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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3월 8일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인 B-52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킨 데 이어 19일,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 비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약 1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해안에 설치된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을 기존 30기에서 14기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능력이 미국 본토를 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공격 능력과 사정거리를 둘러싸고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일부는 아직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에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북한의 위협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적(rhetoric)인 차원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의 위협이 실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마이크 로저스(공화, 미시간)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에 출연해 북한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하여 "북한은 확실히 사정거리가 미국 해안에 이르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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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저스 위원장의 발언을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
ⓒ <허핑턴포스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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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를 비롯한 주요 외신과 미국의 언론은 '북한 미사일 미국 타격 가능'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이를 중요 뉴스로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이러한 중요한 발언의 내용이 기사에서만 보도되고 제목은 '김정은 체제 안정성 의문'으로 보도되어 로저스 위원장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고 말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 장관도 지난 15일 미사일 방어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하면서 "북한은 지난해 4월에는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KN-08 지칭)을 보여줬다"며 "또한,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려고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해 장거리 미사일 기술의 발전을 과시했다"고 말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 수준이 상당함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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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강화를 발표하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 .
ⓒ 미 국방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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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 등으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에도 방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주요 방어 대상이 북한의 미사일 본토 공격에 대한 방어책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 능력과 함께 최근 공개된 북한의 이동식 발사 미사일인 KN-08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본토 도달에 은닉 가능한 이동식까지... 미국 우려 급격히 증대

미 국방부의 제임스 윈네펠드 장성은 지난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열린 열병식에서 관측된 북한의 KN-08 이동식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며 "이 KN-08은 이동과 은닉이 쉬워 발사 지점에 대한 파악을 어렵게 하며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북한이 시험 발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KN-08의 사정거리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 관계자가 이 미사일도 미국의 본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미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리언 페네타 전 국방장관도 지난 1월 17일 이탈리아 북동부 비센자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도대체 날마다 무슨 일을 하려는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들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그들이 우리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의 파문을 우려한 미국 국방부는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국방부도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실재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뉴욕 타임스> 화들짝 놀란 CIA... 북한 공격 능력 재평가 시작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17일 "미국은 이전에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체(KN-08)가 실전에는 배치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최근 정보는 이미 이 발사체가 전국 각지에 분산 배치되었으며 쉽게 은폐가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는 것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 처음 등장한 KN-08 이동식 발사 미사일이 종이 수준의 모조품에 불과하다는 평가에서 실제로 미국을 위협할 수도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능성에 점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더욱 북한의 지난 동계 군사 훈련 중에 이 이동식 미사일이 북한 전역에서 기동하는 장면이 미 CIA 첩보 위성을 통해 관측됨에 따라 미국 정보기관에 비상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기존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기지 등은 얼마든지 선제 타격이나 대응 공격으로 정밀 파괴할 수는 있지만, 이동과 은닉이 가능한 새로운 미사일 발사체가 북한 전역에서 등장하자 미국이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었다.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북한이 2016년까지는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기술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는데, 벌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더구나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미사일에 이동식 발사체가 추가됨으로써 미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을 위한 명분'... '실제 위협 가능성' 양립

미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나오면서 북한의 위협이 실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자 일각에서는 MD 구축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동아시아 전문가들은 "비록 은하 3호의 발사가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그것이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떨어뜨릴 만큼 믿을 만한 능력을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정보 관계자는 물론 국방부 관계자들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핵 능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쪽으로 점점 기울고 있다. 북한도 연일 자신들이 이미 미국 본토를 타격할 미사일과 핵무기를 보유했다며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관련) 현안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그의 선임 국가안보팀도 이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고 북한이 미국으로 향할 수 있는 핵무장 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안 이를 방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최근 미사일 방어 체제(MD)를 강화한 것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임을 분명히 하고 공세적인 방어 체제로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 사회의 제재에도 한반도의 긴장에 따른 군비 증강 경쟁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는 역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시급히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대북 협상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필요성을 더욱 제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진실의 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사일 방어 체제, #이동식 미사일, #핵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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