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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동통신사 노예입니까? 요즘 '알뜰폰(MVNO)'과 '자급제폰'이 '노예 약정'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도 휴대폰을 살 수 있고, 이통사 보조금에 낚이지 않고도 선불, 후불, 유심요금제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를 골라 쓸 수 있는 시대라고 합니다. 과연 알뜰폰, 자급제폰 말처럼 잘 나가고 있는지 인턴 기자들과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과 체험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이번 새로 구입한 LTE 알뜰폰(왼쪽)과 2년간 써온 3G 휴대폰(오른쪽)
 이번 새로 구입한 LTE 알뜰폰(왼쪽)과 2년간 써온 3G 휴대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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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그거 '효도폰' 같은 거 아냐?"

최근 '알뜰폰(MVNO: 이동통신망재판매)'을 써볼까 고민하던 내게 친구가 건넨 말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빌리는 대신 좀 더 저렴한 요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기능이 단순한 '효도폰' 같다거나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직접 '알뜰폰' 체험에 나섰다. 

알뜰폰은 효도폰? 스마트폰에 LTE도 되거든!

지금까지 SK텔레콤 3G 스마트폰인 HTC 디자이어를 2년 넘게 써왔다. 구형 모델이다 보니 오류도 잦고 저장 공간도 모자랐다. 반면 헬로모바일 체험용 알뜰폰은 최신 LTE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2'였다. 갤럭시노트2는 HTC보다 화면도 1.5배 큰 데다 인터넷 접속이나 동영상 재생 속도도 2배 이상 빨랐다. 이 업체에선 이밖에 갤럭시S3, LG 옵티머스G, 베가R3 등 최신 LTE 스마트폰도 갖추고 있었다. '알뜰폰=싸구려폰'이란 이미지는 초반부터 깨졌다.

가입 절차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상담 전화가 걸려오고 이후 해당 통신사 유심(USIM) 카드를 받아 끼우고 개통하면 된다. 보통 쓰던 단말기나 자급제폰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기존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최신 단말기와 묶어 판매하기도 한다.

단말기에 유심칩을 넣고 전원을 켜자 'KT Olleh' 로고가 떴다. 헬로모바일은 KT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뿐이었다. 이전 쓰던 스마트폰과 큰 차이는 없었다. 운영체제가 좀 더 최신이고 단말기 성능도 뛰어나긴 했지만 딱히 '알뜰폰'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견할 순 없었다. 

저렴한 기본료,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 선택권 넓혀

절차가 복잡할 거란 예상과 달리, 배송 받은 유심(USIM) 칩을 넣으니 금방 개통이 됐다.
 절차가 복잡할 거란 예상과 달리, 배송 받은 유심(USIM) 칩을 넣으니 금방 개통이 됐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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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해 봤지만 예전과 차이는 없었다. 당연했다. 같은 조건에 요금만 조금 더 저렴할 뿐 기존 이통사와 같은 이동통신망을 쓰고 서비스도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건 '알뜰폰'이라고 해서 막연히 저렴한 요금을 기대했지만 헬로모바일의 LTE 요금제는 기존 이통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음성 200분, 데이터 1.5GB, 문자 200건이 포함된 헬로LTE 42 요금제(월 4만2천 원)는 기존 이통사 42 요금제와 다를 게 없었다.

헬로모바일 관계자는 "3G 요금제는 타사보다 저렴하게 하고 LTE는 같은 요금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헬로모바일에서는 영화관람권, 케이블영화 VOD 사용권, 빵집 이용권 등과 묶은 패키지 요금제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3G 요금제 역시 같은 조건에서 이동통신사보다 기본료가 10~20% 정도 저렴했다. 예를 들어 음성 150분에 데이터 100MB, 문자 150건 250건이 포함된 이통사 34요금제(월 3만4천 원)의 경우 헬로모바일에서 6천 원 싼 2만8천 원에 제공한다. 44요금제와 비슷한 헬로스마트 37 요금제는 7천 원 쌌다. 하지만 이마저도 '3G 무제한 데이터'가 적용되는 54요금제 이상에서는 경쟁력이 없다. 대신 음성 위주 사용자, 데이터 위주 사용자, 유심 사용자 등 사용자 이용 패턴에 따라 요금제가 다양했다.

