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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울산대왕암공원에서 열린 '대왕암 대왕제'에서 신라시대 복장을 한 헌관(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임시로 임명되는 제관)들이 문무대왕에게 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로 12년 째 지내는 제례다
 4월 7일 울산대왕암공원에서 열린 '대왕암 대왕제'에서 신라시대 복장을 한 헌관(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임시로 임명되는 제관)들이 문무대왕에게 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로 12년 째 지내는 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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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는 대왕암이라 불리는 곳이 두 곳 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과,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대왕암으로, 대왕은 곧 문무대왕을 이른다.

신라 제30대 문무왕(661∼681)은 태종무열왕(김춘추)과 문명왕후(김유신의 누이 문희)의 아들로 태어나 삼국통일을 완성했다. 특히 문무왕은 '죽어서 용이 되어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겠다'고 유언했고, 그가 죽자 유해를 육지에서 화장해 동해의 대왕암 일대에 뿌리고 대왕암에 장례를 치렀다는 문헌이 전해져 온다.

1000년이 넘은 지난 1697년, 정부는 공식적으로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는 대왕암을 문무대왕릉 사적으로 지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면 울산 동구 대왕암은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으로 각인돼 왔다. 하지만 울산 동구 주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곳에서 문무대왕의 장례를 치렀고 수중릉을 모셨다고 믿고 있다.

문무대왕이 돌아가신 해인 681년으로부터 1332년이 지난 2013년 4월 7일, 이곳에서는 문무대왕의 제를 지내는 '대왕암 대왕제'가 열렸다. 특히 지난해까지 유교 방식에 따라 조선시대방식으로 치르던 대왕제를 올해는 신라시대 방식으로 치러 눈길을 끌었다.

울산 동구 사람들은 왜 울산대왕암을 문무대왕릉이라 믿을까

울산대왕암공원의 핵심인 대왕암. 다리가 설치돼 건널 수 있다
 울산대왕암공원의 핵심인 대왕암. 다리가 설치돼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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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번째 대왕제를 마련한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와 대왕암연구소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이곳이 문무대왕 수중릉이 모셔진 곳이 틀림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332년 전 이곳에 신사시대 사람들이 와서 문무대왕의 장례를 치르고 수중바위에 모셨다는 것.

이 지역 사람들이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를 문무대왕릉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선 경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된 문무왕의 비석 문헌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 비석 뒷면 비문에는 "경진에 수장하라"고 적혀 있다. 한자로 고래 '경'자와 나루 '진'자를 썼다.

이는 보존문제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입증한다. 반구대암각화에는 고래와 관련한 여러 그림이 있듯이, 울산이 고래의 도시인 만큼 문무왕 비석에 나온 '경'진이 이곳을 나타낸다는 것.

또한 경주시 양북면의 대왕암이 육지로부터 200m 떨어져 있는 반면 울산 동구 대왕암은 육지와 맞닿아 있어 장례 치르기에 용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당시 서라벌과 경주 양북 대왕암은 1960년대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험난한 산이 가로막혀 며칠씩이나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서라벌에서 울산대왕암까지는 말을 타면 하루 거리인데다 경주와 울산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있어 배를 타고 오가기도 용이했다는 것.

이 지역 주민들이 결정적인 이유로 드는 것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점. 울산 동구 대왕암 주변은 경관이 수려해 신라왕들이 자주 나들이를 왔다는 전래가 있다. 울산대왕암군에 있는 '어풍대'도 그중 하나로, 왕들이 이곳에서 대왕암을 바라보며 문무대왕을 기리고 이 아름다운 풍관을 즐겼다는 것.

울산 동구 대왕암 인근 방어동 지역을 꽃바위(화암)라 부르는 것도 여기서 전래됐다. 울긋불긋 화려한 옷을 입은 신라왕의 시중들의 모습이 멀리서 볼 때 마치 꽃을 보는 것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대왕암을 포함한 울산대왕암공원은 약 93만㎡의 면적에 수령 100년이 넘는 1만5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해송이 펼쳐져 있다. 이 때문에 대왕암송림은 울산 12경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정평 났다. 여기다 1906년에 건립된 울기등대는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구한말 시대의 건축 양식과 기법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해양수산부 등대문화유산 제9호로 지정됐다.

눈으로 목격하는 울산대왕암, 보는이의 탄성 자아내

울산대왕암 공원에 대왕암과 연이어 늘어선 절경들
 울산대왕암 공원에 대왕암과 연이어 늘어선 절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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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실제로 와서 눈으로 목격하는 울산대왕암은 그 풍광이 수려하고 방대하다. 울산대왕암과 어풍대, 고래듬, 조개듬, 지네듬, 형제듬 등 화강암으로 이뤄진 대왕암공원은 절경의 동해바다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쉬운 점은 이 주변이 1970년대 초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위 사진에서 위쪽에 보이는 곳)이 들어서면서 많은 절경의 바위군이 매립되었거나 현재 현대중공업 내에 있어 일반인들이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7일 열린 제12회  대왕암 대왕제는 신라시대 복장과 제례방식으로 문무대왕의 넋을 기렸다. 대왕제에서는 문무대왕을 기리는 대왕제를 올린 뒤 문화행사로 좋은글써주기(서예), 풍선아트 등이 진행됐고 연희공연으로 울산학춤, 장구춤, 부채춤, 소고춤 공연이 있었다.

주최 측인 울산동구향토사연구회는 대왕암에 신라시대 왕들이 나들이를 즐겨왔다는 전래에 따라 김성수 박사(안동대 민속학)의 고증을 받아 올해 제례를 신라식으로 치렀다.

대왕암연구소 정일호 소장은 "대왕암 대왕제는 역사상 어풍대로 알려진 울산1호 공원인 대왕암의 역사성을 되새기면서 대왕암과 울산 동구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문과 무의 축제로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어풍대라는 명칭에서 보듯, 대왕암은 예로부터 왕들의 휴식처로 알려져 왔다"며 "동구의 자랑인 대왕암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을 홍보하고 역사성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울산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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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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