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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기름유출사고 5년 만에 처음으로 피해주민에 대한 사정재판 결과가 발표됐다. 법원을 찾은 피해주민들이 개별 '제한채권에 대한 검증서'를 열람하고 있다.
▲ 법원, 기름유출사고 5년만에 배상금 판결 지난 16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는 기름유출사고 5년 만에 처음으로 피해주민에 대한 사정재판 결과가 발표됐다. 법원을 찾은 피해주민들이 개별 '제한채권에 대한 검증서'를 열람하고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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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의 무관심과 피해주민을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사정금액을 통보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아래 국제기금)의 몰인정을 참아왔던 태안기름유출사고 피해민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져 버렸다.

지난 16일, 5년을 기다린 태안기름유출사고 검증 금액이 공개됐다. 하지만, 국내 법원만을 믿고 청구금액에 버금가는 사정금액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피해민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의 '제한채권에 대한 검증서'를 접한 일부 피해민들은 만족할 만한 검증금액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반면, 대부분의 피해민들은 국제기금의 사정금액보다는 증가됐지만 실망을 감출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읍면별 대책위를 구성해 로펌을 고용, 체계적인 대응을 해 온 피해민들은 검증금액에 대한 보상금이 확정되기까지 항소할 것으로 보여 또다시 지리한 법정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최종 보상금을 수령하기까지 힘든 싸움이 계속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산지원이 16일 발표한 검증서에 따르면 태안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전국에서 피해민들이 법원에 신청한 제한채권 규모는 12만7483건. 피해금액만 4조2271억4848만8408원(주민피해액+방제비용+정부 및 지자체 채권 포함)에 이른다.

이중 피해주민들은 수산피해와 각종 영업에 따른 손실로 3조4952억 원을 법원에 손해로 신고했지만 국제기금은 자체 사정을 통해 채권신고금액 대비 2.37% 수준인 829억여 원만 인정했다.

이와 같은 사정율에 피해주민들은 사정재판을 청구했고, 사정재판을 담당한 서산지원은 50여 명에 이르는 검증단을 구성해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4개월 동안 검증 작업을 벌였다. 검증단은 피해민들의 손해로 채권신고금액 3조4952억 원의 11.84%에 해당하는 4138억73만1359원을 인정, 국제기금보다 5배 가량 많은 금액을 손해로 인정했다.

이 외에도 서산지원은 방제비용 1029억 원과 해양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 2174억 원 등 7341억 원을 총 피해 금액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주민단체와 피해민들은 이번 법원의 검증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법부와의 전면전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향후 서산지원의 항소심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류피해로 세상 떠난 4명의 사정·검증금액, 얼마나 될까

이번 사정재판에서는 세상을 떠난 지창환·이영권·김용진·성정대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피해주민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정결과가 나왔다는 평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삼성본관에서 열린 상경집회 모습으로, 4명의 열사에 대한 합동위령제가 거행되고 있다.
▲ 고인 두 번 죽이는 사정금액 이번 사정재판에서는 세상을 떠난 지창환·이영권·김용진·성정대씨를 비롯해 대부분의 피해주민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정결과가 나왔다는 평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삼성본관에서 열린 상경집회 모습으로, 4명의 열사에 대한 합동위령제가 거행되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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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산지원이 발표한 검증서를 바탕으로 유류피해민의 고통을 대변하다 세상을 떠난 4명의 검증결과를 분석해봤다. 이들 4명은 기름유출사고 이후 힘겨운 생계를 연명하다 피해민의 처지를 목숨바쳐 알리고자 했던 고 지창환·이영권·김용진·성정대씨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생전 피해보상금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빚만 남기고 떠난 4명을 두 번 죽이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 4명에 대한 배상금의 평균 검증금액은 청구금액의 17.4% 수준이었다. 심지어 0%인 0원을 검증받은 유가족도 나왔다.

2010년 2월 유류피해로 인한 피해주민의 처지를 알리고자 했던 성정대씨는 2건의 제한채권을 신고했다. 업종은 면허어업과 신고어업으로 신청됐다. 성정대씨는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기 2개월여 전 전복양식장을 시작했지만, 유류사고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타격과 정신적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성정대씨 가족들은 이 양식장에 대해 36억6389만9899원(면허어업)의 제한채권을 신고했지만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국제기금에서는 사정을 받지 못했다. 이번 법원의 검증결과 채권신고금액의 1.14% 수준인 4197만800원을 사정금액으로 인정받았다. 한편, 3680여만 원을 신고한 신고어업과 관련해 법원은 신고액의 25.7%에 해당하는 948만 원을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검증단은 "생물피해 외 기타시설물·어가 하락 등의 피해에 대해서 제한채권자가 제출한 자료 등을 확인해 본 결과 유류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며 "제한채권자와 국제기금이 제출한 산출기준과 검증단의 검증기준을 비교해 검증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어업과 관련해 "조업사실과 유류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며 "제한채권자의 평균 연간어획량을 1469kg으로 산정, 여기에 판매단가와 경비·유류오염사망·조업제한피해 등을 반영해 검증금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법원은 개인 신고어업과 관련해 성정대씨의 '유류오염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창환씨만 사정·검증금액 '0원'... 유족 "대책위 조치 따를 것"