알뜰폰 업체를 거치다 보니 이통사에서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제약도 있었다. KT 전용 휴대폰인 탓인지 올레내비(내비게이션)나 올레마켓 등 KT 전용 서비스가 내장돼 있어 이용할 수 있었지만 '헬로모바일' 가입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따로 앱 마켓에서 다운받아 사용해야 했다. 또 최근 이통사에서 LTE 사용자를 위해 개발한 메신저 서비스인 '조인(Joyn)'이나 고음질 통화 서비스인 'HD 보이스' 같은 특화된 서비스도 바로 이용할 수 없었다. 이통사와 전산망 연동 작업 때문에 늦어져 2월 초는 돼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은 이동통신 이용 패턴은? 할인 혜택부터 꼼꼼히

요금,사용량 조회를 위해서는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오른쪽은 KT 메신저 조인(JOYN)의 첫 화면.
 요금,사용량 조회를 위해서는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한다. 오른쪽은 KT 메신저 조인(JOYN)의 첫 화면.
ⓒ 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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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통신사와 결별한다고 했을 때 가장 아쉬운 건 멤버십과 결합상품 할인 혜택이었다. 개인적으로 자주 애용하던 SK텔레콤 '편의점 할인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 제일 아쉬웠다. 대신 '헬로모바일'에서도 자체 제휴카드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요금제에 매달 3천 원을 추가하면 영화관람권을 제공하는 정도였다.

또 우리 가족에게 해당하지는 않지만 SK텔레콤의 'T끼리 온 가족 할인'이나 KT의 '뭉치면 올레' 같은 결합상품 할인 혜택도 포기해야 한다. 실제 경우에 따라서는 결합 상품에 따른 요금 할인율이 알뜰폰 요금제 할인폭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어 장기 가입자는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자신의 이동통신 이용 패턴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알뜰폰에서는 3G나 LTE 모두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LTE 경우 최대 35GB까지 가능). 따라서 데이터 사용량보다도 통화량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거꾸로 음성에 비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은 불리하다는 얘기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먼저 "본인의 이동통신 패턴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비슷한 기본료 대비 음성 통화량을 기존 3사보다 10% 정도 더 주기 때문에 음성 통화량이 많은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고 밝혔다. 알뜰폰을 구매하기 전 평소 자신이 받고 있는 할인 혜택과 기본 요금의 절감 중 어떤 것이 더 이익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일수록 싸진다'... '맞춤형 요금제'로 통신비 아낀 사람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26개 정도. 요금제나 LTE 가능여부 등 통신사마다 다른 환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26개 정도. 요금제나 LTE 가능여부 등 통신사마다 다른 환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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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호주 여행 중에 일반 마트에서 우리 돈으로 4~5만 원짜리 휴대폰을 구입해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호주에선 일종의 '선불폰' 개념으로 10, 20호주달러 단위로 필요한 사용시간만큼 유심 카드를 사서 쓸 수 있었다. 통신사 서비스와 단말기가 하나로 묶여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와 달리 호주는 단말기 따로, 통신서비스 따로 소비자가 선택하는 '맞춤형'이어서 통신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요즘 국내 편의점에 등장하는 자급제폰(알뜰폰)과 비슷한 셈이다.

외국처럼 우리나라에도 '맞춤형 요금제'를 향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엔 통신소비자들이 힘을 합쳐 요금을 낮추는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신협)'까지 등장했다. 알뜰폰 업체를 통해 보통 1만1천원 정도인 기본료를 3300원까지 낮춘 것이다.

통신협 누리집에는 조합원들의 알뜰폰 이용 후기들이 올라와 있다. 얼마 전 KT에서 통신협으로 옮겼다는 김아무개씨는 "똑같은 통신망, 똑같은 통화 품질, 저렴한 통신비까지 (알뜰폰을) 대한민국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고 남겼다.

"알뜰폰 써보면 참 좋은데"... '사용자 경험'에 달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누리집에 올라온 조합원들의 알뜰폰 사용 후기.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누리집에 올라온 조합원들의 알뜰폰 사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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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현 CJ헬로모바일 홍보차장은 스스로 알뜰폰을 사용한 뒤 한 달 4만 원 나오던 요금이 2만 4천 원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황 차장은 "자신의 이동통신 이용 습관이 알뜰폰과 맞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알뜰폰을 중고폰 같이 값싸고 질 나쁜 제품으로 생각했지만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쓰는 게 알뜰폰"이라면서 오히려 '알뜰폰'이란 표현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사용자 경험'이다. 알뜰폰 업계로선 새로운 가입자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들도 무시해선 안된다. 이미 100만 명이 넘는 알뜰폰 사용자들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실망하고 요금도 결코 싸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존 고객들을 위한 요금 인하엔 인색하면서  경쟁사 고객 뺐기에 수천억 원대 보조금을 쏟아붓는 이통3사 뒤를 밟아선 안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성애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입니다.



태그:#알뜰폰, #MV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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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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