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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계의 이슈는 국제중학교와 관련된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전여옥 전 국회의원처럼 일부 부유층·특권층이 사회적배려대상자(아래 사배자) 전형을 악용해 자녀를 입학시켜 논란이 됐다. 보통 2000만 원 정도의 돈을 내고 편입학을 한다는 영훈중 학부모의 양심 고백, 학교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이 되레 학교 측에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대원중 학부모의 사례 등이 나왔다. 교육계의 부끄러운 모습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난 것과 같다.

국제중 둘러싼 논란, 고입비교평가로도 이어져

이런 의혹에 이어 고입비교평가에 관련된 잡음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 대원국제중학교에서 성적 조작 의혹이 있었다는 민원인의 요청에 따라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10명의 학생을 표본으로 추출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 '정기고사 서답형 문항 채점기준 변경절차 부적정' 6건, '일부 채점 오류' 3건이 발견됐다. 이밖에도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무감독으로 실시했다는 민원과 '고입비교평가-내신 업무처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조직적인 성적 조작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봐주기식 부실 감사를 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영훈중·대원중의 특별감사 진행 시 이 부분도 엄정하게 감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고입비교평가는 무엇인가. 고입비교평가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교내신평가'로 불린다. 고입비교평가는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 시 ▲ 내신성적이 없는 검정고시 합격자를 위해 ▲ 실기가 많은 학력 인정 각종학교(선화·예원·국악 등 주로 예술중학교) 졸업예정자의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를 위해 ▲ 졸업자(보통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 중 희망자를 위해 1998년부터 실시됐다. 다시 말해 중학교 내신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시험이다. 이 시험 성적에 따라 중학교 3년 동안의 내신 등급이 결정된다.

그런데 2008년 국제중이 설립, 지정되면서 당시 공정택 서울교육감은 특혜 논란에도 국제중 졸업예정자에게 고입비교평가 응시 기회를 부여했다.

고입비교평가는 보통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실시된다. 앞서 열거한 세 가지 경우에 영훈·대원 등 국제중학교 3학년 학생 300명 정도를 포함한 약 1500명에 일반중학교(준거집단) 학생 약 1500명을 더해 3000명 가량이 이 시험에 응시한다.

일반중학교 학생들은 이 시험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국제중 학생들은 이 시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 시험 한 번으로 고입이 거의 결정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국제중학생들이 이 시험의 응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고입비교평가는 갑자기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에 따라 일반중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중학생 고입비교평가 제외 조치했지만

실제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한 민원내용을 보면 고입비교평가 당시 감독관이 시험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국제중학교 소속 응시생들이 답지를 돌려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민원인은 "일반중학교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는 시험이지만 국제중학교 측은 다른 학교보다 학력 수준이 낮게 나올 것을 염려한다"며 "국제중학교 학생들이 답지를 돌려보는 상황을 감독관이 방관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교육청에 철저한 시험 감독을 요구했다.

이렇게 국제중학교 졸업예정자에 대한 고입비교평가 응시 자격 부여가 특혜라는 일반중학교 학부모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시의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고입비교평가 응시대상자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10년 9월 13일 특성화중학교(국제분야) 운영 정상화를 위한 비교평가 시행방안(곽노현 교육감 결재)이 마련됐다. 시행방안에 따라 국제중학교 소속 학생은 제한된 기간(2014년)까지만 고입비교평가에 응시할 수 있다. 이는 입학할 당시 고입비교평가에 응시해 중학교 내신 성적이 산출됐음을 알고 입학한 재학생(2009학년도·2010학년도 신입생)들에 대한 '신뢰 이익 보호'의 원칙에 따라 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후 관련 내용을 알리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 9월 13일 '현 국제분야 특성화 중 재학생에 한해 고입비교평가를 적용'이라는 보도자료를 냈고, 2010년 9월 15일에는 공문을 통해 서울시내 전체 초·중학교에 가정통신문을 발송하도록 했다. 대원국제중학교에서도 2011학년도 원서 접수 누리집에 관련 내용을 게재, 국제중학교를 선택해 지원한 학생 및 학부모에게 결정 내용을 충분히 안내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12월 12일 '대원국제중 1·2학년 학부모 일동'(275명 서명)은 서울시교육청에 국제중 내신반영 개선에 대한 청원을 접수했다. 영훈중학교 학부모들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청원을 전달했다(이 학부모들은 지난 1월 15일, 교육정책국장과의 대화도 거부한 채, 여전히 문용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의 주된 내용은 계속해서 고입비교평가 대상에 국제중학교 학생을 넣자는 내용이다. 청원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국제중을 비교 평가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 비교평가에서 국제중을 제외한다는 것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지침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주고 있다.
- 당시 교육감(곽노현 교육감)의 개인철학과 감정적 판단에 국제중만 제외한 것이다.
- 학교 내신을 적용할 경우, 학생들이 희망하고 있는 외국어고등학교는 물론 일반고 진학도 어려워, 대량 자퇴로 인한 검정고시생 양산·조기유학으로 이어질 것이다.
- 비교 내신 시행되지 않을 경우,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과 법률적 시비로 확대될 것이다. 곧 교육청을 대상으로 법적 분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타 지역 국제중 학생들과의 형평성 붕괴는 예상치 못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빤하다.
- 비교 평가 참가를 차단하는 것은 단편적이고 근시안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② 특히 현재 국제중학교 2학년의 경우,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교육을 받을 권리 내지 평등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 대원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심각한 불평등의 위험에 처해있다.
- 고입비교평가 참여를 차단한다면, 이는 공평한 행정처사가 아닐 뿐 아니라 학생들의 기본권 침해와 같다. 당해 학년 학생과 학부모의 가슴에 감당하기 어려운 대못을 박는 일이다.
-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심각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인식해 이 인재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

대량자퇴·법적분쟁? 국제중 학부모님, 이건 아닙니다

국제중학교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일부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중학교를 고입비교평가에서 제외하는 게 부당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고입비교평가 대상에 넣어달라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성골이나 진골을 따지는 시대도 아닌데 '대량 자퇴', '법적 분쟁' 등을 운운하며 국제중학교에 특혜를 달라고 교육청을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입비교평가 적용대상에서 국제중학교 학생을 제외한 것은 공정택 교육감이 무리하게 추진한 정책적 과오를 곽노현 교육감이 바로잡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곽노현 교육감이 감정적으로 제도를 수정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 하지 않을까. 국제중학교 학부모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일반중학교 학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학교 학부모들은 '평등권'과 '형평성'의 침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3만 명에 달하는 일반중학교 소속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소수의 국제중학교 학생들에게 비교평가를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평등권'과 '형평성' 침해다. 더군다나 교육청은 2014학년도부터 국제중학교 학생은 고입비교평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렸다. 그것을 알고 국제중학교에 입학했음에도 집단 민원 형식으로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생떼를 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입니다.



태그:#국제중, #고입 비교 평가, #교육의원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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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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