서산지원의 사정재판 결과 국제기금 사정액보다 오르긴 했지만, 주민청구액과 차이가 커 법정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유류피해민의 처지를 죽음으로 대변했던 4명의 사정재판 결과물. 고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이번 사정재판에서 검증금액 '0원'(붉은색 원)이라는 재판 결과를 받았다.
▲ 국제기금보다 오르긴 했지만... 서산지원의 사정재판 결과 국제기금 사정액보다 오르긴 했지만, 주민청구액과 차이가 커 법정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유류피해민의 처지를 죽음으로 대변했던 4명의 사정재판 결과물. 고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이번 사정재판에서 검증금액 '0원'(붉은색 원)이라는 재판 결과를 받았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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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류피해민의 처지를 대변하며 산화한 고 지창환씨의 가족들에게는 이 같은 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기금과 법원에서 잇따라 사정금액을 '0원'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태안읍 조석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중 기름유출사고를 맞았다. 이후 지창환씨는 생계를 비관해 오다가 2008년 1월 18일 '태안반도 기름유출 피해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 당시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횟집을 운영하고 있던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피해액으로 2억6000만 원을 제한채권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국제기금은 지창환씨 가족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해당 제한채권을 기각하면서 사정금액을 0원으로 통보했다. 이에 지창환씨 가족들은 사정재판 결과를 기대했지만, 법원도 결국 유류사고와의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해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증단은 기타업종으로 신고된 지창환씨의 제한채권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제한채권의 업종형태별로 본 사고와의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본 사고와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일반관광업·관광연관업·수산연관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제한채권자의 제한채권 내역을 검토한 바 이를 반증할 만한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최종적으로 본 제한채권에 대해 본 사고와의 업종형태별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년간 운영해온 수산물 가게를 닫으며 분노의 외침으로 분신한 고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이번 사정재판에서도 국제기금과 같이 피해를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또, 유류오염사망을 인정한 다른 열사들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20년간 운영해온 수산물 가게를 닫으며 분노의 외침으로 분신한 고 지창환씨의 가족들은 이번 사정재판에서도 국제기금과 같이 피해를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또, 유류오염사망을 인정한 다른 열사들과도 대조를 이루고 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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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같은 검증결과와 관련해 지창환씨의 아들 지아무개(36)씨는 "제한채권에 대한 검증서를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서류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태안읍대책위를 통해 절차를 진행했던 만큼 향후에도 대책위의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소원면 의항리에서 굴을 까며 평생을 맨손어업으로 살아온 이영권씨와 근흥면 마금리에서 맨손어업을 해온 김용진씨는 그나마 높은 검증금액을 인정받았다.

이영권씨는 5100여만 원의 제한채권을 신고해 국제기금으로부터 채권신고액의 3.12% 수준인 159만4000원을 사정받았고, 이번 법원 검증에서는 대폭 상승한 1374만 원(신고액의 26.9% 수준)을 인정받았다. 김용진씨는 1323만 원의 제한채권을 신고해 이의 8.3% 수준인 110만8000원을 국제기금으로부터 사정받았으며, 이번 사정재판에서는 767만 원(신고액의 57.9% 수준)을 인정받았다.

검증단은 이영권·김용진씨의 사정재판 의견서에서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 본 결과, 조업사실 및 유류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인됐다"며 "제한채권자와 국제기금이 산출한 생산량과 검증단의 검증 기준을 비교해 평균연간 어획량을 산정했으며, 여기에 판매 단가와 경비 및 유류오염사망·조업제한피해를 반영해 검증금액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이영권·김용진씨의 죽음이 유류오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지난 16일 '제한채권에 대한 검증서'를 공개한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개별 검증결과에 대한 결정문을 송달할 예정이다. 1월 21일께 개별 가정에 결정문이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결정문이 도착하면 14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민사소송법에 따라 2월 3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송고를 허용합니다.



태그:#사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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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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