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꿈을 꾼다고 모두 행복하지는 않다. 꿈은 꿈일 뿐이다. 하지만 꿈마저 꾸지 말라 한다면 세상살이란 물 한 모금 없는 사막과 무엇과 다를까. 허면 우리에게 꿈이란 사막에 핀 오아시스는 아닐런지 싶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목숨을 끊고 있다. 경쟁의 울타리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결국은 생의 끈을 저 차가운 시멘트 바다 속에 던져버리는 현실. 아무리 경쟁이 치열해도 그 속에 행복이나 기쁨이 존재한다면, 아니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면 그렇게 피지도 못한 꽃대궁을 스스로 꺾지는 못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래 들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겨울날의 찬밥 신세가 됐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우리 삶이 팍팍함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팍팍한 삶에 인문학이 한줄기 소나기 역할을 한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인문학이 뭐하는 학문이고 왜 인문학이 팍팍함을 덜해 줄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정일 교수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정일 교수
ⓒ 김현

관련사진보기


지난 13일 도정일 교수는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강당에서 인문학과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전북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으로 세상보기'란 주제로 강의를 했다.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한다며 서두를 꺼낸 도 교수는 인문학을 '관계의 건축학'이라 표현했다. 그가 말한 관계란 서로를 채워주는 것이다. 배고플 때 누가 나에게 음식을 주기를 바라듯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것, 외로움에 울고 있는 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주고, 손 한 번 지긋이 잡아주는 것, 이것이 인문학이라 말한다. 그리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기술 중심 교육에 있다고 신랄히 비판을 가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만 가르치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금융기술자, 행정기술자, 법률기술자, 정치기술자, 의료기술자, 그런데 이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왔습니까? 법만 보시면 어떻습니까? 법의 정신은 가르치지 않고 법 기술만 가르치다 보니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순기능보다 악기능이 더 많습니다. 결국 기술 중심 교육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망하게 합니다. 반드시 실패합니다."

도 교수에게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이해'다. 인문학을 하는 것은 거대담론이 아니라 그저 인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거다. 그런데 학문에, 공부에 '사람'이 사라지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저 싸우고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공부는 모두를 힘들게 한다. 그런 공부가 피상적인 사회적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온전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도 교수는 인문학의 시작을 나를 어떻게 만들까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나를 만들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이런 생각,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인문학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나를 어떻게 만들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는 말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복하려면, 행복해지려면 내게 가치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라고 충고한다. 나만 가치 있다고 하는 것을 하다보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내 가치가 타인의 가치이기도 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행복은 절로 따라온다고 했다.

강의를 들은 박선훈(교사)은 인문학을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인문학의 기본이라는 말을 듣고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하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이날 참석했던 교사들은 현장으로 돌아가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 속에서 찾는 행복'이란 주제로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경쟁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키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태그:#도정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너! 나!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