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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학습관, 지역인재 육성과 인구감소 억제책으로 만들었다.
 화천학습관, 지역인재 육성과 인구감소 억제책으로 만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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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6시 20분에 당신 아들 진학상담이 있는데, 이번엔 같이 갈 거지?"
"그러지 뭐"


지난 18일, 집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당연한 걸 왜 묻나?'라고 해야 하지만, 내 대답은 '그리지 뭐'였다. 아들 녀석이 고3이 될 때까지 학습 상담이나 담임과의 미팅에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아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인 듯싶다. 가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없느냐?"고 말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내는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아이 진학 상담에까지 빠진다면 평생 원망을 들을 게 뻔하다.  

처음부터 '수시' 생각할 경우, '수능' 망칠 수 있다

화천학습관, 원어민과의 프리토킹 등 지역내 국제행사 도우미 역할도 한다.
 화천학습관, 원어민과의 프리토킹 등 지역내 국제행사 도우미 역할도 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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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은 내신보다는 수능에 올인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천학습관 김영훈 교무부장은 그렇게 말했다. 왜 인지 묻고 싶었다. 그런데 잘못 질문했다가 무식하다고 생각할까 봐, 그냥 "아~ 네"라고 대답하려는데... 아내는 대뜸 "왜요?"라고 묻는다.

"아드님은 내신 기복이 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늘 상위권이기 때문에 수능이 유리할 수 있다는 거죠."

또 그는 "내신반영 비율이 높은 학교로는 서울대, 연세대, 국민대, 한양대가 있고, 수능 점수비중이 큰 학교는 고려대, 서강대, (아들과 상관이 없겠지만)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인하대 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칫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 초부터 수시에 관심을 갖게 될 경우 수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능을 목표로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진학상담이 처음인 내겐 역시 생소한 말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사회탐구 담당교사인 김영훈 교무부장은 학습관 학생들의 진학상담 역할도 한다. 2008년 화천으로 오기 전 전국 모의고사 출제위원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왜 산골 마을 화천으로 왔을까!

"시골학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도심지의 아이들보다 교육 여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시골이다보니 생업에 바쁜 부모들은 아이들 진학에 (도심지 사람들보다)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고. 그런저런 이유로 화천까지 오게 되었네요."

화천학습관은 2008년 문을 열었다. 지역 인재들이 교육을 위해 시 단위 학교로 전학을 감에 따른 인구감소를 막자는 의도와 자체적으로 지역인재를 양성해 보자는 것이 근본적인 취지였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숙형식으로 운영되는 화천학습관은 월 20여만 원의 식비를 제외하곤 모든 게 무료다. 운영비 일체를 군(郡)에서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문제로 고민하는 일이 없다. 그런 혜택이 있는 만큼 6개월 단위의 시험제도를 통해 학년별 16명씩 선발한다. 아이들의 선의 경쟁을 유발하자는 의도서다.

학습관 수업은 아이들이 학교수업을 마친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다. 주요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또 일주일에 2회 정도 사회탐구 과목도 다룬다. 일반 입시학원처럼 스파르타식의 기계적 학습 방지를 위해 현장학습이나 동아리 활동, 음악, 영화감상도 과목으로 편성했다. 교양을 위해 사관학교 재학생, 외국 유명대학 교수를 비롯해 사단장, 군수 등 지역 내 인사를 초청, 강의를 듣는 것도 수업의 일부이다. 주말에는 각자 부족한 과목에 대한 질의 응답시간도 가진다.

도시 아이들이 시골학교로 전학 오는 역현상

화천학습관, 한 공군사관 생도가 아이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화천학습관, 한 공군사관 생도가 아이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 화천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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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과거 화천군 관내 4개 고교의 수도권 대학진학 학생 수는 2~3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학습관 운영 첫 해인 2009년부터 현재까지 고3 입교생 전원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도시의 명문고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다. 또 과거와는 달리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던 아이들이 지역 내 고교를 선택하게 된 것만으로도 당초 취지인 인구 감소억제나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사교육비 부담이나 성적이 변변치 못한 도심지의 학생들이 학습관 입교를 위해 화천으로 전학을 왔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전학 온) 그 아이들이 꼭 학습관 시험에 합격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만큼 학습관으로 인해 시골학교 학생들의 실력이 상승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습관 입교자격은 다소 엄격하게 적용을 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있는 입교시험을 통해 6개월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기회는 화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3~고3 재학생이나 중3~고3 입학예정자라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지만, 부모님 모두가 입교시험 공고일 현재  화천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실거주자이어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전국 공통적으로  시골 군 단위 인구는 감소 추세인데, 화천군 인구는 소폭이지만 증가하고 있다."

화천학습관 정갑철 위원장의 말이다.

화천학습관, 아이들의 체력단련 및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병영체험 기회도 갖는다.
 화천학습관, 아이들의 체력단련 및 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병영체험 기회도 갖는다.
ⓒ 화천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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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학습관, #화천,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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