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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동조합(삼성노조) 설립을 중비 중이던 집행부에 대해 잇따라 고소하고 검찰이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법원이 2건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삼성에버랜드는 '노조 탄압용 고소 남용이 아니냐'라는 비난과 함께 기소한 검찰은 '자본에 길들여진 검찰'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으며 체면을 구기게 됐다. 왜냐하면 업무상배임 사건의 경우 경찰은 애초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이 끝내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2일 "삼성노조에 대한 검찰의 기소권 오용행위는 권력과 자본에 길들여진 검찰의 또 다른 자아상"이라고 돌직구를 던지며 "정의를 세우라고 칼을 쥐어 주었더니 정의를 베는데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 망나니 같은 검찰의 칼을 어떻게 다시 회수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고 맹비난했다.

전자세금계산서 수집해 이메일 유출로 업무상배임 혐의 '무죄'

먼저 수원지방법원 형사13단독 강수정 판사는 21일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삼성에버랜드 직원인 조장희 부위원장이 2010년 9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노조설립 후 단체교섭을 할 때 사용할 목적으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해 매입·매출자료(전자세금계산서 등)를 다운로드 받아 자신의 외부 e-메일로 전송해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조 부위원장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삼성에버랜드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는 삼성에버랜드의 고소를 검찰이 받아들여 재판에 넘긴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 부위원장은 파일 유출 등을 징계사유로 해서 2011년 7월 해고됐다. 현재 조 부위원장은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부당해고 행정소송을 다투고 있다.

조 부위원장은 법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경기장 관련 사적인 지출내역이 있는지 확인해 노조설립 후 그 부분에 대해 교섭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또한 그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에 다른 자료를 요구해서 노조의 교섭활동을 하는 데 사용할 목적이었다"고 자료수집 배경을 밝혔다.

강수정 판사는 "이 사건 파일은 회사의 매입·매출 세금계산서를 모은 것으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고, 또한 그 자료를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경쟁업체로 이직 또는 취업하려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고, 파일을 제3자에게 유출했다거나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얻기 위해 사용했다고 볼 정황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파일 유출 행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노조신문 배포하려던 삼성노조 집행부 주거침입으로 고소 '무죄'

또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노조 집행부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할 경우 회사의 허가를 받도록 취업규칙에 규정돼 있다. 2011년 9월 삼성노조 박원우 위원장, 조장희 부위원장 등이 회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삼성노조 선전물을 배포하다가 출입을 통제당하자 선전물을 배포하기 위해 회사 직원용 숙소인 캐스트 하우스 부지 내 정문 앞까지 들어갔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삼성노조 박원우 위원장과 조장희 부위원장, 김성환 삼성일반노조위원장 등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으나, 수원지법 형사12단독 임혜원 판사는 지난 18일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임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유인물의 배포가 정당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사용자는 비록 취업규칙 등에서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할 수 없다"고 대법원 판결(2009도12609)을 인용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진입한 캐스트 하우스 부지 안에 있는 캐스트 하우스 정문 앞은 통상의 보행으로 경계를 쉽게 넘을 수 있는 정도이므로 일반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들이 기숙사 운행버스를 승하차하는 직원들에게 잠시 유인물을 배포하기 위해 캐스트 하우스 정문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무렵에야 회사가 피고인들에게 유인물을 배포하지 말고 나가줄 것을 요청한 시기와 경위 등 제반 정황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의 범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판사는 "설령 피고인들에게 주거침입의 범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기숙사 운행버스를 승하차 해 이동 중인 직원들에게 피고인들이 노조신문을 배포하려는 것을 저지·방해하려고 하자, 피고인들이 노조신문을 배포하기 위해 계속 정문 앞으로 간 행위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 수단이나 방법,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민변 "망나니 같은 검찰의 칼을 어떻게 회수할지 참으로 암담"

이렇게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노조를 상대로 고소하고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22일 논평을 통해 삼성과 검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노동위원회는 "배임죄는 재산범죄이기 때문에 본인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범죄"라며 "조장희 부위원장은 오직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불법전용을 막아 사원의 근로조건 개선과 복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전부였을 뿐 어떠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실제로 타인에게 자료를 유출한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은 애초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 송치의견이었으나, 검사가 끝내 이를 뒤집어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했다"며 "검찰이 배임죄의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는 사안을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홍보활동인 노조신문 배포 행위조차 주거침입죄로 기소한 행위와 동일하게 노동조합의 핵심인물을 축출하고 노조 활동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삼성의 악의적인 의도에 편승해 맞장구 쳐주는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검찰을 맹비난했다.

노동위원회는 특히 "검찰이 권력과 자본의 의도에 맞게 기소권을 오용해오고 있다는 비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권력과 재벌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가혹한 검찰의 현실이 절망스럽다"고 개탄하며 "정의를 세우라고 칼을 지어주었더니 정의를 베는데 칼을 휘두르고 있다. 이 망나니 같은 검찰의 칼을 어떻게 다시 회수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고 통탄했다.

끝으로 "수원지방법원의 연이은 무죄판결을 환영하며, 검찰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한편,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도 22일 트위터에 "검찰이 삼성 노조간부를 업무상배임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 법원이 무죄선고. 노조간부는 경영자료 파일을 외부에 유출한 적 없어 회사에 손해 끼치지 않았고 개인이 이익 취한 것이 없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 검찰, 삼성의 노조탄압에 동조하다 쪽팔렸다"라고 검찰을 힐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삼성노조, #수원지법, #삼성에버랜드, #민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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