경제연구원, #창조경제, #문화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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